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4대분야 25개 세부 계획 담긴 예산 요구안 작성

▲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20일 오후 2시 여의도 국회 앞에서 ‘2018년 장애인 예산 요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20일 오후 2시 여의도 국회 앞에서 ‘2018년 장애인 예산 요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내년도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 예산이 편성됐지만, 장애계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장애계가 수없이 요구해 해온 탈시설 관련 예산은 0원이고, 활동지원제도 예산도 기대만큼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이하 한자협)가 총 4대 분야 25개 세부 계획이 담긴 예산 요구안을 만들고, 국회에 제출하기 위해 20일 오후 2시 여의도 국회 앞에서 ‘2018년 장애인 예산 요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내년도 탈시설 예산 ‘0’원, 계획부터 지역사회 정착까지 단계별 예산 마련하라

서울시, 부산광역시, 광주광역시 등 각 지역마다 관내 장애인거주시설 거주인들을 대상으로 탈시설 자립생활 욕구조사를 진행한 결과 50% 이상이 ‘자립생활을 희망한다’고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 탈시설 정책을 만들겠다고 공약했었다. 하지만 내년도 복지부 예산안에는 탈시설 지원 항목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한자협은 탈시설-자립생활강화를 위한 예산 편성을 촉구했다.

한자협에 따르면 장애인거주시설 거주인이 지역사회에 살기 위해서는 탈시설 정착금, 주거 지원, 탈시설전환센터 등이 필요하다. 한자협의 추계에 따르면, 이를 위해 총 1,810억2,700만 원이 필요하다.

한자협의 예산 요구안을 분야별로 자세히 살펴보면, 먼저 거주인의 원활한 지역사회 정착을 위한 탈시설전환센터가 만들어져야 한다. 탈시설 전환센터는 탈시설에 관한 체계화 된 계획을 세우고, 지역사회 기반을 개발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한자협은 내년도 중앙과 3개 광역시도에 탈시설전환지원센터 설치를 요구하며, 이에 대한 예산으로 24억9,000만 원을 책정했다. 해당 금액은 2017년 중앙발달장애인지원센터 운영예산을 근거로 1개 센터 당 7억3,500만 원(총 4개)으로 계산된 것이다.

거주인이 지역사회에 정착하기 위해 필요한 주거와 자립지원금도 마련돼야 한다.

자립지원금은 1인 당 2,000만 원(1년)으로, 2016년 기준 전체 시설거주인 3만1,222명 중 단기보호시설과 공동생활가정 거주인을 제외한 인원 중 5%에 해당하는 1,339명의 탈시설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총 267억8,000만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탈시설 이후 당사자가 생활할 수 있는 주거 공간도 지원돼야 하는 부분이다.

자립생활을 위한 주거는 1가구에 2명이 생활할 수 있는 자립생활 주택과 1가구에 1명이 거주하는 독립생활주택으로 나뉜다. 주택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1채 기준 민간임대 보증금 2억 원, 임대주택 보증금 3,000만 원의 비용이 든다.

주택 마련 뒤 주택을 운영하는 것에도 비용이 필요하다. 자립생활주택의 경우 서울시 자립생활주택 모델 운영사업비 기준으로 예산을 산출한 결과 1주택 당 6,000만 원, 총 600개소로 360억 원이 책정된다.

독립생활주택의 경우 올해 장애인거주시설 시설당 기본지원금으로 예산을 산출한 결과 1주택 220만 원, 총 139명에 대한 예산 3억705만1,000원이다.

따라서 한자협이 추산한 탈시설 지원 관련 총 예산은 1,810억2,700만 원이다.

한자협 최용기 부회장은 “문재인 정부는 후보 시절 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살아야 한다고 공약했다. 공약 이행을 위해서는 에산을 확보해야 한다. 왜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나. 우리는 시설에서 살고 싶지 않다. 그래서 탈시설 자립생활을 주장한다. 누구나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 살아갈 수 있도록 탈시설 예산 확보해 달라.”고 전했다.

▲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예산 요구안.
▲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예산 요구안.

활동지원 필요한 장애인 81만 명, 복지부는 ‘8.5%만’?

한자협은 장애인활동지원제도에 대한 예산도 추가 증액을 요구했다.

2014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의 일상생활 수행 시 타인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비율은 32.2%다. 이는 등록장애인 250만 명 중 약 81만 명에 해당한다.

하지만 내년 복지부가 편성한 활동지원제도 예산은 6,567억 원으로, 6만9,000명 만이 활동지원제도를 수급 받을 수 있다.

이에 한자협은 활동지원 수급 대상의 수가 턱없이 적다고 지적하며, 총 10만 명으로 지원 대상을 확대할 것을 주장했다.

수급 대상자 수 뿐만 아니라, 활동지원제도 서비스 수가도 낮게 책정됐다.

활동지원 수가는 활동보조인의 임금과 활동지원기관 운영비로 구성된다. 복지부 지침에 따라 활동보조인의 임금은 전체 수가의 75% 이상을 지급 받아야 한다. 이외에 25% 내외에서 기관 운영비와 퇴직금, 법정수당, 연차유급휴가, 담당자 인건비, 통신 요금 등을 지급한다.

문제는 최저임금의 인상속도와 활동지원수가의 인상폭이 시간이 지날수록 격차를 보인다는 것이다.

지난 2011년부터 올해까지 최저임금은 약 50% 인상된 반면, 활동보조 단가는 15.5%인 1,240원만이 인상됐다.

이에 한자협은 그동안 수가에 반영하지 않았던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을 적용해 수가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노금호 부회장.
▲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노금호 부회장.

한자협 노금호 부회장은 “정부는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올리겠다고 이야기 한다. 그런데 활동보조인은 지금의 최저임금 조차도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중증 장애인은 서비스를 더 많이 받아야 하지만, 지금의 단가로는 제공이 어려워 활동보조인의 외면을 당하고 있다. 정부의 낮은 수가 책정으로 활동보조인과 장애인 모두가 힘든 삶을 살고 있다. 제대로 된 수가를 책정해 달라.”고 전했다.

낮은 장애인 취업률, 정부가 앞장서서 공공기관 일자리 창출해야

중증 장애인 공공일자리 1만개 확대를 위한 예산 확보도 필요하다.

장애인은 비장애인에 비해 고용률과 실업률 모두에서 2배에 가까운 격차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기준 장애인의 실업률은 6.5%로 전체 인구 실업률 3.7%의 2배 수준이며, 장애인 고용률은 36.1%로 전체 인구 고용률 61%의 2개 가까이 낮다.

특히 중증 장애인과 여성은 더 취약하다. 지난해 기준 중증 장애인의 실업률은 9.2%, 고용률은 19.7%에 불과하며, 여성장애인 실업률은 6.8%, 고용률은 20.8%에 그친다. 전체 장애인구와 비교하면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에 한자협은 중증 장애인과 여성장애인을 위한 주 40시간 7,000명, 주20시간 3,000명 총 1만 명의 일자리 마련을 위한 예산 1,749억3,000만 원을 요구했다.

노금호 부회장은 “장애인은 노동자 아닌가. 장애인은 노동할 수 없나. 그들의 노동은 이 사회 아무런 의미가 없나.”라고 물으며 “우리도 일할 수 있다. 동료상담, 차별상담, 인권옹호하면서 우리의 노동 가치를 증명해 나가게 만들어 달라. 공공기관 1만개 일자리 창출과 그에 대한 예산 확보를 요구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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