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서비스 바우처 수가 현실화를 위한 토론회 개최

▲ 사회서비스 제도개선 공동행동이 사회서비스 바우처 수가 현실화를 촉구하는 ‘사회서비스 수가 현실화를 위한 증언대회·토론회’를 열었다.
▲ 사회서비스 제도개선 공동행동이 사회서비스 바우처 수가 현실화를 촉구하는 ‘사회서비스 수가 현실화를 위한 증언대회·토론회’를 열었다.

사회서비스를 통해 노인, 장애인 등 사회 활동에 취약했던 사람들의 외부활동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이 제도를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사회서비스 제공기관(이하 제공기관)과 노동자들은 지나치게 낮은 수가로 인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사회서비스 4대 바우처사업은 노인돌봄종합서비스, 가사간병방문지원사업, 장애인활동지원사업, 산모·신생아건강관리지원사업으로, 지난 2007년 정부가 이용자의 선택권 보장과 서비스 품질보증을 위해 도입한 뒤 지난해 4대 바우처 기준 제공기관 3,641개, 제공인력 11만7,000명, 이용자 74만7,000명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2017년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노동자의 인건비와 제공기관의 사업비를 계산하면 ▲노인돌봄 936원 ▲가사간병 536원 ▲장애인 활동지원은 1,496원 정도 최저임금보다 덜 받고 있다.

노동자들은 열악한 근로 환경으로 인해 하나 둘 현장을 떠나고 있으며, 제공기관 역시 운영비를 한 푼도 사용하지 못하고 전부 인건비로만 책정해도 정부가 책정한 수가로는 최저임금조차 지급하지 못해 기관 운영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

이에 사회서비스 제도개선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7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에서 사회서비스 바우처 수가 현실화를 촉구하는 ‘사회서비스 수가 현실화를 위한 증언대회·토론회’를 열었다.

공동행동은 근로기준법도 지키지 못하고 있는 수가 문제에 대해 정부가 책임지고 개선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회에 제출된 ‘일자리 추경안’에 수가 최저임금 위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 들어있지 않다며, 사회서비스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이 반드시 지급할 수 있도록 관련 내용을 반영할 것을 요구했다.

“좋은 일자리에서 좋은 서비스 나온다.” 적정 수가 인상으로 생활임금 현실화 요구

▲ 한국돌봄사회적협동조합 송유정 정책위원장이 발표하고 있다.
▲ 한국돌봄사회적협동조합 송유정 정책위원장이 발표하고 있다.

사회적협동조합 양지돌봄 정시경 요양보호사는 한 달 임금이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생활이 가능할 수 있는 정도의 급여를 받고 일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그에 따르면 10년 전에 한 달 77만 원의 수가를 받았는데, 지금은 바우처 제도로 시간급으로 계산해 한 달 82만 원을 받고 있다. 노인종합돌봄 서비스 수가는 2년째 물가인상률을 반영하지 않은 채 동결이며, 가사간병방문도우미 서비스 수가도 최저임금의 75%에 불과하다.

정시경 요양보호사는 “하루에 집안 일 2시간도 힘든데, 우리 돌봄 노동자들은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하루 6시간 이상을 청소, 빨래, 설거지 등을 진행한다. 서비스 받는 분들의 생활이 어려워 뜨거운 물, 선풍기, 전기 등을 마음대로 이용하지 못해 근로환경도 매우 열악하다.”며 “국가가 제공하는 좋은 일자리인 줄 알고 요양보호사 일을 시작했는데, 국가가 산정한 수가 자체가 너무 낮아 우리들의 삶도 너무 열악해졌다.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인건비를 받으면서 누가 노인들을 돌보려고 하겠느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돌봄 노동자인 요양보호사가 당당한 직업인으로 인정받는 사회에서 보람 있게 일하고 싶다.”며 “사회서비스 바우처 수가를 적정한 수준으로 인상해 요양보호사들이 생활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 김영이 위원장은 이처럼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의 수가가 생활이 불가능한 수준인 이유는 정부가 수가 문제를 인지하면서도 이에 대한 책임을 떠넘기며 방기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에 따르면 많은 제공기관들이 부족한 수가로 기관을 운영하기 위해 근로기준법을 무시하고 보건복지부가 책정한 하한선에 맞춰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에 맞춰 최저임금과 주휴수당을 지급하는 기관은 전국 제공기관 약 900곳 중 15곳 정도에 불과하다.

김 위원장은 “상황이 이런 데도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은 이유는 사회서비스를 담당하는 지원체계가 보건복지부·국민연금공단·사회보장정보원·광역기초자치단체·민간위탁기관 등 너무 많아 경우에 따라 문제를 서로 떠넘기고 있기 때문.”이라며 “특히, 민간위탁이라는 형태는 경쟁에 의한 서비스의 질 재고라는 원래 목적이 아니라 정부의 책임 회피를 위한 좋은 구실이 되고 있다. 최저임금도 못 받고 불안정한 일자리에서 일하는 환경에서 어떻게 서비스의 질이 올라갈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제공기관 운영 정상화와 사회서비스공단 설치해야… 복지부, 수가 현실화 공감하지만 단시간에 해결 어려워

한국돌봄사회적협동조합 송유정 정책위원장은 좋은 일자리에서 좋은 서비스가 나온다며 국가가 나서서 제공기관 운영 정상화를 통한 수가 정상화를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정책위원장은 “2011년 ‘사회서비스이용권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해 제공기관 등록제로 바뀐 뒤 무분별한 시장 경쟁과 불법 부정행위로 인해 제공기관의 공공성이 많이 훼손됐고, 이로 인한 피해는 사회서비스 노동자와 이용자가 고스란히 받고 있는 실정.”이라며 “정부는 제공기관의 공공성 유지를 위한 제도 개선과 공급구조를 재편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문재인 정부의 사회서비스공단 설치 공약으로 이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는데, 직접 고용처럼 사회서비스 노동자의 처우 개선에 대한 명백한 해결책도 없기 때문.”이라며 “국가는 각계각층의 이해와 요구를 수렴해 사회서비스공단 설치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요청했다.

특히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윤정향 연구위원은 노동자를 대상으로 벌어지는 노동권 외면·무시전략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윤 연구위원은 현재 4대 바우처 노동자들이 정부의 책임 전가로 인해 노동권이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며 ▲사회서비스의 호출·장시간노동 성격 ▲정부 권고(가이드) 방식의 임금 책정 ▲저임금 구조로 인한 포괄임금제 공고화 ▲4대 보험과 퇴직금 사각지대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그는 처우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서비스수가 산정방식과 절차의 법제화·공개 △유기적이며 단일한 사회서비스노동자 임금체계 설계 △근로기준법·최저임금법·노동관계법 준수와 관리감독을 통한 노동권 보호 △정부·지자체간 협력을 통해 제공기관의 기반 내실화 지원 등을 제안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국회의원과 정부관계자는 제공기관 관계자·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의 의견에 공감하며 논의된 내용들을 적극 검토해 정책·사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 더불어민주당 유승희 의원
▲ 더불어민주당 유승희 의원

더불어민주당 유승희 의원은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의 노력이 합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국회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대한민국 복지는 사회경제 약자들을 위해 일하는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의 헌신과 희생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사회서비스 분야 인원 확충뿐만 아니라 수가 등 노동 조건의 질적인 개선도 확실하게 보장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보건복지부 사회서비스 일자리과 왕형진 과장은 “지난 정부 때 사회서비스 인프라 확충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인건비가 감소한 측면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재정적 한계, 배분에 있어 우선순위 등의 문제로 수가 현실화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서비스 바우처 산업이 애초에 민간 주도의 역할을 확장해 사회서비스 영역을 확대하는 데 목표가 있었는데, 결국 정부에 의한 재정 의존도가 너무 심해진 구조적 문제가 있다.”며 “양질의 일자리라는 방향성에 대해 공감하지만, 재정 출처가 다양하고 관리하는 방식도 단위마다 달라 지참상의 차이가 많이 나는 걸로 알고 있다. 이러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기다려 달라.”고 전했다.

그러나 토론회 참가자들은 “관계부처의 지침이 근로기준법·최저임금법 위에 있을 수 있냐”며 수가 현실화는 최소한의 노동권 보장이므로, 이 문제를 우선순위에 놓고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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