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30년이 넘는 세월동안 내가 왜 끌려가야 했는지 알려주지도 않고, 아무런 조치 없이 방치했습니다.”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모임 한종선 대표-

국회 앞에서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301일째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는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한종선 대표가 입을 열었다.

마이크를 잡고 발언하고 있는 한종선씨

 

국회에 형제복지원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피해생존자와 지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예술인 문화행동‘이 함께해 마임과 각종 퍼포먼스로 형제복지원 사건의 본질과 국회 입법을 촉구하는 다양한 예술행동을 선보였다. 그리고 피해자들이 직접 한땀한땀 손바느질 해 만든 ’하나의 마음 프로젝트 조각보‘가 국회 담벼락에 걸려 사건 진상규명에 대한 염원을 더했다.

약 50m너비의 대형 조각보는 형제복지원·선감학원 피해 생존자, 군에서 가족을 잃은 유가족 등 국가폭력 피해자들과 시민 100여명이 동참해 제작됐다. 작가 김신윤주씨는 “8월 한 달 형제복지원 사건 해결을 염원하는 국민들로부터 조각보를 받았다”며 “아무리 아프다고 외쳐도 국가가 치료해주지 않는다면 우리라도 연대해서 함께 치료해보자는 뜻”이라고 작품을 설명했다.

국민들이 형제복지원 사건 해결을 염원하며 함께 손수 만든 '하나의 마음 프로젝트 조각보'
자신이 직접 만든 조각보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한종선씨
마임이스트 대가 유진규씨가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3년 째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형제복지원 관련 법안

1970·80년대 ‘사회정화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장애인, 고아 등을 강제로 수용소에 가두고 폭행한 형제복지원 사건 생존자인 한종선대표는 “지난 2일이 국회 앞에서 농성을 시작한 지 300일째 되는 날이었다.”며 “국회는 더 이상 특별법 제정을 미루지 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2014년 3월 처음 발의됐던 형제복지원 관련 법안은 2년 계류되다가 자동 폐기됐다. 2016년 7월 6일 20대 국회에서 입법 발의된 형제복지원 관련 법안은 3년째 여전히 계류 중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부랑인 임시 보호소...사실상 불법 감금, 폭행, 강제노역 ‘한국판 아우슈비츠’

1987년도에 세상에 알려진 부산 ‘형제복지원 인권유린.대학살 사건’은 75년 ‘내무부(현 안전행정부)훈령 410호’란 국가정책 차원에서 벌어진 사건이었다.

형제복지원은 1975년 부산에 문을 연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부랑인 임시 보호소였다. 약 3,0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큰 시설로, 일정한 거주지와 직업 없이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보호’한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당시 부랑인들만 수용했다고 발표한 것과는 달리, 신민당조사보고서에 의하면 수용자의 약 85%가 경철이나 구청공무원에 의해 부산 주례동 형제복지원에 잡혀와 감금·폭행 당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여기에는 가족이 있는 일반인과 어린이들까지 포함됐다. 이 사건에 대한 공식 사망자 수만 551명에 달한다.

형제복지원특별법 제정을 국회에 촉구하며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들이 지난해 11월 7일부터 국회 앞에서 농성 중이다
형제복지원특별법 제정을 국회에 촉구하며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들이 지난해 11월 7일부터 국회 앞에서 농성 중이다

 

‘비상상고’오는 5일 논의 예정...‘특별법 제정’마련으로 빠른 해결해야

형제복지원 사건을 수사했던 김용원 변호사(당시 검사)

이 날 기자회견에는 형제복지원 사건을 수사했던 김용원 변호사(당시 검사)도 나와 발언했다. 김 변호사는 “대구고등법원에서는 특수감금죄로 두 번이나 유죄라고 판결했는데 대법원에서 무죄로 뒤집었다.”며 “지금도 대법원 판결은 잘못된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법원도 전두환 정권의 외압을 받고 무죄판결을 했을 것”이라며 “대검찰청 산하 검찰개혁위원회가 형제복지원 사건을 ‘비상상고’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만큼 사건이 중대한 전환점을 맞았다”고 말했다.

검찰개혁위원회는 오는 5일, 검찰총장에게 이 사건 ‘비상 상고’를 권고할지 결정한다.

‘비상상고’는 검찰총장이 대법원에 직접 “사건을 다시 판단해달라”고 요청하는 제도다.

김 변호사는 “국회에서 심리가 몇 차례 이루어지기는 했지만, 형제복지원 특별법이 국회에서 잠을 자고 있는 상태다. 비상상고보다 더 빠르고 명확히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국회에서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이라며 “더 이상 머뭇거리지 말고 모두에 해당하는 인권문제인 만큼 여야가 합의해 특별법을 제정해 주기를 간곡히 바란다.”며 조속한 논의를 주장했다.

비상상고로 30년 만에 이를 다시 판단할 방법에 대한 논의가 적절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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