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옹호기관 독립성 보장 필수, 예산·역할·가해자 처벌 조항 조정 필요

장애인에 대한 학대(신체·정신·정서·언어·성 폭력이나 가혹행위, 경제 착취, 유기 또는 방임)를 예방하고, 피해장애인 사후지원을 위한 전담기관으로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문을 열었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장애인복지법에 설치 근거를 두고,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하 중앙옹호기관)을 구심점으로 전국 17개 지역에 위탁 기관을 두고 운영할 예정이다.

중앙옹호기관은 지역 간 연계 구축, 장애인 학대 예방을 목적으로 장애인 학대 관련 연구·실태조사, 프로그램 개발·보급, 교육·홍보, 전문인력 양성·능력 개발, 협력체계 구축·교류 등의 업무를 하게 된다.

지역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하 지역옹호기관)은 장애인 학대의 신고 접수, 현장조사와 응급보호, 피해장애인과 가족, 장애인학대행위자에 대한 상담·사후관리, 장애인 학대 예방 관련 교육·홍보 등 장애인 권익옹호의 실질적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중앙-지역 연계로 당사자와 더 가까운 거리에서 당사자의 권리보호를 할 수 있는 체계는 마련됐지만,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아직 여러 부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에 지난 2월 27일 개관한 중앙옹호기관이 앞으로 촘촘하게 장애인의 권리 보호를 위한 중심 기관으로 자리잡기 위해서 전문가들이 이야기를 주고 받는 자리가 마련됐다.

중앙옹호기관은 지난 1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성공적 정착과 발전방향 모색 토론회를 열고, 권익옹호기관의 나아갈 방향, 해결해야 할 과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

▲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지난 1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성공적 정착과 발전방향 모색 토론회를 열고, 권익옹호기관의 나아갈 방향, 해결해야 할 과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
▲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지난 1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성공적 정착과 발전방향 모색 토론회를 열고, 권익옹호기관의 나아갈 방향, 해결해야 할 과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

권익옹호기관의 우선 과제, 독립성 보장돼야

장애계 전문가들은 중앙옹호기관의 성공적 정착을 위한 요건 중 하나로 독립성을 꼽는다.

권익옹호기관은 장애인학대에 대한 감시기관이며, 학대 신고가 접수 된 이후에는 학대 관련 사안을 조사해야 하는 기관이다.

이 과정에서 학대 시설 혹은 위·수탁 법인, 관련 행정청의 ‘눈치’를 보지 않고 독립적으로 권익옹호 일을 해야 하지만, 현재 중앙·지역 기관의 구조를 봤을 때 독립성 보장은 힘들어보인다는 평이다.

중앙옹호기관의 경우 기관 운영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예산을 복지부에서 받고 있다. 지역옹호기관 예산은 정부 50%, 지자체 50%로 구성된다.

뿐만 아니라 지역옹호기관의 경우 위·수탁 계약(재계약)과 관리감독을 해당 지자체에서 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지자체의 입장을 고려할 수 밖에 없다.

▲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성연 사무국장.
▲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성연 사무국장.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성연 사무국장은 “행정청에서 지역기관에 예산을 주기 때문에 지역옹호기관이 행정청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행정청은 장애당사자에 대해서 가해자 입장에 설 수 있는 대표 기관이다. 행정청이 관할하고 있는 시설에서 학대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지역기관이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예산 권한을 갖고 있다 할지라도, 복지부 이하 지역 모든 행정청은 권익옹호기관이 독립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대응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토론회에서는 시설을 운영하는 법인이 지역옹호기관으로 위탁받았을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도 제기됐다.

가령, 시설을 운영하는 법인이 권익옹호기관으로 해당 지자체에 지역기관으로 수탁을 받게 된 경우, 지역기관으로 수탁받은 법인이 운영하는 시설에서 인권침해가 발생했을 때, 누가 어떻게 책임지고, 어떤 후속 조취를 취하느냐의 문제다.

중앙옹호기관 이정민 팀장은 “관련 문제는 지역기관이 업무 수행 방식에서 얼마나 원칙을 지키느냐의 문제.”라며 “이런 부분에 중앙기관이 개입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수탁절차, 권한은 지자체에 있기 때문에 행여 지역기관이 문제가 있는 법인이라면 중앙차원에서 문제제기 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김성연 사무국장은 “수탁법인이 인권침해를 했을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수탁 기관을 결정할 때, 인권침해 우려가 있는 시설을 운영여부, 제대로 된 권익옹호를 할 수 있는지 여부를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권익옹호기관은 구조가 복잡하다. 중앙 기관은 복지부 예산을 받고, 지역기관은 정부와 행정청에 영향을 받아야 한다. 또한 17개 시도 지역기관은 서로 전부 다른 법인이 위탁하고 있다. 다른 법인의 지역기관을 중앙에서 모아내고 체계를 가져가야 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권리옹호는 기본 체계다. 시스템만 만들어지면 권리 제한하지 않고, 빨리 대응하면서 자유롭게 평등하게 살 수 있는 사회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권익옹호기관 발전 위해 안정된 체계 마련 필요

토론회에서는 권익옹호기관의 독립성 보장 뿐만 아니라, 권익옹호기관이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위한 필요 요건에 대한 이야기도 오갔다.

▲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이정민 팀장.
▲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이정민 팀장.

이정민 팀장은 권익옹호기관의 발전을 위해서는 ▲인력·예산 확대 ▲업무범위의 확대 ▲가해자에 대한 제재와 처벌강화, 피해자 보호 ▲체계화된 권익옹호시스템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중앙옹호기관의 경우 연구개발, 교육홍보, 인력양성, 운영기획 등 4팀으로 구성되며, 관련 담당자들은 신고와 상담, 현장조사와 응급조치, 피해회복 지원, 사후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현재 4명의 직원만으로는 기관 운영을 할 수 없는 상황.

인력을 충원하고 싶어도 관련 예산 부족으로 쉽게 늘릴 수 없는 실정이다. 2017년 중앙옹호기관 예산은 3억 원으로 당장 인력 충원도 어렵고, 사례지원을 위한 전산시스템 구축 등도 힘들다.

뿐만 아니라 권익옹호기관의 제한된 역할도 기관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꼽힌다.

이 팀장은 “권익옹호기관은 권리에 따 른 이익을 보호하고 지키는 기관이다. 그러나 현재는 학대에만 제한돼있다.”며 “다양한 권리의 침해, 인권과 관련된 문제, 차별 등 온갖 문제에 대해 얼만큼 대응할 수 있을지 염려되는 부분이다.”고 전했다.

중앙옹호기관의 업무 제한은 지역옹호기관과 연계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현재 중앙기관은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운영되지만, 시‧도가 위탁을 맡긴 지역기관의 경우 장애인복지법과 함께 지역 조례에 따라 운영된다.

문제는 일부 시‧도의 지역기관 설치 관련 조례에는 지역기관의 역할로 학대 뿐 아니라 ‘차별’을 포함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가령, 전라남도 지역기관의 경우, 장애인복지법과 전라남도 장애인 차별금지 및 인권보장에 관한 조례의 영향을 받게 되는데, 해당 조례에 따르면 ‘장애인 차별 금지 및 피해예방, 인권보장에 관한 사업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 장애인 권익옹호기관을 위탁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이 팀장은 “일부 지자체 위탁 지역기관은 장애인 권익과 관련한 모든 업무를 맡고 있다. 그러나 정작 업무를 협조, 운영지원을 해야하는 중앙기관은 학대 역할만 관할한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지역기관에서 상담을 받은 차별 사안은 관련 다른 기관에 넘겨야 하는 등 중앙차원의 자체 협조가 어렵게 된다. 실질적으로 피해당사자 지원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어려운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권익옹호기관이 현장에서 장애인이 체감할 수 있는 옹호기관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관련 기관과의 업무 협력을 공고히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장애인 권익 보호 관련 기관은 민간에서 운영하는 상담전화, 권익문제연구소 전국 지부, 조례 중심으로 장애인인권센터 등 지역 기관,  장애유형별 단체들이 운영하는 상담전화, 공적 기구인 국가인권위원회·국민권익위원회, 가장 일선에 있는 형사 사법 절차 기관. 행정청 등이 있다.

김 사무국장은 “업무가 중첩돼 보이는 유사 기관들이 상당히 많이 있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아직도 어려운 일을 만났을 때 어디로 연락할지, 실제로 어떻게 지원을 받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한다.”며 “권익옹호기관은 관련 기관과 업무 협조를 통해 지역안에서 권리옹호체계를 효과적으로 이뤄내야 한다. 장애인들이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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