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 나 덕분에 먹고 살잖아?”

간혹이지만, 우리가 접하는 고객들에게 듣는 말이다. 틀리지 않은 말이다. 사회적 약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사회복지노동자들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는 소비하는 고객이 있어야 노동이 존재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특히 서비스 노동에서는 말이다. 학생이 있어야 교사가 있고, 아픈 사람이 있어야 의료인이 있다. 세상은 관계로 얽혀있고 여기서 생산과 소비라는 주고 받음이 발생한다.

그러나 사람은 먹고 살기 위해서만 일을 하지 않는다. 인간은 노동을 통해 즐거움과 의미를 발견하고 성장해 간다. 하지만 실제 사회복지 현장에서는 노동의 가치를 폄하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시민사회의 시각은 사회복지노동자를 사회적 약자에 비해 ‘갑’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헌신과 봉사라는 허울에 갇혀 온갖 정서적, 신체적, 언어적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나 덕분에 먹고 살잖아?’라는 핀잔도 같은 맥락이다.  

고객응대근로자의 건강장해를 방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보호조치 등을 담은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이 입법예고 됐다(2018.06.28). 

본 시행규칙 개정안에는 고객응대근로자의 건강 장해 예방을 위하여 폭언 등의 행사를 금지하는 문구를 사업장에 게시하거나 음성으로 안내할 의무, 고객응대업무 매뉴얼을 마련하고 예방을 위한 교육을 실시할 의무, 그밖에 사전예방조치 의무를 규정하였다. 시행령에서는 고객응대근로자에게 건강장애가 발생 또는 현저한 우려가 있을 시에 근로자가 위험장소에서 즉각적으로 벗어날 수 있도록 업무를 일시적으로 중단하거나 전환할 의무, 다시 업무에 복귀하기 전에 충분한 휴게시간을 부여하고 치료 및 상담을 지원할 의무, 피해근로자가 요청하는 경우 증거자료를 제출하는 등의 사업주의 사후조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매우 반가운 입법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실제 사회복지현장에서, 또는 노동현장에서 이 법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고객대응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사업주의 보다 적극적 개선조치를 담아야 할 것이다. 

금지문구와 음성안내의 효과는 미비하다. 정서적, 언어적 폭력은 고객응대 매뉴얼과 교육이 없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특히, 고객의 폭언으로 인해 피해자인 근로자가 자신의 업무를 중단하고 전환되어야 하는 것은 너무나 역설적이다. 노동의 의미와 즐거움과 성장의 기회를 주는 자신의 일터(직무)에서 말이다. 

이법의 실효성을 위해서는 고객응대근로자에게 언어적, 정서적 폭력을 지속적 또는 현저한 건강장애를 제공한 고객에 대해 사업장에서 즉각 분리하거나 또는 이에 준하는 조치를 사업주의 의무로 하여야 한다. 잘못은 ‘갑질’을 한 고객인데, 노동자가 자신의 일터에서 전환돼야 하고 사업주가 처벌받는 것은 옳지 않다.  

건강한 조직문화를 위해서는 외부의 이해관계자들에게 의한 ‘갑질’에서도 노동이 보호되어야 한다. 그 ‘갑질’이 일의 의미와 즐거움을 퇴색시키고 동기부여를 저하시켜 저성과 조직을 만든다. 그럼으로 매우 보수적인 사전예방 및 사후조치보다는 폭력의 발생 시에, 가해 고객에 대한 사업주의 적극적인 개선조치가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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