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시민이라면 누구든지 합리적인 의사선택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흔히들 민주주의를 만장일치로 이해한다. 그러나 이것은 민주주의를 작동시키데 필요한 수많은 의사결정의 도구에 하나일 뿐이다. 의사결정의 도구 중, 제비뽑기를 예로 드는 이유는 누가 제비를 뽑던 간에 합리적 판단을 내릴 능력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자신에 대한 판단이든 남에 대한 판단이든, 사회를 위한 판단이든 말이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쉽지 않다.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이 형성되어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이해관계가 너무나 다양한 사회구조 속에서 의견을 수렴하는 기술도 부족하다. 배운 것이라고는 학교 반장선거와 5년마다 한번 씩 돌아오는 승자승 방식의 다수결 투표 경험뿐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사회가 여전히 민주주의를 선택하고 있는 것, 나아가 조직민주주의와 일상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이유는 민주주의에는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가 경쟁력이 있는 이유는 시민이든, 구성원이든 간에 온전한 의사결정에의 참여와결정을 지지받는 과정에서 동기가 촉진되기 때문이다. 지속되는 실패와 성공의 과정 속에서 숙련이 축적되고 몰입과 열정이라는 동기가 부여되는 것이다. 정부나 기업, 오너가 결정하고 명령하는 오랜 된 방식이 사회와 조직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는 동기가 저하되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신이 결정하지 않은 문제나 대안은 수동적으로 받아들인다. 시키는 일만 하는 구조 속에서는 어떠한 숙련도, 몰입과 열정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동기를 촉진하는 민주주의 방식은 시민과 구성원이 주체가 되어 문제를 정의하고 공감하고 상상하도록 만든다. 그 과정 속에서 만들어진 무한한 대안들을 협의하고 합의를 이루어 내면서 숙련과 몰입, 그리고 열정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리스의 아테네라는 소도시 국가가 크세르크세스의 군대를 격퇴해버림으로서 페르시아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는 ‘민주주의’이다. 주로 싸우던 육지가 아닌 경험도 부족한 바다를 결정한 것은 아테네의 귀족이 아니다. 그 결정을 선택한 당사자는 아테네 광장에 모여 다양한 정보와 의견들을 수렴하던 시민들이었고 그들이 선택한 것이기에 몰입과 열정으로 나가 싸워 이긴 것이다. 만약, 귀족이나 제사장의 계시에 의해 선택한 결정이었다면 그들을 아마도 뿔뿔이 흩어져 육지에서, 바다에서 도살되거나 고향을 버리고 피난을 선택했을 것이다. 그러나 싸워야 할 당사자인 아테네의 시민들이 스스로 결정한 선택이었기 때문에 페르시아 대군을 이길 수 있는 경쟁력이 만들어진 것이다.

미국의 부시 행정부에서 만들어진 사회혁신 및 시민참여국(2010년), 영재단(2005년), 네스타의 국립과학기술예술재단,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지방행정혁신 등 근래에 사회혁신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이유는 정부와 기업권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그들은 더 이상 빈곤, 환경오염, 배제와 혐오, 착취 등의 문제를 해결해 내지 못한다. 그 대안이 이전까지는 주어지는 일만 하던 시민들과 구성원들이다. 이는 누구나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그들이 문제해결을 할 수 있다는 민주주의 신념을 재발견해 낸 것을 의미한다. 오늘날의 다양하고도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주체는 정부와 기업이 아니라 시민들이고 구성원들이라는 믿음이다.

승근배 계명복지재단 양지노인마을 원장<br>
승근배 계명복지재단 양지노인마을 원장

사회는 급속하게 변화해가고 조직에는 해결하여야 할 내외부의 다양한 문제들이 있다. 이제는 오너의 지식과 열정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한계 상황이다. 결국 모든 구성원들이 문제해결에 달려들어야 한다. 문제해결을 위해 달려 들게 하는 그 원동력이 바로 민주주의인 것이다. 우리의 구성원들이 합리적으로 의사선택 할 수 있다는 믿음과 그 결정을 이를 이행할 수 있는 숙련, 그리고 열정과 몰입이 있다는 민주주의를 고백할 때, 조직의 경쟁력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럼으로 민주주의는 구성원들의 동기를 부여할 것이며, 동기를 부여하고자 한다면 조직민주주의가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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