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기본권으로서의 ‘이동권’ 보장… 국가의 역할 규정 필요
사회적 기본권으로서의 ‘이동권’ 보장… 국가의 역할 규정 필요
  • 황현희 기자
  • 승인 2017.11.03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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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입법조사처 '이슈와 논점', 이동권 조항 헌법 명시 주장 나와

개헌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국민 누구나 이동의 자유를 보장받을 수 있는 ‘이동권’ 조항을 헌법에 명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국회입법조사처 경제산업조사실 국토해양팀 박준환 입법조사관는 국회의원의 입법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최신 국내외 동향과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소식지 ‘이슈와 논점’을 통해 이와 같은 내용을 전했다.

현재 한국 헌법은 자유롭고 안전한 이동을 말하는 이동권을 독립적 조항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다만,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갖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 평등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등에서 ‘이동권 보장’을 유추할 수 있다.

물론, 이동권 관련 보다 근접한 근거로 헌법 제14조 거주‧이전의 자유를 둘 수 있다. 하지만, 필자는 제14조만으로는 이동권의 의미를 충분히 실현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조사관에 따르면 먼저, 이동권은 보다 능동적으로 자신의 이동을 누릴 수 있는 권리이자, 이를 위해 필요한 국가의 노력을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이동권은 그 자체로 헌법에 규정되지 못하다보니, 거주‧이전의 자유를 통한 부수적이고 보조적인 권리로 비춰지는 경향이 있다.

뿐만 아니라 이전은 이동 혹은 교통과 비교할 때 의미의 차이를 보인다. 따라서 이동권의 포괄적 범위를 담아내기에는 개념 범위가 좁다.

또한 거주‧이전의 자유는 자유권적 기본권으로 자유의 침해 배제라는 소극적 성격이 강해 이동권 실현을 위한 국가의 적극적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에 박 조사관은 헌법으로 이동권을 규정하고 있는 해외 사례를 소개하며, 한국도 헌법에 이동권을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일 헌법 제11조는 ‘모든 국민은 연방 영역에서 자유롭게 이동할 자유를 갖는다(All German enjoy freedom of movement throughout the federal territory)고 독립된 조항을 마련하며, 독일의 모든 국민이 이동의 자유를 누릴 수 있음을 선언하고 있다. 더불어 이동권이 제약 되는 경우, 오직 법률에 의하거나 법률에 근거해 제한되는 요건을 별도로 명시하고 있다.

캐나다 역시 헌법 제6조 ‘캐나다의 모든 시민은 자유롭게 출입국할 수 있고, 어느 지역으로든 이동할 수 있다(Every citizen of Canada has the right to enter, remain in and leave Canada)’고 이동권에 대한 독립 조항을 규정했다.

이밖에 핀란드, 네덜란드, 러시아, 스위스, 스웨덴 등 많은 국가들이 헌법에서 이동의 자유 혹은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한국처럼 이동권이 거주·이전의 자유의 부수권리로 해석되는 것과 달리, 거주‧이동의 자유와 이동의 자유를 다른 권리로 구분한다는 것이다.

또한 해외 국가는 단순히 이동의 ‘자유’가 아닌 이동을 ‘권리’로 명시하고 있다. 이동의 자유가 부당한 침해를 배제하는 소극적 성격을 갖는다면, 이동의 권리는 국가가 국민의 이동에 필요한 조건의 형성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적극적 권리로 해석될 수 있다.

아울러 우리 헌법은 기본권 제한에 대해 주로 일반적 법률유보조항(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에 따르게 하고 있는 반면, 많은 국가에서 이동과 관련해 개별적 법률유보조항을 둬, 이동의 권리와 함께 이 권리의 범위나 제한에 대해 명시하고 있다.

박 조사관은 “한국처럼 이동권을 거주‧이전의 자유로만 규정되는 것은 국가 최상위 규범인 헌법상 표현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며 “현행 헌법 규정은 모든 국민이 자유롭고 안전한 이동을 실현시키려는 수많은  법령의 근거로 작동하거나 정책방향을 제시함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 조사관은 이동권을 사회적 기본권으로서 보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그는 이동권 보장 관련 국가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했다. 교통서비스가 없는 오지‧낙도에 사는 어린이, 운전을 할 수 없어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휠체어 이용인 등이 이동의 자유와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국가의 적극적 노력과 지원이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박 조사관은 “이동권에 대한 국가의 역할을 헌법 제35조의 환경권(~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과 유사한 수준으로 강화해 국민의 자유롭고 안전한 이동을 위한 국가의 노력을 강조할 수 있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며 “즉, 이동권을 국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조건의 형성을 적극적으로 국가에 요구할 수 있는 사회권의 하나로 규정하는 방안이 개헌 논의의 중요한 과제로 포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