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를 하면 서비스수준을 높일 수 있다는 맹신은 버려져야 한다. 

평가를 하면 학생들의 학업수준이, 조직 구성원들의 성과가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사실 높아지는 것은 평가에 대한 적응력이다. 굳이 평가가 없어도 동기부여가 된 학생이나 구성원들은 기대에 부응한다. 오히려 평가가 동기부여를 훼손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한데 그것은 평가가 통제의 수단으로 작용할 경우이다.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시설 평가는 현재 6개 영역의 시설환경, 재정관리, 인적자원, 서비스, 인권, 지역사회연계로 되어 있다. 이는 평가 원년인 1999년부터 줄곧 시행되어 온 것인데 그 배경을 탐색할 필요가 있다. 

당시만 해도 사회복지사업법 51조에 의한 지도점검은 공무원의 인력부족으로 거의 유명무실했던 시기였다. 때문에 관리감독 시스템에 대한 요구가 있었고 그렇게 반영된 것이 오늘날의 6개의 평가영역 속에서 유지 된 것이다. 15년이 지난 지금, 기초자치단체의 공무원이 충원되고 지도점검이 강화가 되면서 평가지표와의 중복성 문제가 대두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평가지표의 개선요구가 끊임없이 제기됨에도 불구하고 쉽게 개선되지못하는 이유는 타성에 의해 평가지표 프레임 속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것은 그러한 프레임에 갇혀 있는 이유로 지역사회와 당사자 관점이 들어올 수는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구축된 영역 안에 완전히 새로운 관점이 들어오는 것은 쉽지 않다. 이로인해  지역사회와 당사자 관점을 넣어야 한다는 주장을 반영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서비스 관련 지표수와 배점수준을 높이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새로운 문제가 발생한다. 서비스 영역이 증가하는 것에 반해 관리감독 영역이라 할 수 있는 다른 5개 영역이 비중이 감소함으로써 지표간의 균형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평가지표의 혁신은 기존의 평가영역을 시대의 흐름에 맞춰 완전히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지 않고서는 도달할 수 없다. 

‘지역사회기반형 서울형평가’가 2016년부터 시작되었다. 관리지표, 조직역량지표, 사업역량지표 3개의 영역으로 구분함으로써 기존의 영역을 새로이 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세부지표로 들어가 보면 기존의 보건복지부 평가지표의 관리감독 관점과 서울시복지재단의 운영 관점이 혼합되었을 뿐이다. 서울복지재단의 사회복지시설 법인인증 지표 또한 그러한 한계를 보이고 있다.

사회복지현장이 원하는 것은 지역사회와 당사자의 관점이다. 이러한 관점이 들어가려면 영역과 지표의 개발에 있어서 지역사회와 당사자가 참여하여야 한다. 그리고 사회복지현장이 참여하여야 한다. 소수의 연구개발진들이 모여서 초안을 만들고 몇 차례의 설명회 같은 공청회를 열어서 결정되는 과정으로는 절대 지역사회와 당사자의 관점이 들어갈 수 없다.

 현행 평가지표의 당사자는 지역사회와 시민이 아닌 정부와 기초자치단체이다. 그러하기 때문에 평가의 프로세스가 관리적 측면에 머물고 있는 것이고 이를 설계한 전문가들이 재단이나 교수들임으로 학제적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승근배 계명복지재단 양지노인마을 원장<br>
승근배 계명복지재단 양지노인마을 원장

만약 지역사회와 당사자 관점으로 평가 영역과 지표를 디자인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적어도 관리, 조직, 사업 이란 말을 쓰지 않을 것이다. 리더의 전문성을 자격과 경력으로 판단하지 않을 것이고, 직원의 복지를 8개 항목으로 규정하지 않을 것이고, 기초자치단체가 책임져야 할 재정과 후원금 비율을 묻지 않을 것이다. 대신 ‘조직이 얼마나 참여적이고 민주적인가? 기관의 인프라와 정보는 어떻게 활용되고 공유되는가? 노동권과 인권은 어떻게 실현되는가?’ 로 묻게 될 것이다.

어떤 영역과 지표가 나올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지금까지는 관리감독을 위한 평가였기 때문에 한 번도 지역사회와 당사자에게 물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서비스 향상을 위한 목적으로 전환되어야 하며 지역사회와 당사자에게 의견을 묻고 반영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현행 평가지표를 완전히 새롭게 시작하여야 한다. 일부 수정 보완이 아니라 완전한 변화가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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