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현장에 ‘자율성’이라는 것이 있을까? 근래에, 물론 그 이전에도 조직의 성장을 위해 권한위임이 필요하다는 각성들이 있었다. 하지만 권한을 위임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과업을 위임하는 것에 머물렀다. 업무분장을 권한위임의 핵심으로 오해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이다.

과업과 권한을 위임한다는 것은 조직의 통제를 기본 전제로 하여 주어진 과업을 달성시키고자 하는 관리적 개념이다. 그러나 자율성은 그보다 더 확장적이고 진보적인 개념이다. 자율성의 조건은, 조직에서 일방적으로 정해주는 과업이 없고 구성원이 정한다. 당연히 목표도 구성원이 정한다. 성공과 실패의 척도보다는 공유와 과정이 중요하다.    

얼핏 보면, 방종이나 무책임과도 같은 이 자율성이 구성원들의 창의성을 살아 움직이게 한다, 소프트웨어 업체인 아틀라시안의 페덱스 데이, 포스트잇을 만든 3M, 그리고 구글의 사이트 프로젝트는 구성원들의 업무시간 중15~20%를 자유시간으로 주었다. 그리고 그 시간에 파생된 성과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겠다.

자유시간이 성공하는 이유는 조직의 통제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자유시간은 조직이 아닌, 자신 스스로를 통제하는 시간이다. 사람은 본디 자율적 존재이다. 그렇게 태어나고 길러지다가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는 그 무렵부터 통제가 일상화된다. 통제된 일상에서의 성공이라는 것은 제도권에서 부여하는 고정화된 과업을 달성했다는 증명서일 뿐이다. 그러나 그 증명 속에서 언제나 갈망하는 것은 인간의 자율성이다. 쉬고 싶다거나 여행을 가고 싶다거나 하는 등의 욕구는 자율성 욕구의 다른 표현이다. 그러한 자유시간 속에서 새로운 상상력과 도전이 꿈틀거린다.

사회복지현장은 매년 보건복지부 시설관리안내 지침을 기다린다. 그리고 개별법령에 의거하여 각 유형에 따르는 사업지침과 고시들을 기다린다. 3년에 한 번씩의 평가지표를 기다린다. 그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사회의 제도권에서 부여된 과업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100% 달성하기 위해 정진한다. 일말의 15~20%의 자율성은 보장받지 못한다.

15~20% 정도는 우리 스스로 정의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까? 사회복지현장의 변화와 혁신을 갈망하면서도 일이 진척되지 않는 것은 100%의 사업 달성율에 기인한다. 문제의 정의에서부터 변화와 혁신이 출발한다. 그리고 공감하고 상상하고 다양한 대안을 만들어낸다. 그 대안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은 열정과 몰입이라는 것인데,이 모든 것은 주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정의하고 행동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 바로 이것이 자율성이라는 것이다.

승근배 계명복지재단 양지노인마을 원장<br>
승근배 계명복지재단 양지노인마을 원장

이러한 갈망은 조직뿐만 아니라 구성원들에게도 절실한 것이다. ‘업무 중 15~20%의 시간을 자유시간으로 하여 구성원 스스로 정의한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는 데에 쓰면 어떨까?’ 라는 질문을 해본다. ‘구성원들이 일은 안하고 딴 짓을 해서 안 돼!’라고 생각했다면, 바로 그 생각이 정부와 사회의 생각이다. ‘자율성을 주면 사회복지시설이 일을 안 할 것이기 때문에 안 돼!’ 결국 이 문제는 사회적 자본인 ‘신뢰’에 관한 이야기이며 진정한 거번너스(Governance)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인간은 자율적 존재이며 조직은 그러한 인간들의 집합이다. 그리고 그것이 경쟁력이다’ 당신이 이 명제를 믿는다면, 신뢰를 기반으로 한 거버넌스가 시작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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