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방송 다시 자막 갈무리.
▲ 보도 당시 뉴스 방송 자막 갈무리.

“오는 30일부터는 정신질환자들의 입원을 까다롭게 하는 새로운 법이 시행 …중략… 많은 환자들이 퇴원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들의 사회 복귀를 도울 준비는 부족하다는 걱정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서울의 한 공원에서 60대 남성이 아기를 안고 있던 여성의 머리를 소주병으로 내리쳤습니다. 지난 3월 인천에서는 아들이 친아버지를 때려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두 사건의 피의자 모두 조현병 환자였습니다.”

“정신질환자 범죄는 매년 꾸준히 증가해 재작년엔 7,000건을 넘어섰습니다.”

5월 17일 방송된  모 방송사 뉴스 기자 멘트

“가족들이 돌보지 않고, 나타나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입원해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분들이 나가면 거리의 부랑배가 되는 것이죠.”

모 방송사 뉴스 인터뷰 중

지난 17일 공중파 한 방송사는 ‘정신질환자 1만9,000명 퇴원, 안전 문제 없나?’란 제목의 뉴스를 방영했다.

해당 뉴스는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지원에 관한 법률이 오는 30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며, 법에 따라 현재 강제입원된 정신장애인 중 1만9,000명이 퇴원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문제는 소개 과정에서 정신장애인이 저지른 범죄를 함께 보여주면서, 시청자에게 ‘정신질환자=잠재적범죄자=사회 위험 요소’란 이미지를 부각시켰다는 것이다.

특히 전문가로 나온 한 교수는 정신장애인을 ‘거리의 부랑배’로 표현하며 잘못된 인식을 재생산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23일 해당 방송사 앞에서 ‘정신장애인을 향한 언론의 폭력, 즉각 중단하라!’는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와 기사정정을 요구했다.

▲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23일 MBC 상암동 앞에서 ‘정신장애인을 향한 언론의 폭력, 즉각 중단하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23일 해당 방송사 앞에서 ‘정신장애인을 향한 언론의 폭력, 즉각 중단하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2013년 경찰범죄통계와 2011년 보건복지부 정신보건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범죄 발생건수 185만7,276건 중 정신장애인 범죄는 0.3%에 불과하다.

정신장애인 범죄율이 높지 않음에도, 최근 언론은 정신장애인의 범죄를 부각시키면서 사회 낙인을 찍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당사자들은 한 목소리로 언론의 왜곡된 보도가 정신장애 당사자들을 위축시키고 고립속에 고통받는 삶을 살게 한다고 꾸짖었다.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신석철 소장은 “대부분 정신장애인은 본인의 질환을 숨기거나, 사회에서 많이 도드라지기 않기 때문에 시민들과 만날 기회가 없다. 따라서 시민들은 대부분 언론을 통해 정신장애인을 접한다. 문제는 이러한 언론이 정신장애인을 왜곡하고, 위험한 부분만 부각시키다 보니, 시민들의 편견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왜곡된 기사가 많아질수록 정신장애인은 사회에서 더욱 멀어지고, 병원에서 갇혀 살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익옹호팀 유동현 팀장은 “나는 정신장애인 활동가를 하며, 정신장애에 대한 편겨을 깨려고 목소리를 내왔다. 그러나 활동을 하면 할수록 큰 벽에 부딪힘을 느낀다. 우리는 평생 병원에서 사는 것이 답인가? 죄인처럼 숨어 살아야 하나? 편견을 깨려는 활동을 하다가도, 언론의 왜곡된 보도를 보면 또다시 좌절하게 된다. 이제 왜곡된 보도를 멈춰달라.”고 토로했다.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용기 회장도 연대 발언을 통해 “신체적 장애인의 자립생활은 사회 합의, 제도 측면에서 그나마 자리잡고 있다. 이제는 정신장애인이다. 정신장애인 대부분 병원 등 시설에 수용돼 생활하고 있다. 우리는 앞으로 정신장애인 탈시설을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언론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해당 방송사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당장 사과해야 한다. 더 나아가 이제 정신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살아가야할 우리 이웃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이를 고민하는 보도를 해나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기자회견에 앞서 보도 정정기사와 사과 방송을 요구하는 요구안과 성명서를 제출했다.

저작권자 © 웰페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