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여 검사의 양심고백으로 인해 드러난 진실을 놓고 검찰에 대한 비난여론이 뜨겁다.

법을 집행하는 검찰 내에서 성희롱은 물론 성추행, 성폭행까지 벌어졌으나 징계는 고사하고 유야무야 넘겼다는 사실이 우리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양파 까듯 연이어 터져 나오는 기사들을 보면서 문득 옛날의 기억들이 떠올라 마음이 불편했다. 바로 사회복지계의 일이다.

일반 대중들에게는 여전히 ‘사회복지 일을 하는 사람은 천사’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상상하기 힘들겠지만, 기자가 들여다 본 사회복지계는 다른 어떤 조직만큼이나 권위적이고 수직적이다. 군대처럼 상명하복이 존재하고, 기관과 법인, 지역으로까지 연결돼 있는 관계망은 거부했을 때 상상하기 힘든 압박으로 돌아온다.

지금은 사라졌으리라 믿는다. 사회복지계에도 (사세 확장하듯) 조직을 키운다는 명분으로 행해지던 접대 문화가 존재했다. 접대 상대가 남성이면 여성 사회복지사들에게 호출 명령이 떨어진다. 주로 신입이나 젊은 여성들 위주로 선발(?)해 술을 따르거나, 2차로 노래방까지 따라가 함께 블루스추기를 강요당하는 일도 있었다.

이과정서 성추행 등 크고 작은 사건이 벌어지기도 하고, 사무실로 연락해 ‘다음 회식 때 또 나와라’거나 ‘따로 만나자’는 진상을 만나기도 하지만 항의할 수 없다.

(이런 자리인줄 모르고) 멋모르고 따라갔다가 수치심을 느낀 한 직원은 자신을 보낸 여성 팀장에게 따져 묻자 ‘나도 너만 했을 때는 그렇게 했다’며 넘기거나 ‘조직을 위하는 일인데 네가 희생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식의 반응에 충격 받아 그만뒀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 있다.

이런 일들이 아주 특별한 경우 아닐까 싶어 다른 사회복지사들에게 물으니 비슷한 상황을 경험하거나 목격한 이들이 한둘 아니었다.

이들 사례를 취재해 문제제기하려 했으나 그 많던 목격자와 경험자들 모두가 입을 닫아버려 더 이상 취재를 할 수 없었다. “이런 일이 얼마나 많은데. 이건 이야깃거리도 안 된다.”고 말하던 이들이 “실명을 안 밝히더라도 내 이야기인줄 알텐데, 여기서 찍히면 다른 곳에서의 취업도 막히기 때문에 억울하고 화나도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문제제기를 하더라도 유야무야 덮이기 일쑤고, 조직 내에서는 ‘갈등유발자’로 찍혀 더 이상 일하지 못하고 그만 둬야 한다는 이야기가 사실임을 알기에 취재를 접으며 씁쓸해 했던 기억이 서지현 검사의 사건을 지켜보며 떠올랐다.

우리도 반성의 글이 올라와야 한다. 텔레비전, 신문 속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 옆 우리 세상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미국 할리우드 배우들의 #Me Too 연대를 부러워할 게 아니라, 서지현 검사의 용기가 대단하다고 칭찬만 하고 있을게 아니라 사회복지계에 만연하고 있는 문제를 지금이라도 알리고, 당사자에게 사과할 줄 알아야 한다.

저작권자 © 웰페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