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가 있는 부모의 바람, ‘아이와 함께 안전하고 평등하게 살아가기’
장애가 있는 부모의 바람, ‘아이와 함께 안전하고 평등하게 살아가기’
  • 황현희 기자
  • 승인 2017.11.07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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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여성자립생활센터파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장애계 단체는 7일 국회 앞에서 ‘장애가 있는 부모에 대한 차별철폐 기자회견’을 열었다.
▲ 장애여성자립생활센터파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장애계 단체는 7일 국회 앞에서 ‘장애가 있는 부모에 대한 차별철폐 기자회견’을 열었다.

장애가 있는 부모들이 출산·양육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을 토로하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의 바람은 ‘장애가 있는 부모와 아이가 함께 안전하고, 평등하게 지역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기’ 단 하나다.

장애여성자립생활센터파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추련) 등 장애계 단체는 7일 국회 앞에서 ‘장애가 있는 부모에 대한 차별철폐 기자회견’을 열었다.

“아이가 두  동안 복통에 시달렸다. 원인을 알 수 없어 밤마다 배를 주물러줬다. 어느날 아이가 나에게 ‘엄마, 내 친구가 장애인은 나쁜 사람이래. 나쁜 사람은 죽어야 한다는데, 엄마도 죽는거야? 엄마도 장애인이잖아’라고 물었다.

그 말을 듣는데 머리에서 발끝까지 온몸에 피가 빠지는 것 같았다. 내가 장애가 없었더라면 우리 아이는 이런 고통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부모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아이가 학교에서 받고 있는 차별을 전해 듣는 고통은 지금까지 내가 사회에서 느낀 차별과는 다른 경험이다.”
 

장애여성자립생활센터 파란 박지주 소장

“임신한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의사가 제일 먼저 했던 말은 ‘아이 낳을 거에요’였다. 당연히 ‘낳을거다’라고 말하니, 의사는 ‘장애가 있어서 아이를 키울 수 있겠습니까’라고 말했다.

텔레비전을 보면, 임신한 부모에게 ‘축하해요. 임신 몇주입니다. 엄마되서 기쁘죠’라고 말하던데, 나도 이말을 듣고 싶었는데, 대뜸 ‘낳을거에요?’란 말을 들으니 너무 기가 막혔다.

아이를 낳고 나니, 시어머니가 아이는 본인이 키우겠다며, 데려가려고 했다. 나는 ‘절대 안된다. 내 아이는 내가 키운다’고 강하게 반발했고, 지금까지 내 아이는 내가 잘 키우고 있다.

파란센터 김소영 동료상담가.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하던 날. 입학식을 가려고 준비하는데, 아이가 나에게 ‘엄마가 가면, 애 들이 쳐다보니깐 입학식에 안오면 안돼?’라고 말했다. 정말 큰 상처였다. 이내 아이는 웃으면서 ‘그냥 같이 가자!’고 말하더라. 초등학교에 막 입학한 아이들이 왜 이런 고민을 해야 하는건가. 너무나 안타까웠다.

뿐만 아니다.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울면서 나에게 ‘학교 애들이 엄마가 장애인이니깐 너도 장애인이라고 놀린다’고 말하더라. 너무 화가나서 국가인권위원회와 교육청에 민원을 넣었다. 하지만, 여전히 학교에서 놀림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학교에서 기죽어 있는 모습을 볼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줄 알았지만, 착각이었다. 고등학교 상담으로 선생님을 만나러 갔더니, 선생님은 나에게  ‘어머님이 장애가 있으셨군요. 왜 아이가 그런 이야기를 안했는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했다. 이게 무슨 말인가. 비장애인 부모를 둔 학생들은 ‘우리 엄마 비장애인이에요’라고 말하나? 왜 엄마가 장애인인 것을 밝혀야 하나. 선생님들조차도 장애에 대한 이해가 없다.

경기도 화성 장애인 야학 이경희 교장

기자회견을 통해 당사자들은 그동안 아이를 키우면서 느꼈던 슬픔과 분노, 어려움 등을 쏟아냈다. 장애에 대한 인식도 사회적 환경도 부족한 현실에서 자녀를 키워내야 하는 장애가 있는 부모들의 현실.

특히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등 교육기관 내 장애 인식은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정기적으로 장애인식교육을 받고 있지만,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이에 이들은 정부에 ▲부모의 장애를 이유로 인권침해 발생 시 즉각 인권교육 실시 ▲교육기관 내에 장애가 있는 부모 지원을 위한 지원체계 마련 ▲장애인 가정을 위한 가정폭력상담소·쉼터 설치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장추련 김성연 사무국장은 “누구나 부모가 될 권리가 있다. 장애유무를 떠나 부모는 자녀가 행복하고 평화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권리가 있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양육하고, 모부성권 지킴에 어려움이 있다면, 국가는 마땅히 지원체계 만들어야 하는 것이 의무.”라고 꼬집었다.

아이와 함께 안전하고 평등하게 공동체안에서 살아가기… ‘정부 지원’ 필수

인식 뿐 아니라 사회적 기반도 이들에게는 어려움이다. 임신, 출산, 양육 전 과정에서 모·부성권 실현을 위해 다양한 지원이 요구되는 것.

지난 2014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장애인 중 임신·출산·양육 관련한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59.6%다. 또한 여성장애인에게 가장 필요한 서비스로 가사도우미, 활동보조지원이 각각 12.8%, 9.9%를 차지했다.

하지만, 현재 장애인 활동지원제도내 장애인 출산가구 지원은 6개월 80시간으로, 장애인 가구의 양육활동의 부담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한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여성가족부가 전국으로 시행하는 아이돌보미 지원 사업은 장애유무 상관없이 지원하고 있다. 저소득층일 경우 연 600시간, 평균 월 50시간으로 하루에 2시간도 채 이용할 수 없는 열악한 상황이다. 부족한 돌봄 시간으로 서울시를 비롯한 일부 지자체는 자체에서 양육 시간을 지원하고 있다.

문제는 지자체 돌봄사업과 정부에서 하는 아이돌보미 지원사업을 중복해서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시의 경우 여성장애인 가정에 임신, 출산, 양육, 가사활동 등의 보조 도우미를 파견하는 홈헬퍼 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아이돌보미와 중복지원 불가로, 이용인은 둘 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한다.
 
홈헬퍼 월 80시간, 아이돌보미 월 최대 50시간을 다 받아도 월 30일 기준 하루 4시간 정도밖에 이용할 수 없는데, 중복지원이 안되면, 결국 당사자가 이용하는 돌봄 이용은 하루 2시간 남짓에 불과하다.

설상가상으로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와 홈헬퍼 역시 동시간대 쓸 수 없다. 활동지원시간을 사용할 때에는 홈헬퍼를 이용할 수 없고, 반대로 홈헬퍼 이용 시에는 활동 지원을 이용할 수 없다.

박지주 소장은 “아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오는 3~4시 이후가 되면, 가사일도 해야하고, 아이도 돌봐야 하는데, 중복 지원이 안 되면 방법이 없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정책 시행이다. 동시간대에 아이 돌봄과 활동지원 상관없이 장애인 선택에 맞게 양육 지원 받을 수 있는 서비스 같이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재 아이돌보미는 자부담액도 문제다. 현재 아이돌보미는 서비스 유형에 따라 최저부담금이 25%∼30%다. 월 60시간, 하루 2시간씩 이용할 경우 자녀 둘인 경우 자부담이 20만 원에 육박한다. 저소득층일 경우, 자부담 액으로 이용이 어려워 서비스 제공을 못받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이에 이들은 △장애인 출산가구 보조인력 지원시간 확대 △홈헬퍼·아이돌보미사업 등의 정책 현실적으로 개선 △아이돌보미 이용시 자부담 폐지 등 양육 시 필요한 제도 마련을 촉구했다. 

장추련 박김영희 대표는 “양육은 여성의 문제만이 아니다.”라며 “남성, 국가도 보육할 의무를 갖고 있다. 우리는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니라, 당연한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다. 오늘 기자회견을 통해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명확하게 초점을 맞추고 함께 머리를 맞대 장애인의 모·부성권을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