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공동행동-복지부 장애등급제개편 TF팀과 만남
정부의 맞춤형 지원체계 구축방안… 공동행동 실망감 표해

▲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공동행동은 12일 복지부 장애등급제 TF팀과 만남을 통해 그동안 정부가 시행중인 장애인 맞춤형 지원체계 구축방안 설명을 듣고 있다.
▲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공동행동은 12일 복지부 장애등급제 TF팀과 만남을 통해 그동안 정부가 시행중인 장애인 맞춤형 지원체계 구축방안 설명을 듣고 있다.

장애등급제 개편을 통한 장애인 맞춤형 지원체계 시행을 앞두고 장애계와 복지부가 만났지만, 이들은 장애등급제 폐지에 있어서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외치며 광화문에서 노숙농성을 시작한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12일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 장애등급제개편 TF팀과 만남을 통해 장애인 지원체계 구축방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날 장애등급제개편 TF팀 관계자들은 공동행동을 만나 정부가 구상 중인 맞춤형 지원체계 구축방안을 설명했다.

하지만 장애계는 ‘정부의 장애인 맞춤형 지원체계는 기존의 제도와 변한 것 없는, ‘이름’만 바뀐 장애등급제’라고 평가했다.

복지부 장애등급제개편TF팀, 맞춤형 지원체계 구축방안 발표

처음이니 만큼 약간의 어색함과 기대감이 공존했던 이 날 만남은 복지부 장애등급제개편 TF팀 이준미 사무관의 맞춤형 지원체계 경과 보고로 시작됐다.

이 사무관에 따르면 현재 정부는 장애등급제 폐지를 앞두고 장애등급제를 대체하는 서비스 제공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장애인의 욕구, 특성, 환경 등을 고려할 수 있는 서비스 종합판정체계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에 내년 하반기부터 장애등급별로 제공되는 70여개의 서비스를 ▲서비스종합판정 대체 ▲서비스별 별도 기준 마련 제공 ▲중·경증 단순화 적용 등으로 나눠 지원한다는 것.

복지부는 서비스 종합판정체계를 수요자에게 맞춤형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서비스 전달체계 프로세스’를 만들어 시범사업이 진행 중이다.

먼저, 의학적으로 장애판정을 받은 수요자는 장애인지원센터 복지코디를 통해 개인의 욕구와 환경 등을 조사받고, 지자체 공무원이 소득·재산, 부양의무자 등을 조사한다. 이후 국민연금공단은 조사결과를 토대로 공공과 민간 복지서비스의 내용, 수급자격, 서비스량, 이용기간 등을 포함한 대상별 복지서비스 이용계획을 수립한다.

이에 지자체는 장애인서비스지원위원회를 통해 조사의 적절성, 추가 고려사항, 지역사회 자원 현황등을 고려해 개인별 서비스이용계획을 심의·의결한다. 이 과정을 거쳐 장애인은 맞춤형 서비스를 지원받을 수 있다.

복지부는 이 과정을 통해 장애인의 △맞춤형 지원 기반 구축 △복지체감도 향상 △불편과 사각지대 해소 등의 기대효과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공동행동은 지난 2012년 8월21일부터 햇수로 4년째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를 외치며 광화문에서 무기한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당시 공약응로 장애등급제 폐지를 내세웠지만,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공동행동은 지난 2012년 8월21일부터 햇수로 4년째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를 외치며 광화문에서 무기한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당시 공약응로 장애등급제 폐지를 내세웠지만,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어디에, 얼마를, 어떻게?… 맞춤형 지원체계 위한 구체화된 전달체계도 없는 구축방안 

겉으로 봤을 때 문제가 없어 보이는 정부의 장애인 맞춤형 지원체계. 그러나 공동행동측 활동가들은 복지부의 설명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장애등급제 폐지의 본질적인 의미부터 맞춤형 서비스 지원 방안 추진 과정까지 난감할 정도로 문제투성이라는 것.

이에 공동행동은 정부의 맞춤형 지원체계 구축방안에 대해 ▲장애등급제 폐지 이해 부족 ▲장애등급제와 다를 것 없는 중·경 단순화 유지 ▲여전히 존재하는 의학적 기준 ▲지자체의 책임 떠넘기기 ▲예산 확대, 분배 논의 없는 서비스 제공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윤경 활동가가 맞춤형 지원체계 자체에 부실함을 꼬집었다.

이 활동가는 “장애등급제를 폐지해야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장애등급이 개인별 맞춤형 지원을 막고 있기 때문.”이라며 “정부는 서비스를 확대지원하겠다고 하지만, 구축방안에는 그에 걸맞는 지원체계가 전혀 담겨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구축방안대로라면, 정부의 서비스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기존에 장애등급 판정과 같이 의학적 진단이 필요하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성연 사무국장은 “현재 장애등급제안에서도 의학적 기준에 따라 장애가 있지만, 기준 때문에 장애판정을 받지 못한 사람이 많다.”며 “이들은 서비스 지원을 받기는커녕, 지원 대상에서도 배제된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의학적 기준에 따른 장애등급이 아닌 인간다운 삶을 위한 욕구에 맞는 ‘맞춤형 지원체계’.”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또한 장애 판정을 받아도, 정부의 서비스 종합판정체계에 따른 맞춤형 지원을 받는 것은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원을 받는 기준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

이윤경 활동가는 “현재에도 지원을 위한 조사들이 이뤄지고 있지만, 이 또한 당사자 욕구를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당장 집안에서도 이동이 불가능한 사람에게도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해주지 않는데, 과연 정부가 구상한 새로운 판정기준이 당사자의 사회·문화·신체 욕구가 반영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이 역시 정부의 구축방안에는 담겨 있지 않는 내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공동행동은 구축방안에 맞춤형 지원 실행을 위해 필요한 지원전달체계, 예산 편성 과정의 구체적인 논의도 제대로 담겨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성연 사무국장은 “정부가 제시한 서비스 전달체계 과정을 보면 지자체 장애인서비스지원위원회가 심의 의결 하는 등 전반을 아우르기 때문에 굉장한 전문성이 요구된다. 하지만 전문성 담보를 위한 위원회 구성안이 없어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이어 “특히 정부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예산 편성이 반드시 돼야 한다. 그러나 구축방안에는 예산 확대 또는 편성에 대한 계획은 전혀없이 ‘기획재정부의 예산 편성이 결정되지 않았다’는 핑계만 있을 뿐.”이라며 구체화된 내용은 없이 추상적인 말만 내놓는 정부를 비판했다.

더불어 장애등급제 개편을 위한 문제 의식도 예산 추계도 없는 ‘탁상행정’의 결과물이라는 실망감을 전했다.

공동행동-복지부 ‘불편한’ 만남… 등급제 폐지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달랐다

결국 장애계는 정부의 계획에 ‘알맹이는 없고 껍데기만 있다’는 지적을 내놓은 상황. 이에 대해 복지부는 주무부처로서 현재 구축방안 진행에 어려움만을 토로할 뿐, 본질을 회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복지부 관계자는 “저희가 사업하기 위해서는 기획재정부, 국회 등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주어진 환경 안에서 장기적인 목표를 갖고 서비스 확대 해야하는데,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이것이 최선이다. 지금 기획재정부, 국회 등도 설득이 어렵고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리는데, 단체에서까지 반대하면 이거(맞춤형 지원체계) 추진할 수 없다.”고 무책임함을 드러냈다.

이에 공동행동 이형숙 대표는 “우리가 이런 결과물을 원해서 4년 동안 노숙농성을 한 것이 아니다. 이건 아니다. 구축방안이 부족하다? 수정한다? 틀렸다. 우리와 생각 자체가 다르다. 우리와 어떠한 의논도 하지 않고 본인들 편할대로 짜놓은 구축방안이 만약 계속 진행된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더 강하게 투쟁할 것이다.”고 단호히 말했다.

결국 이날 공동행동과 복지부의 만남은 대화의 시작을 했다는 의미는 남겼지만, 장애등급제 폐지를 바라보는 양측의 다른 시각은 더욱 명확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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