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 안정화’ 없이 ‘퇴거조치’만 늘어나는 홈리스 정책 현실
‘주거 안정화’ 없이 ‘퇴거조치’만 늘어나는 홈리스 정책 현실
  • 하세인 기자
  • 승인 2017.12.19 08: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동기획단 “홈리스에 대한 경찰의 불심검문, 공공역사·공공장소 퇴거 등 시민으로서 누릴 권리 제약 받고 있어”
▲ 지난 18일 서울역 광장에서 '2017 홈리스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지난 18일 서울역 광장에서 '2017 홈리스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거리, 시설, 비주택 등지에서 거주하다 사망한 홈리스를 추모하고 홈리스의 인간다운 삶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2017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이하 공동기획단)이 올해 홈리스 사망자를 확인한 결과 154명이 거리, 시설, 쪽방, 고시원 등에서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정의당 윤소하 의원실에 제출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서울지역 ‘노숙인 등’ 사망현황은 지난 2013년 77명, 2014년 87명, 2015년 99명, 2016년 111명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동기획단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가 실시한 집계는 지난 2009년까지의 통계만 존재하고, 이후 홈리스 사망자에 대한 통계는 작성되지 않고 있다.”며 “보건복지부의 집계자료 또한 노숙인 시설의 보고에 따른 홈리스 사망자 일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지난 18일 서울역 광장에서 ‘2017 홈리스 추모제 홈리스 추무주간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홈리스 복지와 인권보장을 위한 대책을 요구했다.

누구나 이용 가능한 공공장소, 홈리스는 이용 못해

공동기획단은 지난 2일부터 보름동안, 서울 강북권 지역 내 공공역사 인근에서 생활하는 거리 홈리스 98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공공장소 내 거리 홈리스에 대한 퇴거조치가 만연해 있다는 점 ▲거리노숙지 감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즉각적인 대책 미흡한 점 ▲거리홈리스가 공공장소·공공시설물을 향휴할 시민으로서의 권리가 심각하게 제약받고 있다는 점 ▲지하철 보안관·민간 경비원 등 사법권이 없거나 민간에 고용된 주체들에 의해 시민권 제약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는 점 ▲거리홈리스에 대한 공권력의 위법, 차별적 법집행 관행이 여전히 심각하다는 점 등이 드러났다.

공동기획단은 “빈곤의 문제를 개인화하는 현행 지원체계에 문제를 ‘빈곤에 대한 형벌화’로 규정하고 이 문제는 서울시를 비롯한 국가와 지자체에 있다.”고 지적했다.

▲ 홈리스행동 태미화 상임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 홈리스행동 태미화 상임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홈리스행동 태미화 상임활동가는 “쪽방이 퇴거되고 공공역사가 상업화 되면서 홈리스들은 더욱 갈 곳을 잃고, 홈리스에 대한 경찰의 불심검문(경찰관이 수상한 자를 발견한 때에 이를 정지시켜 실시하는 질문)이 이뤄지거나 명의도용이 이뤄지고 있다.”며 “공공 역사 내 특수경비용역, 지하철 보완관에 의해 홈리스가 퇴거되고 있고, 공원 등 다른 공공장소에서도 퇴거돼 홈리스가 머물수 있는 공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숙행위, 구걸행위 등 홈리스가 어쩔 수 없이 생존하기 위해 할 수 밖에 없는 행위가 경범죄 처벌을 받는 등 이런 행동을 형벌화해 홈리스가 더욱 악화된 모습으로 보이게 한다.”며 “공공역사, 공공장소, 경찰, 검찰, 사회가 보호해야 하는 데도 불구하고 불심검문, 공공역사 퇴거 등의 행태들로 홈리스를 더욱 열악한 환경으로 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지난 2012년 서울시의 노숙인 권리장전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태 활동가는 “서울시가 홈리스를 위한 주거정책 확대, 목욕서비스를 만들겠다 등 인권정책을 만들고 있다.”며 “그러나 거리에서 홈리스가 많이 퇴거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권도시 만들겠다.’, ‘홈리스가 살 곳 마련하겠다.’ 등은 어불성설에 가깝다.”고 토로했다.

이어 공동기획단은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의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에서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있으나 그 물량이 국토부 스스로 정한 기준에 크게 미달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에 의하면 지난해 기준, 약 6,800호의 주택이 주거취약계층을 위해 제공돼야 하지만, 제도 시행 11년 동안 공급량을 합쳐도 6,819호밖에 되지 않는 다는 것이다.

▲ 빈곤사회연대 윤애숙 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 빈곤사회연대 윤애숙 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빈곤사회연대 윤애숙 활동가는 국토부의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에 대해 “수요자 중심의 사회복지형 진단은 잘했지만, 알맹이는 쏙 빠진 사업.”이라고 비판했다.

윤 활동가는 “공항철도가 연결되고, 캐리어를 끌고 다니던 외국인들이 골목 사이에 있는 쪽방을 게스트하우스로 바꿔 그 방에서 잠을 자고 예쁜 사진을 찍어가는 동안, 그 쪽방 한 칸을 구할 수 없는 이들은 다시 이 추운 날 거리로 나와야 한다.”며 “이런 날씨에 열악한 상황에서 돌아가신 분들을 추모하며 쪽방에 대한, 거리에 살고 있는 이들에 대한 제대로 된 주거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들은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오는 22일까지 서울역 광장에서 ‘홈리스 기억의 집’을 진행하고, ‘주거복지 로드맵에 담겨야 할 쪽방대책’ 토론회, ‘홈리스 인권 실태조사 발표’, 추모 문화제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