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뇌병변장애인에게 의사소통조력인 미지원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 행위

세무직 공무원 시험에 응시한 뇌병변장애인이 면접시험에서 의사소통조력인 등 정당한 편의 제공을 받지 못해 불합격 한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뇌병변장애인 윤 모 씨는 지난해 국가공무원 세무직 9급 공개경쟁채용시험 장애인 구분모집에 응시해 합격 최저점수 266.56점보다 높은 298.1점을 맞아 필기시험에 합격했다. 이후 면접시험을 치렀으나, 최종 합격자 발표에서 불합격 처리 됐다. 면접시험에서 정당한 편의제공을 받지 못했기 때문.

윤 씨가 응한 면접시험은 응시자가 자기기술서를 포함한 서식 작성 후, 5분 발표와 20분 내외의 개별면접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윤 씨는 장애로 글씨 쓰는데 어려움이 있어 자기기술서 작성 대필 지원 등 편의제공이 필요했고, 언어장애로 5분 발표와 개별면접에 의사소통조력이 필요했다.

이에 국세청장에게 자기기술서 작성 대필 지원과 별도 고사실 배치, 5분 발표와 개별면접에서 의사소통조력인 제공을 요청했다. 하지만 대필 지원과 별도 고사실 배치만이 제공됐고, 의사소통조력인 제공은 거부당했다. 결국 윤 씨는 필요한 편의제공을 지원 받지 못한 채, 최종 불합격 처리됐다.

이와 관련해 윤 씨는 지난해 9월 국세청장을 상대로는 불합격처분 취소를, 대한민국을 상대로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손해배상금 500만 원을 청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편의제공이 없었던 시험이 부당하다며 윤 씨의 손을 들었다.

지난 16일 서울행정법원 제6부는 ‘국세청장이 윤 씨에게 한 최종 불합격 처분을 최소한다’며 ‘대한민국은 원고에게 300만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뇌병변장애로 인해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원고에게 구술면접에서 의사소통조력인을 지원하는 것은 다른 응시자들과 동등한 조건에서 구술면접을 수행하기 위해 제공돼야 할 정당한 편의제공에 해당하며, 피고 국세청장이 의사소통조력인을 지원하지 않은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규정한 정당편 편의제공 거부 행위.”라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해당 판결에 대해 윤 씨의 소송을 지원한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이하 희망법)은 환영의 입장을 밝히는 한편, 적은 손해배상금액과 의사소통조력인 지원 거부 외에 다른 편의제공 미지원에 대해서는 정당한 사유로 인정한 것에 아쉬움을 표했다.

희망법은 “이번 판결은 언어장애인이 면접시험을 볼 때에 의사소통조력인이 정당한 편의로 제공돼야 함을 확인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다만, 불합격으로 1년을 허비한 윤 씨의 아픔을 씻기에 300만 원의 손해배상액은 지나치게 적고, 윤 씨가 명시적으로 요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세청장이 면접시간을 연장하지 않고 5분 발표 준비를 위한 보조도구나 보조인을 지원하지 않은 데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한 것은 아쉬운 점.”이라고 전했다.

이어 “판결을 계기로 언어장애인이 면접시험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면접시험에서의 편의제공이 개선되길 기대한다. 그 시작으로 공무원시험에서 언어장애인에 대한 의사소통조력인 제공이 시험 안내에 명시되고, 면접위원들이 언어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갖지 않도록 충분한 교육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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