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점 찾지 못한 ‘강서지역 특수학교 신설’… 무릎 꿇은 부모들
합의점 찾지 못한 ‘강서지역 특수학교 신설’… 무릎 꿇은 부모들
  • 이명하 기자
  • 승인 2017.09.06 09: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설립반대 측 ‘주민 동의 없었다’ 비난… 교육청 “특수학교가 필요한 곳, 협의점 찾아 설립 진행 노력”
▲ 부모들이 설립반대 측 주민에게 무릎을 꿇고 특수학교 설립을 지지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 부모들이 설립반대 측 주민에게 무릎을 꿇고 특수학교 설립을 지지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장애인으로 보지 말고 교육받을 권리가 있는 학생이 어렵게 통학한다고 생각해 주십시오.

장애가 있어서 특별한 배려를 해 달라 말씀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장애가 있든 비장애인이든 학교는 가야하지 않습니까? 강서구의 장애가 있는 학생들 가운데 먼 거리에 있는 학교에 통학하려고 두 시간 전에 집을 나와야 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장애어린이도 공부할 권리가 있지 않습니까? 특수학교 안전하고 깨끗하게 운영할 수 있습니다. 강서구 학생은 당연히 강서구에서 교육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이은자 부대표

부모들이 또 다시 무릎을 꿇었다.

지난 7월 6일에 진행된 1차 주민간담회에 이어 약 두 달 뒤인, 지난 5일 서울탑산초등학교 강당에서 열린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 신설’을 위한 주민 토론회는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끝났다.

약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토론회에서 장애인부모단체, 교육청, 특수학교 설립 찬·반 주민들의 의견이 한 치의 양보 없이 매섭게 부딪혔다.

좁혀지지 않는 의견차이로 부모들은 설립반대 측 주민들을 향해 특수학교 설립을 지지해 달라 무릎을 꿇고 호소했지만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이은자 부대표가 마이크를 손에 들고 “강서구에 위치한 교남학교는 학생정원이 100명밖에 되지 않아 강서구에 거주하는 장애학생을 모두 수용하기 어렵다.”며 “학생들의 교육권을 지키는 데 동참해 달라.”고 강서구 내 특수학교 설립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어 “반대하는 주민들의 걱정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우려하는 부분은 현실이 되지 않도록 학교운영 할 것.”이라며 “마음을 열고 학생들을 위한 특수학교 설립을 지켜봐 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설립반대 측 주민들은 ‘마곡지구로 가라’, ‘대체부지 마련에도 왜 굳이 이곳을 주장하느냐’, ‘장애인학교 원하지 않는다, 나가라’ 등 언성을 높였고, 이내 이 부대표는 준비한 말을 제대로 마무리 하지 못한 채 자리에 앉아야 했다.

해당 부지에 특수학교 설립을 추진 중인 서울시교육청 조희연 교육감과, 한방병원 설립을 주장하는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도 의견의 양보는 없었다.

특히 이날 토론회장에서는 특수학교 설립을 찬성하는 주민들과 반대하는 주민들의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찬성측 입장의 주민들은 토론회 시작 한 시간 전 기자회견을 열어 ‘함께 살아가는 강서 위한 특수학교 설립’을 의견을 밝혔다.

기자회견을 진행한 강서양천공동행동 박진보 공동집행위원장은 “같은 강서구민으로서 상당히 부끄럽다. 한방병원 없어도 한방 치료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장애가 있는 학생들은 학교가 없어 2시간이 넘는 통학시간을 감수하고 다른 지역으로 학교를 다녀야 한다.”며 “무엇이 더 우리 지역에 필요한 시설인가.”라고 반문했다.

▲ 설립반대 측 주민들이 설립을 찬성하는 주민들이 '설립찬성 손팻말'을 들고 있자 토론회장을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설립반대 측 주민들이 설립을 찬성하는 주민들이 '설립찬성 손팻말'을 들고 있자 토론회장을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 측 “소통 없는 교육청, 지역이기주의 아니다”

강서구특수학교설립반대추진비상대책위원회(이하 설립반대 비대위)는 주민 소통 없이 진행된 일방적 특수학교 설립이라고 반대하며, 특수학교 예정지를 대체 부지로 옮기고 지역주민을 위한 한방병원을 유치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설립반대 비대위 신동호 위원장은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 신설 주민토론회는 특수학교를 짓겠다는 가정 하에 시작된 토론회다. 공진초등학교 부지의 활성화 방안에 대해 토론을 해야 하는 것이 먼저다.”며 “겨우 마련된 지난 1차 토론회에서 제대로 된 결론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 교육청은 지난 7월 25일 특수학교 신축공사를 위한 설계공모를 진행했다.”며 설립반대 의견을 주장하는 주민들을 기만했다고 분노했다.

더불어 특수학교 설립 반대는 지역주민들의 욕구를 반영해 달라는 요구일 뿐, 지역이기주의가 아니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신 위원장은 “장애인을 위한 시설은 이미 공진초등학교 부근에 구립강서구직업재활센터, 장애인복지관 등 두 곳이나 있다. 장애가 있는 주민뿐 아니라 다른 주민들도 필요로 하는 시설을 유치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한방병원이 들어오면 지역주민들의 건강권과 직업연계까지도 가능할 것이다. 교육청은 당장 건축설계 진행을 중단하고 해당 부지에 어떤 유형의 시설이 지역에 이득이 되는지 따지고 주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구 의원인 김성태 의원 역시 장애학생 위한 특수학교 건립도 중요한 만큼, 강서 주민의 의견도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서울시 마곡지구 내 공원용지 일부를 학교용지로 변경하는 데 서울시가 해당 위치에 입지 검토가 가능하다는 공문을 교육청에 보냈다.”며 “주민 모두 상생하기 위한 대체 부지 마련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교육청은 공진초등학교 부지에 특수학교 설립을 주장하며 갈등을 만드는 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조희연 교육감이 설립반대 측 주민들의 건출설계 중단 요구에 법적 절차라고 해명하며, 주민 협의체를 구성해 합의점을 찾겠다고 전하고 있다.
▲ 조희연 교육감이 설립반대 측 주민들의 건출설계 중단 요구에 법적 절차라고 해명하며, 주민 협의체를 구성해 합의점을 찾겠다고 전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반드시 필요한 ‘특수학교’”

서울시교육청은 특수학교 설립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며 반대 측 입장 설득했다.

먼저 설립반대 측 주민들이 비난하고 있는 특수학교 신축공사를 위한 설계공모에 대해 학교가 마련되기 위한 법적 절차라고 설명했다.

교육청 백종대 교육행정국장에 따르면 특수학교에 대한 수요가 있으면 특수학교 설립의 필요성에 대한 판단을 진행한다. 그 뒤 학교가 들어설 입지를 확보하고 학교 수립계획을 세운다. 수립된 계획은 교육위원회의 심사를 거치게 되고, 심사가 통과되면 시의회를 통해 승인, 예산이 의견된 뒤 예산을 반영하는 과정을 거친다. 여기서 ‘예산설계비집행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신축공사를 위한 설계공모는 이러한 과정 중 하나다.

백 교육행정국장은 “법적 절차에 따라 설계공모가 나간 것일 뿐, 지역 주민들의 반대의견을 묵살하는 처사가 아니다.”고 해명하는 한편, “공진초등학교 부지는 학교 용지 외의 목적으로는 사용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특수학교 설립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이어 “설립반대 측 주민들이 장애인 시설이 이미 있기 때문에 특수학교가 필요 없다고 하지만, 오히려 특수학교 주변에 관련 시설이 있는 것은 교육과 복지에서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민들을 설득했다.

또한, 타 지역과의 특수학교 분포를 비교하는 반대 측 입장에 대해서는 현재 특수학교가 마련되지 않은 8개구에도 특수학교를 설립해 서울시 전체 구에 특수학교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는 확고한 입장을 밝혔다.

조희연 교육감은 “강서 뿐 만아니라 지역구 내 1개 이상의 특수학교가 있는 곳이 있다. 강서구에는 장애가 있는 학생이 많아 교남학교 만으로 수용이 부족하다 판단해 특수학교 설립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민들이 한방병원에 대한 욕구가 있다면, 공진초등학교 부지가 넓어 특수학교를 먼저 설립하고 난 뒤 용지를 나눠 한방병원 유치도 고려할 수 있다.”고 의견을 밝히며, 주민 협의체를 구성해 의견 좁혀나가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토론회는 약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됐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끝났다.

  ▲ 비대위가 토론회장 밖에서 공진초등학교에 한방병원 유치를 지지하는 현수막을 펼치고 있다.  
▲ 비대위가 토론회장 밖에서 공진초등학교에 한방병원 유치를 지지하는 현수막을 펼치고 있다.
  ▲ 강서구에서 특수학교 설립을 지지하는 주민들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 강서구에서 특수학교 설립을 지지하는 주민들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 특수학교가 설립될 부지로 선정된 폐교된 공진초등학교의 모습.  
▲ 특수학교가 설립될 부지로 선정된 폐교된 공진초등학교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