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 병설 특수학교 설립 위한 정책간담회 개최

경기교육청이 지자체 최초로 병설 특수학교 설립을 추진 중에 있다. 이에 장애계, 학계, 부모 등 각계각층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가 마련됐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22일 경기도 의정부시에 위치한 경기북부교육청에서 병설 특수학교 설립 정책 간담회를 진행했다.

▲ 경기도교육청 특수교육과 김현수 장학사.
▲ 경기도교육청 특수교육과 김현수 장학사.

경기도교육청 특수교육과 김현수 장학사 발표에 따르면 현재 경기도는 31개 시군 중 12개 지역에 특수학교 미설치로 특수학교 배치 희망자 모두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특수학교 배치 희망자 중 일반학교에 배치된 장애학생 19.5%는 학교 적응, 교육지원에 제약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특수학교를 1시간 이상 원거리 통학생이 14%로 이동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부모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경기교육청은 원거리 통학생의 문제를 해결하고, 학부모들의 학교 선택권을 다양화하고자 기존 초‧중‧고 일반학교 내에 병설(竝設) 형태로 특수학교를 짓는 방안을 내놓았다.

병설 특수학교의 이점은 학생‧학부모의 교육적 선택권 확대, 통합교육에 유리, 이동불편 해소 등이다.

병설 특수학교의 모델(확정안은 아님)은 학교 규모 6~12학급 규모의 소규모 학교급별 형태이고, 우선 설립지역은 특수학교 미설립지역과 전국 특수학교 평균수용률(29%)미만 지역 이다.

주요 대상 학생은 특수학교 배치를 희망하는 중도중복장애학생, 순회학급 학생, 직업교육 등 특서화교육 요구학생 등이다.

하지만, 병설 특수학교가 설립되는 데는 앞으로 몇 가지 난항이 예상된다. 먼저, 관련 법의 개정이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제 5조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는 지역의 실정에 따라 상호 병설(竝設)할 수 있다. 단, 해당 조항에 특수학교는 포함이 되지 않는다.

이에 병설 특수학교 설치를 위해서는 초중등교육법 제5종 특수학교를 포함시키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이 부분은 국회에서 논해야 할 부분이라 법 개정 여부가 학교 설치의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병설 특수학교 일단 ‘환영’… 단, 야기될 문제들 신중히 살펴야

▲ 경기도교육청은 경기도교육청 북부청사에서 학부모를 대상으로 병설 특수학교 정책간담회를 진행했다.
▲ 경기도교육청은 경기도교육청 북부청사에서 학부모를 대상으로 병설 특수학교 정책간담회를 진행했다.

병설 특수학교 설립에 대해 발달장애가 있는 자녀를 둔 부모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부모들은 대부분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 반면, 일부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한국장애인부모회(의정부) 배연희 지부장은 “의정부에 특수학교를 짓는데 십 수년이 걸렸다.”며 “그동안은 늘 부모가 뭔가를 요구하면 교육부나 교육청이 마지못해 하는 분위기였는데, 처음으로 교육청이 먼저 우리 아이들을 위해 뭔가를 해보겠다고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아직 법 개정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이 있지만, 일단 믿고 지지해주는 것이 좋은 것 같다.”고 지지를 보냈다.

정책간담회에 참여한 대부분의 부모들도 이와 같은 반응이었다.

한 학부모는 “일단 해보자. 우리 아이가 통학하는 데만 기본 두시간이 넘게 걸린다. 내가 사는 지역의 일반학교에 병설 특수학교가 생긴다면, 아이의 지역사회 적응기간도 빨라지고, 통학시간도 짧아지니 훨씬 편할 것 같다.”고 전했다.

또다른 학부모는 “아이가 중증 발달장애인인데, 지역‧시간 여건 상 특수학교를 보낼 수 없었다. 그래서 일반학교 특수학급에 보냈는데, 적응하는 데 많이 힘들었다. 아이를 맡은 선생님도 힘들어하고, 비장애학생과의 관계도 계속 어긋났다. 특수학교를 보내고 싶지만, 방법이 없었는데 병설 특수학교가 생긴다면, 아이 교육이 조금 더 수월해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다만, 학부모들은 병설 특수학교 취지는 좋지만, 목적·과정 등은 신중히 살펴야 하고, 야기될 문제점도 미리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먼저 이들은 병설 특수학교가 특수교육의 원래 목적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걱정했다. 이 부분은 학부모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일부 학부모는 병설 특수학교가 자칫 대규모 특수학교의 대안으로 여겨지며, 오히려 대규모 특수학교의 설립을 방해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구리지회) 정경숙 씨는 “병설 특수학교 설립은 좋지만, 광명시와 시흥처럼 발달장애인이 많아 대규모 특수학교가 있어야 하는 곳에도 병설 특수학교가 대체하면 오히려 대규모 특수학교가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병설 특수학교도 좋지만, 시설·인력 면에서 대규모 특수학교가 갖는 이점을 포기할 수 없다. 교육청은 대규모 특수학교와 병설 특수학교를 어디에 어떤 방법을 세워야 할지 분석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병설 특수학교가 통합교육이 아닌 분리 교육을 공고화 시키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책간담회 한 참석자는 “병설 특수학교가 통합교육 정상화가 아닌, 분리 교육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며 “병설이든 어떤 형태든 특수학교가 증가하게 되면, 통합교육이 아닌 특수학교에만 초점을 맞춘 정책이 나오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기본 정책 기조는 통합교육으로 하는 것이 맞다. 그 아래 병설 특수학교, 소규모 가정별 특수학교 등 다양한 유형의 특수학교를 고안해 내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학부모들의 우려에 대해 경기도교육청 특수교육과 김현수 장학사는 정책간담회를 통해 제시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되, 아직 병설 특수학교가 정식 시작이 아닌 논의 단계기 때문에 조금 더 지켜봐 달라고 부탁했다.

김 장학사는 “병설 특수학교의 취지는 특수학교를 다니고 싶음에도, 거리 문제‧학교 적응 문제 등으로 특수학교에 진학을 못하는 사람들이 조금 더 편한 환경에서 다니게 하는 것이다. 분리교육을 염려하는 데, 우리 교육청의 특수교육 목적의 근간은 통합교육이다. 다만, 여의치 않은 사람들을 위해 대안으로 마련한 것이 병설 특수학교.”라고 취지를 다시한번 짚어줬다.

이밖에도 일반 학교 안에 특수학교 건물을 새로 짓게 되면, 한 공간 안에 비장애 학생과 장애학생이 생활하게 되는데, 이들사이에 충돌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참석자는 “내 자녀가 일반학교 특수학급에 다녔었는데, 다른 반 비장애 학생에게 폭행을 당한적이 잇었다. 발달장애인의 돌발행동, 과격한 행동에 대해 비장애 학생이 어떻게 받아들질지도 걱정스럽고, 한창 사춘기일 때 서로 충돌을 하게 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일반학교 학부모들이 학교 내 병설 특수학교 설립을 찬성할까도 생각해 봐야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김 장학사는 “병설 특수학교가 아직 논의 단계이기 때문에 앞으로 야기될 수 있는 문제를 충분히 고려해 대책을 만들어 나가겠다. 또한 일반학교 학부모 혹은 교사들이 반대 할 가능성도 물론 염두해 두고 있다. 병설 특수학교가 설립될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다하겠다. 이를 테면 병설 특수학교 설립 시 학교에 필요한 시설을 추가로 지원해주는 방안도 생각고 있다.”고 전했다.

특수교사, 병설 특수학교 인력·인사 고민해야

한편, 정책간담회에 참석한 특수교사들도 병설 특수학교 설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동두천 신천초등학교 교사 박재영 씨는 “병설 특수학교 우선 설립 지역을 살펴보면, 대부분 정규직이 아닌 신규나 기간제 교사를 쓰고 있다. 이동이 잦은 곳인데, 교사들이 어느정도 적응하고, 생활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 인력‧인사 부분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전일제 특수학교일 경우 교사 한명이 아이들을 전일제로 맡는 것은 불가능 하다. 여러 인력 충원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병설 특수학교가 생기면 교장은 일반 학교 교장이 겸임해 관리하는 것으로 하고, 다만, 병설특수학교 자체 교감선생님을 배치한다는 생각인 듯 하다. 특수학교 교감이 장애 감수성도 있고, 이해가 충분하다고 하더라도, 안전·경영·민원에 민감한 일반 학교 교장을 설득하고 또한 교장이 과연 특수학교를 적극 지원할 수 있을까.”라고 우려했다.

이어 서정초등학교 교사 김규희 씨는 “중등, 고등으로 올라갈수록 문제행동, 공격성, 폭력성이 짙어지는 학생들이 있다. 특수학급에서 생활했다면, 강제 전학 등 제때 졸업하기 어려웠을 학생들이 병설 특수학교로 옮기게 된다면, 교육 기회 보장 측면에서 유익할 것.”이라고 긍정적인 입장을 전했다.

다만, 그는 자칫 병설 특수학교가 특수학급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가는 학교로 변질될까 우려스럽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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