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증가분에 불과한 장애등급제 폐지 예산… “종합조사표가 ‘점수조작표’된 이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등급제 진짜폐지 2020년 예산 요구 시리즈 첫 번째 기자간담회

“나는 손발을 움직일 수도 없는 사지마비 장애인이다. 만약 활동지원제도가 없었다면, 지금처럼 사회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집 안에 갇혀 살거나 시설에서 살아야 했을 상황이다.

장애를 떠나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생존권이 보장되고 행복권을 추구하며, 지역사회에서 당당하게 주체적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사는 것은, 장애가 있든 없든 일상생활을 살아가는 기본적인 삶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국가가 해야 할 의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보편적 권리로 보장되고, 국민적 합의 안에서 장애인의 삶들이 좀 더 존중 받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용기 회장의 발언 중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가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를 권리적 측면에서 인식하고 지원하려면 내년 예산을 9,929억 원 증액해 1조9,983억 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내년 활동지원 대상자를 올해 8만1,000명에서 1만 명으로, 월 평균 시간을 올해 109.8시간에서 150시간으로, 수가를 올해1만2,960원에서 1만6,570원 으로 확대하기 위한 요구예산이다.

지난 8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사회보장위원회 앞에서 ‘장애등급제 진짜폐지 2020년 예산요구 시리즈’ 첫 시간으로 활동지원서비스 권리보장을 위한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지난 8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사회보장위원회 앞에서 ‘장애등급제 진짜폐지 2020년 예산요구 시리즈’ 첫 시간으로 활동지원서비스 권리보장을 위한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지난 8일 전장연은 사회보장위원회 앞에서 ‘장애등급제 진짜폐지 2020년 예산요구 시리즈’ 첫 시간으로 활동지원서비스 권리보장을 위한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활동지원서비스의 권리적 측면을 명확히 하고, 이를 위한 요구예산이 어떻게 구성됐는지를 알리기 위한 자리다.

특히 사회보장위원회 앞은 전장연과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이하 한자협)이 보건복지부 박능후장관의 ‘법정·비법정 장애인단체’ 발언을 계기로,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가 ‘예산반영 없는 사기행각’임을 밝히기 위해 지난 1일부터 천망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장애등급제 폐지 위해 5,200억 원 증액” 밝힌 정부… “자연증가분에 불과하다” 질타하는 장애계

지난달 25일,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은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 정부 브리핑 자리에서 내년 장애인 예산이 올해 보다 5,200억 원 증액 편성해 국회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비율로는 19% 증액이다.

금액만 두고 보면 큰 변화로 보일 수 있지만, 전장연의 입장은 다르다.

19% 증액이라고 하지만 자연증가분일 뿐,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보면 ‘시혜’와 ‘동정’ 차원의 예산이라는 지적이다.

전장연은 “문재인 정부는 2020년 예산 편성 기조를 심각한 경제 문제 해결을 위해 500조 원이 넘는 편성을 계획하고 있다.”며 “그에 비해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 예산은 너무나 부끄럽기 짝이 없다.”고 질타했다.

이어 “이달부터 적용되는 ‘종합조사표’가 ‘점수조작표’로 변질됐다는 비판은 예산 문제가 근본.”이라며 “31년 만의 변화에 맞춰진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가 진짜 폐지의 길로 가기 위해서는 예산에 맞춰진 종합조사표가 아닌 장애인활동지원을 권리로 보장하는 예산이 필요하다.”

장애인 활동지원에 배정된 예산만을 떼어 보면 그 문제는 더 극명하다는 주장이다.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 이후 종합조사표 첫 대상은 이달부터 장애인활동지원과 보조기기 등 일상생활지원서비스가 적용된다.

전장연에 따르면 올해 장애인활동지원에는 1조34억 원이 투입돼 8만1,000명을 대상으로 월  평균 109.8시간을 제공해 왔다. 그리고 내년 정부가 잡은 예산안은 2,628억 원을 늘린 1조2,662억 원으로, 대상은 8만8,000명에게 월 평균 127.14시간을 제공할 수 있는 예산이다.

장애인활동지원 관련 정부의 올해 대비 내년 예산안 변화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요구 예산안 비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인활동지원 관련 정부의 올해 대비 내년 예산안 변화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요구 예산안 비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내년 정부 예산안으로는 내년에 장애인활동지원 대상이 고작 7,000명 늘어난다. 장애등급제가 폐지되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한데, 이것은 예측도 산수도 하지않았다는 것.”이라고 질타하며 “월 평균 시간도 내년에 겨우 127시간으로 올려 준다고 하지만, 이미 월 평균 시간으로 따지면 120시간은 된다. 게다가 서비스 제공 단가는 야간이나 공휴일 등을 계신하지 않은 것으로 실제 장애인 당사자가 사용하는 시간으로는 달라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전장연 측의 요구는 내년 10만 명에게 월 평균 150시간 제공을 목표로 9,949억 원을 늘려 1조9,983억 원의 장애인활동지원 예산을 편셩해 달라는 것이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숫자로 보면 엄청나게 늘어난다고 생각하지만, 예산이 해결돼야 종합조사표로 인한 유형별 갈등이나 서비스 하락이 해소될 수 있다.”고 호소했다.

한자협 최용기 회장은 장애인활동지원가 국가와 사회의 책무임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장애인활동지원은 개인이 극복하거나 가족이 책임져야 하는 문제가 아닌 사회가 책임을 지는 데 대한 요구.”라며 “장애인활동지원 도입 초기부터 ‘서비스가 필요한 만큼 받아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하지만 다행히 줄어들기는 했지만 본인부담금이 있고, 65세 나이제한이 있어 문제가 많다. 권리로 보장되는 지원은 국가의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이들은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24시간 보장 ▲65세 대상제한 폐지 ▲자부담 폐지 ▲시간당 예산 공휴일, 주말, 야간 수가 반영 ▲개인별 필요도 반영, 생활시간 반영을 요구했다.

한편 전장연과 한자협은 장애등급제 진짜폐지 2020 예산요구 시리즈 기자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으로, 장애인연금과 발달장애인 주간활동 등 예산을 주제로 다음주 월요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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