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서울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소수 장애인의 사회권 보장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다음 기사는 토론회 발제를 맡은 장애인인권침해예방센터 이정민 변호사의 글을 칼럼 형식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상대적으로 소수를 차지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소속된 집단 내에서 큰 목소리를 내기가 어렵다. 특히나 그 소속 집단이 사회 전체로 봤을 때 또다시 소수 집단에 해당하거나, 정치·경제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구조에 있다면 이들의 목소리는 드러나지 않거나 쉽사리 묵살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들이 여전히 사회에서 분리·배제되는 차별을 겪고 있는 현실을 생각할 때, 그 인원이 많지 않은 유형의 장애를 가진 소수 장애인의 삶은 더욱 힘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렇다 보니 ‘소수 장애인의 사회권 보장’이란 자체가 너무 앞서 나가는 느낌일 수도 있다. 그러나 사회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리이다. 따라서 소수 장애인이 사회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우리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먼저, 단어의 개념부터 설명하자면, 소수 장애인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현재 없는 상태다. 다만, 장애인들이 개별 장애를 고려한 여러 가지 서비스를 받기는커녕 장애유형 조차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정책개발과 권리보장 과정에서 소외되는 유형을 소수장애인이라고 칭한다.

이러한 목적을 고려한다면 현재 등록 장애인들 중 목소리가 드러나지 않아 각종 정책과 서비스에서 소외돼 우선 고려가 필요한 장애유형은 ▲정신 ▲신장 ▲심장 ▲호흡기 ▲간 ▲안면 ▲장루·요루 ▲뇌전증 등 8개 장애유형이다.

또한 ‘사회권’이란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인간의 기본권 중 하나이다. 현재 헌법은 인간이 보장받아야 할 기본권으로 자유권, 평등권, 청구권, 참정권, 사회권 등을 규정하고 있다.

사회권의 구체적 내용으로는 △교육을 받을 권리 △근로의 권리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환경권 △보건권이 사회권으로 분류된다.

이 중 사회권의 핵심이 되는 권리는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다. 인간다운 생활이라는 개념은 추상적이고 포괄적이기 때문에 쉽게 와닿지 않는다.

헌재는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에 대해 최소한의 물질적인 생활의 유지에 필요한 급부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로 법률에 의해 구체화할 때 비로소 인정되는 법률상의 권리로 보고 있다.

아울러 근로의 권리는 근로의 자유, 근로자를 보호할 국가의 의무, 적정임금과 최저임금 보장 등의 내용을 포함한다. 또한 교육을 받을 권리는 교육의 자유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배려할 것을 요구할 권리로 구성된다.

이렇듯 사회권은 우리 생활에서 직접적으로 연관을 맺는 교육, 근로, 인간다운 생활의 권리를 다 의미하고 이것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할 경우 국가에게 사회권 보장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까지도 포함한다.

▲ 장애인인권침해예방센터 이정민 변호사.
▲ 장애인인권침해예방센터 이정민 변호사.

그렇다면 소수 장애인의 사회권은 얼마나 보장받아지고 있을까.

2015 장애통계연보에 따르면 소수장애인 중에서 3개월 이상 계속되는 만성질환에 시달리는 비율이 94.1%다.

또한 장애 때문에 차별을 느낀다는 답변의 비율 역시 정신장애인이 12.8%로 높은 응답률(전체 장애유형 중 두 번째 순위)을 보였다.

아울러 소수 장애인은 경제활동참여율에서도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정신장애인은 참가율이 25.1%에 불과하고, 6대 내부 장애인(신장, 간, 장루·요루, 호흡기, 심장, 간질) 역시 26.6% 밖에 되지 않는다.

결국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보면 소수장애인은 편견과 차별, 장애로 인한 근로의 어려움 등으로 사회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소수장애인의 경우 사회권의 보장은 절실한 생존권 문제와 직결된다. 따라서 사회권 보장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먼저 국가는 장애관련 정책을 수립할 때 소수 장애인이 반드시 참여하시켜야 한다. 또한 장애등록, 심사제도를 개선할 때도 소수 장애인의 의사를 수렴하는 과정을 필히 거치는 등의 구체화된 참여 방법이 필요하다.

아울러 소수 장애인에 대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인식 개선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장애 인식 개선 교육이나 인권 교육 등이 많이 시행되고 있지만 소수 장애의 경우 그러한 유형의 장애가 있다는 점이나 생활속에서 어떠한 어려움을 겪는지에 대해 대다수 국민들이 거의 알지 못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부 사람들은 뇌병변 장애인을 지적 장애인과 동일하게 생각하거나, ‘정신 지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소수 장애인은 다른 장애인보다 사회 인식이나 편견에 의해 고통 받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장애 이해 교육에 소수장애인에 관한 내용을 좀 더 포함하거나, 직접적인 인식 개선 캠페인, 홍보를 시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가의 역할, 인식 개선 뿐만 아니라 소수 장애인에게 제일 필요한 것 중 하나는 장애 유형과 등급에 대한 고려다.

장애 등급이 아직도 폐지되지 않기 때문에 많은 장애인이 개인별 맞춤형 지원이 아닌 획일적인 서비스를 받고 있다.

특히 소수 장애인은 장애유형에서도 제외되거나, 다른 유형에 포함되는 등 이중 차별을 받고 있다.

그렇다고 장애 유형별로 별도의 법을 만들고, 소수 장애인만을 위한 별도 서비스 전달체계를 만들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오히려 예산의 부담과 한정된 자원 안에서 내부 갈등만을 조장할 수 있다.

소수 장애인을 비롯한 모든 장애인들이 등급과 유형에 맞는 획일적인 지원을 받는 것이 아니라 개인에게 가장 필요한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소수 장애인, 다수 장애인의 구분은 큰 의미가 없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 근간에서 국가는 시혜 차원이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권리로서 사회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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