여성·장애인 등 사회 약자의 연대 필요
약자에 대한 범죄 처벌 강화와 인권 교육 실시해야

▲ 정신장애인복지지원법 추진 공동행동은 2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강남역 살인사건 관련 긴급 집담회-대한민국 정신장애인 인권의 현주소’ 토론회를 가졌다.
▲ 정신장애인복지지원법 추진 공동행동은 2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강남역 살인사건 관련 긴급 집담회-대한민국 정신장애인 인권의 현주소’ 토론회를 가졌다.

최근 발생한 강남역 살인사건과 관련해 한국사회의 정신장애인 편견과 혐오실태를 짚어보고 인권운동과 사회복지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마련됐다.

정신장애인복지지원법 추진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2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강남역 살인사건 관련 긴급 집담회-대한민국 정신장애인 인권의 현주소’ 토론회를 가졌다.

지난달 17일 발생한 강남역 살인사건에 대해 강신명 경찰청장은 ‘정신질환자의 묻지마 범죄’로 결론 짓고, ▲정신질환자의 범죄 방지를 위해 범죄 위험소지 정신질환자 판단 체크리스트 완성 ▲현장경찰관이 의뢰하면 의학적 판단을 거쳐 지자체장 입원 요청 ▲당사자 퇴원 요구시 거부 조치 적극 검토 등을 범죄 예방 대책으로 제안했다.

그러나 공동행동은 혐오에서 비롯된 범죄를 정신질환자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경찰에 유감을 표하며 ‘정신질환자=예비 범죄자’로 인식하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지난 2014년 경찰통계연보를 보면 총 범죄자 171만 2,435인 가운데 정신질환자 범죄자는 6265인으로 0.4%에 불과하다. 살인·강도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2만 5065인 중 정신질환자는 654인으로 전체 2.6%다.

또한 지난 2011년도 대검찰청 범죄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비질환자 범죄율의 10%에도 못 미친다.

여러 수치를 보더라도 정신질환자를 예비 범죄자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 한양대 의대 신영전 교수
▲ 한양대 의대 신영전 교수

이에 한양대 의대 신용전 교수는 충격적인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신질환자를 용의자로 생각하는 경찰을 비판했다.

신 교수는 “국가는 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먼저 정신질환자를 의심한다.”며 “OECD 국가 중 한국이 자살률 1위다. 정부는 자살률 원인을 정신질환의 일종인 개인의 우울증에서 찾고 있다. 이 사회 모든 죽음을 개인의 정신질환, 혹은 한 사람의 정신질환에서 비롯된 사건으로 보는 것이다. 이번 사건도 똑같은 수법.”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신 교수는 정신질환자가 범죄 용의자로 지목되고, 사회에서 배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약자사이의 연대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신 교수는 “이 세상 가장 비극적인 일은 약자 끼리 싸우는 일.”이라며 “강남역 살인 사건을 정신질환자의 잘못이냐, 여성 혐오냐로 이분화해서 서로 싸우는 것보다 이런 싸움을 부추기는 사회에 맞서 서로 연대해야 한다. 아픈 사건을 의미있는 사건으로 전환시키려면 약자끼리 뭉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강남역 살인사건을 계기로 사회 약자에 대한 존중·인식 변화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은 “이번 사건이 비단 여성에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민에게도 똑같이 일어나고 있다.”며 “끔찍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신상공개, 격리 등의 대책이 나오지만 이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인간 존중의 문화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돼야 한다. 아울러 어릴 때부터 의무적으로 소규모 토론식 인권교육이 진행돼야한다.”고 제언했다.

▲ 한국정신장애연대는 제19대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정신보건법 전부개정법률안의 내용을 비판하는 팻말을 들고 개정안을 만드는데 함께한 공동행동을 비판했다.
▲ 한국정신장애연대는 제19대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정신보건법 전부개정법률안의 내용을 비판하는 팻말을 들고 개정안을 만드는데 함께한 공동행동을 비판했다.

경찰 요청의한 행정입원?… 문제의 핵심은 정신보건법 조항

한편 토론회 시작에 앞서 한국정신장애연대(이하 카미)는 제19대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정신보건법 전부개정법률안(이하 개정안)의 내용을 비판하는 팻말을 들고 개정안을 만드는데 함께한 공동행동을 비판했다.

특히 이번에 통과된 개정안에는 경찰이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큰 사람을 발견한 경우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 또는 정신건강전문요원에게 진단과 보호 신청을 요청할 수 있다.

이에 카미는 개정안의 경찰의 행정입원 요청 가능 조항과 이번 강남역 살인사건 대책이 일맥상통하다며 결국 공동행동과 경찰은 같은 집단이라고 꼬집었다.

카미 이정하 활동가는 “경찰청장이 우리를 입원시키겠다고 말한 것은 개정안에 그 내용이 다 포함돼있기 때문.”이라며 “당사자 의견은 묻지도 않고, 탁상행정으로 법안을 만들고 이제 와서 정신질환자 강제입원시키겠다는 경찰을 비난 하는 것은 심리냐.”고 공동행동을 비판했다.

이에 공동행동과 함께한 한국정신장애인자립센터 김락우 대표는 당사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서 법안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나도 정신질환자 당사자로서 개정안을 살폈다. 물론 불만족스런 부분도 있겠지만, 경찰이 입원을 요청할 수 있는 조항은 이미 수년전부터 경찰 내부에서도 논의됐었던 문제.”라며 “당사자끼리 서로 충분히 의견을 주고 받아 당사자가 놓인 환경을 바꾸기 위해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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