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사례 "기존 의료모델을 시민-사회 모델로 바꿔야" 제언

▲ 한국장애인인권포럼은 지난 30일 서울특별시의회 별관 대회의실에서 ‘지역기반의 장애인건강관리제도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 한국장애인인권포럼은 지난 30일 서울특별시의회 별관 대회의실에서 ‘지역기반의 장애인건강관리제도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장애인의 ‘건강’을 위해서는 의료위주의 치료·재활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 기반한 비의료 프로그램이 많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장애인인권포럼은 지난 30일 서울특별시의회 별관 대회의실에서 ‘지역기반의 장애인건강관리제도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 웹와치 이범재 대표.
▲ 웹와치 이범재 대표.

토론회 발제를 맡은 사회적기업 웹와치 이범재 대표는 영국의 지역기반 건강관리 사례를 발표하며 한국의 시사점을 전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영국은 지난 2012년 건강서비스의 비용 절감과 구조 개편안을 담은 법률 ‘건강과 사회돌봄법’이 의회에서 통과된 뒤, 영국국가건강기구(이하 NHS)가 지역사회 기반의 비의료적 프로그램을 구축하는 시도를 했다.

영국의 건강관리 핵심은 건강관리의 지방이양과 장소기반건강개념이다.

먼저 영국은 지난 2012년 NHS가 총괄하던 건강정책 일부를 기초정부로 옮겼다. 이에 영국 의료는 구조는 기존 NHS 주도에서 공공기관·기초정부·민간단체로 이원화됐다. 지역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재정은 NHS가 지원하고, 장애인 개개인에 대한 생활맞춤형 건강 지원은 지역사회가 책임지는 구조다.

이 대표는 “NHS의 지방이양은 건강서비스 예산을 줄이려고 이양하는게 아니라, 영국 건강의료정책의전환 의도를 가늠할 수 있다.”며 “이는 장애인의 건강관리에 있어 중앙보다 지방이 더 적합하다는 판단에 작용한 것이다. 특히 치료보다는 예방 위주의 건강사업을 펼칠 때는 주민과 대면접촉이 빈번하고 상황 대응이 신속해야 한다. 따라서 현장성이 강한 기초정부 사업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역사회 위주의 건강관리 방침을 설명했다.

이원화된 구조 아래 영국 정부는 ‘장소기반건강(Health based on Place)’라는 새로운 정책을 도입했다.

영국정부가 볼 때 ‘건강한 상태’란 의료 요소뿐만 아니라 빈곤, 주거조건, 자연환경, 문화, 교육, 장애, 인종 등 다양한 사회요소들이 결합할 때 가능하다.

영국정부가 인용한 연구보고에 따르면 건강을 결정하는 70%가 사회요소며 의료는 30%에 불과하다. 이에 장소기반건강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지역사회 위주로 다양한 사회요소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있다.

이 대표는 “건강을 결정짓는 사회요소는 대부분 시민들의 거주 지역에 집중 분포돼 있다.”며 “즉 장소기반건강 정책의 구체화된 실행은 시민 거주지를 거점으로 의료가 아닌 예방과 증진 프로그램을 구축하는 데 있다. 특히 영국정부는 건강에 있어 의료비 지출보다는 저렴한 비용으로 운용되는 다양한 비의료 프로그램이 더 실용성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영국 NHS는 세계에서 가장 큰 건강기구 규모로, 등록된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무상으로 의료진단과 약처방, 복잡한 수술을 받을 수 있다. 즉 치료가 아닌 예방을 통해 NHS의 지출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은 장소기반건강에 따라 정부가 지속해서 정책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재정을 지원하며, 민간부분에서는 자원봉사자 양성, 전문가환자 프로그램(환자가 자기 몸에 대한 지식을 얻고 몸에 대해 전문가가 되는 것) 등을 진행하며 상호 보완적으로 건강권 향상을 위해 애쓰고 있다.

장소기반건강…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에 이 대표는 장소기반건강이 성공적으로 자리잡기 위해서 ▲개인맞춤형 ▲장소 ▲시민참여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먼저 이 대표는 “아프면 병원가라!는 옛날 의료방식이다.”며 “사람한테 약이 필요한 지, 식단관리가 필요한 지 아니면 운동이 필요한 지에 대해 개개인 맞춤형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한 건강에 대한 시야 확장으로 몇 개 의료기관이 건강을 맡는게 아니라 ‘장소’라 칭하는 지역사회 전체를 건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 대표는 “장소는 매우 중요한 개념.”이라며 “1차원의 지형적 개념뿐만 아니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하며, 시민이 장소에 적극 개입해 지역의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곳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때 필요한 부분이 바로 시민참여다. 지역사회에 사는 시민들의 주도로 장소기반건강 프로그램이 만들어져야 모두가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있다.

이에 이 대표는 한국도 △개인맞춤형 도입 △의료에서 장소로의 이행 △의료모델→사회-시민모델로의 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건강은 의료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의료전단계인 장소 중심의 사회 요소들을 고려해야한다.”며 “한국은 아직 의료모델이 우위다. 따라서 역량있는 시민이 의료모델의 한계를 깨우치고 그 대안으로 지역의 민간기구와 협력해야 한다.”고 한국의 부족한 의료 구조를 꼬집었다.

이어 “한국의 의료복지 정책은 고정된 방식으로만 풀어갈 게 아니라 건강권의 실질 보장과 실효성 있는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며 “그런 필요성에 공감한다면 영국의 장소기반건강, 개인화, 시민-사회 모델은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웰페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