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노동권 확보 무기한 농성 ‘우리도 일하고 싶다’
장애인 노동권 확보 무기한 농성 ‘우리도 일하고 싶다’
  • 황현희 기자
  • 승인 2017.11.22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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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계 단체,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1만개 보장·중증장애인 최저임금 적용 제외 조항 삭제·장애인고용공단 개혁 요구… 고용노동부장관 면담 요청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22일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사에서 ‘중증 장애인 노동권 3대 요구 쟁취를 위한 무기한 농성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22일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사에서 ‘중증 장애인 노동권 3대 요구 쟁취를 위한 무기한 농성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마로 타자치는 것도 일이고, 손가락으로 타자치는 것도 노동이다. 왜 우리의 노동 가치를 인정하지 않느냐.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을 하지 않으면 빈곤에 빠진다. 나 또한 구직활동을 했다. 하지만 면접에서 떨어졌다.

우리는 노동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가 없어서 일을 못하는 거다. 중증 장애인의 특성에 맞는 일을 우리가 제시하고 있지 않나. 그걸 인정해주면 된다.“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정명호 활동가

중증 장애가 있는 사람들과, 장애가 있는 자녀를 둔 부모들이 중증 장애인 노동권 3대 요구 쟁취를 위해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하 공단) 서울지사에서 지난 21일부터 무기한 점거 농성에 돌입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와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이하 부모연대)는 농성을 시작한 다음날인 22일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사에서 ‘중증 장애인 노동권 3대 요구 쟁취를 위한 무기한 농성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해 기준 장애인 경제활동지표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고용률은 61%인 반면, 장애 인구의 고용률은 36.1%로 절반 수준이다. 특히 경제활동 참가율은 전체 인구의 경우 63.3%지만, 장애 인구는 38.5%로 다수의 장애인이 아예 취업을 포기하고 기초생활수급권자나 그보다 더 열악한 빈곤상태에 노출돼있다.

이에 전장연은 중증 장애인 노동권 확보를 위해 고용노동부장관에게▲중증 장애인 공공일자리 1만개 보장 ▲최저임금법 상 ‘중증 장애인 최저임금 적용 제회’ 조항 삭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개혁 등을 요구했다.

먼저, 중증 장애인 공공 일자리는 중증 장애인의 특성과 요구에 맞게끔 특성화된 일자리로, 기존의 공무원이 아닌 비영리민간기관이나 공공기관 등에서 중증 장애인의 권리를 실현하고 공익 가치를 창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전장연이 제안하는 공공일자리 업종은 동료상담, 권익옹호활동, 차별상담, 발달장애인 자조단체 ‘피플퍼스트’ 활동, 장애인인권교육강사 등이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용기 회장 직무대행은 “아직까지 국가는 중증 장애인의 노동과 가치, 의미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있다. 많은 당사자들이 자신의 권리, 노동의 가치를 찾기 위해 동료상담, 권익 운동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러한 모범 사례들이 확대돼, 그들이 하는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길 바란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국가의 장애인의 노동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독일, 스웨덴의 경우, 장애로 인한 노동력 손실은 국가의 책임이다. 장애인은 본인의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만하고, 이외에 장애로 손실된 노동력은 국가가 채워주는 것.

부모연대 윤종술 대표는 “우리들의 노동 가치를 인정해 달라.”며 “당사자들이 5~10%의 노동력만 발휘해도, 노동성을 인정해야 한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의 노동만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중증 장애인도 노동 가치 인정 받을 수 있도록 공공에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장애계 단체는 농성이 진행중인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사에 중증 장애인 노동권 확보 현수막을 걸었다.
▲ 장애계 단체는 농성이 진행중인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사에 중증 장애인 노동권 확보 현수막을 걸었다.

국가가 중증 장애인의 노동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최저임금법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최저임금법 제7조는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자’는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한다. 이는 근로능력이 낮은 자는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위해 마련된 최소한의 임금 조차 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지난해 장애인 통계에 따르면 장애인 임금근로자의 최근 3개월 임금 분포 중 법정 최저임금 미만 비율은 28.1%로 4명 중 1명이 100만 원 이하의 임금을 받고 있다.

또한 지난 2014년 한국장애인개발원이 발표한 직업재활시설 실태조사 및 운영개선 연구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직업재활시설 월평균 임금은 보호 작업장의 경우 22만4,000원, 근로사업장 82만6,000원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근로 장애인이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고 일하는 실정이다.

중증 장애인 최저임금 적용 제외 조항은 지난 2014년 UN장애인권리위원회에서도 우려를 표한 사항이다.

당시 위원회는 일을 하는 많은 장애인들, 특히 심리사회적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최저임금 이하의 보상을 받는 것을 우려한다며, 최저임금에 대한 혜택으로부터 배제된 장애인에게 임금을 보조해주는 임금 체계를 도입할 것을 권고했다.

▲ 한국장애인고용공단 팻말 아래로 노동권 보장 염원이 적힌 종이가 붙어 있다.
▲ 한국장애인고용공단 팻말 아래로 노동권 보장 염원이 적힌 종이가 붙어 있다.

또한 전장연은 공단이 ‘중증 장애인 고용의 희망고문 기관’이라 비판하며, 공단의 개혁을 요구했다. 전장연에 따르면, 현재 공단은 민간 기업이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위반할 때 내는 장애인고용부담금으로 운영된다.

이에 대해 부모연대 윤종술 대표는 “장애인고용부담금이 1조 원 가량된다.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아 내는 부담금은 장애인 고용을 위해 써야 맞는 것 아닌가? 왜 공단이 부담금으로 운영이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공단은 국가가 지원해주고, 부담금은 장애인 고용에 드는 비용으로 사용해야 한다. 1조 원을 중증 장애인 고용하는 데 써야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들은 공단이 중증 장애인 중심의 취업과 운영으로 변화해야 한다며 △선배치 후지원 제도 강화 △근로지원인, 직무지도원 배치·확대 △중증 장애인 고용 중심 일자리 TF 구성과 이사회 참여를 요구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 전에 고용노동부 관계자가 전장연 등 단체가 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현장을 방문했다. 이 관계자는 장애계 단체들이 요구하는 노동권 3대 정책 요구안을 듣고 난 뒤, 추후 장관에게 보고하겠다고 답했다.

▲ 장애계 단체가 중증 장애인 구직 신청서를 받고 있다.
▲ 장애계 단체가 중증 장애인 구직 신청서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