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학대를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해 설치된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하 옹호기관)이 예산 부족, 권한 부재 등으로 업무 수행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국회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실 보건복지여성팀 김대명 입법조사관보는 국회의원의 입법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최신 국내외 동향과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소식지 ‘이슈와 논점’을 통해 이와 같은 내용을 전했다.

현재 중앙 옹호기관은 장애인복지법에 근거해 지난 2월에 문을 열었고, 지역 옹호기관은 수탁기관 선정중이다.

옹호기관의 주요 업무는 ▲지역 옹호기관에 대한 지원 ▲장애인학대 예방 관련 연구, 실태조사 ▲프로그램 개발 보급 ▲교육·홍보 ▲전문인력의 양성, 능력 개발 ▲관계 기관법인·단체· 시설 간 협력체계의 구축·교류 ▲장애인학대 신고 접수 등이다.

김 조사관보는 옹호기관이 신고접수에서부터 현장조사, 응급조치, 피해 장애인 회복 등 옹호기관의 업무는 매우 자세하지만, 업무를 수행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먼저 예산 부족을 지적했다. 중앙 옹호기관은 기관장 1명과 4명의 직원이 상주하며,  연간 3억 원의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역 옹호기관도 비슷한 인력 규모와 하반기 기준 9,500만 원의 예산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는 사회약자를 보호하고 있는 노인보호전문기관,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비하면 부족한 액수다.

특히 해당 기관은 학대 예방, 프로그램 개발 등 옹호기관과 업무가 크게 다르지 않음에도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의 경우 기관장 1명과 직원 8명, 1년 예산 약 9억 원이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은 기관장 1명과 직원 24명 1년 예산 약 14억 원이다.

이에 김 조사관보는 옹호기관의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 상시적으로 신고접수를 담당하는 직원, 현장조사 직원, 회계 담당 직원 등 충분한 인력 확충이 필요하고, 장애인 학대 관련 교육과 홍보를 위한 예산과 피해 장애인들의 정보관리, 통계 등 전산시스템 구축 예산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권한 등에 관한 법적 근거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현행 법령에 따르면 옹호기관이 장애인 학대 사건 신고 접수 후 현장에 출동하게 될 때 수사기관에 대한 동행 요청과 그에 대한 협조 의무 등은 규정되지 않았다.

또한 학대행위자 등에 대한 명확한 조사, 질문 권한도 없으며, 현장조서 거부와 업무방해금지 의무 규정은 있지만, 이를 어길 시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만 부과하고 있다.

이렇듯 옹호기관은 법으로 기관의 업무를 규정하고 있지만, 권한의 미비·예산 부족 등으로 실효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김 조사관보는 문제 개선을 위해 전략적 예산 지원 활용과 권한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주어진 예산 범위 내에서 보다 효율적인 사용을 모색하는 한편, 학대 사건 신고 접수와 현장출동 시에도 112 긴급 전화와 수사기관의 차량을 공동으로 이용하는 등의 방법을 강구할 수 있다.

아울러 학대 사건 해결을 위해 현행법 규정을 보완해야 한다. 현장 출동 시 수사기관에 대한 동행 요청과 그에 대한 협조의무, 현장에서 조사하고 질문할 수 있는 권한과 그 범위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

또한 현장조사에 대한 방해금지 의무 위반 시 처벌 규정 강화도 필요하다. 가령, 노인, 아동보호전문기관의 경우 현장조사 등을 방해하거나 거부할 경우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하고 있다.

특히 현행법은 방해금지 의무 주체를 ‘장애인 학대와 관련되어 있는 자’로 제한하고 있는데,  사건 당사자와 그들의 가족, 장애인 관련 시설 직원 등이 엉켜있는 복잡한 학대 사건 현장을 생각해보면, 굳이 이러한 제한을 둔 합리적인 이유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 조사관보 생각이다.

끝으로 그는 “옹호기관은 기존의 분산된 장애인권익옹호체계를 통합하는 기관으로 장애인들이 가진 권리를 지켜줄 수 있는 방향으로 운영돼야 한다.”며 “옹호기관의 업무 영역을 장애인 학대 문제에만 국한할 것이 아니라 장애인 차별과 인권침해 문제 등으로 확대해나가는 방안과 위탁 운영 방식의 특성상 제기될 수 있는 수탁기관의 독립성 확보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도 깊이 있게 검토 돼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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