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경찰관이 피의자를 조사하기 전 진술거부권과 변호인조력권을 행사할 것인지 여부를 제대로 질문하지 않은 것은 헌법 제12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피의자의 진술거부권과 변호인조력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또 경찰관이 범죄혐의가 명확하지 않아 피의자신문조서가 아닌 진술조서를 작성하면서 진술거부권과 변호인조력권을 고지하지 않은 것 역시 헌법 제12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진정인 A 씨는 지난해 11월과 12월 B경찰서 교통조사팀 소속 경찰관인 피진정인에게 총 두 차례의 조사를 받으면서 진술거부권과 변호인조력권을 제대로 고지 받지 못했다고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피진정인은 “1차 조사의 경우 진정인의 보복운전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으로, 실무상 범죄혐의가 명백하지 않아 피의자 신문조서가 아닌 진술조서를 작성했기 때문에 진술거부권과 변호인선임권 등을 고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2차 조사에서는 진정인에게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조력권을 구두로 고지했을 뿐 아니라 진정인이 화면 상으로 해당 내용을 읽을 수 있도록 조치했고, 조사 종료 뒤 진정인이 ‘진술거부권 및 변호인 조력권 고지 등 확인서’를 자필로 기재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고 주장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지난해 11월에 진행된 1차 조사의 경우 ▲ 피진정인이 조사 시작 전 보복운전 상황이 촬영된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하고 있었고 진정인이 차량의 실제 운행자라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보이며 ▲진술조서상 질문 내용이 ‘상향등을 50초간 점등한 것을 인정하는지’, ‘앞지르기 후 고의적으로 브레이크를 잡은 것은 아닌지’, ‘성급하게 추월한 것은 아닌지’ 등 진정인의 혐의사실 규명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점에서 조서의 형식과는 무관하게 실질적으로 피의자신문의 성격을 가진 것으로 봤다.

지난해 12월에 진행된 2차 조사의 경우 ▲피진정인이 조사 시작 전 진정인에게 구두로 진술거부권과 변호인조력권이 있음을 고지했지만 이를 행사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 질문한 사실이 없는 점 ▲ 오히려 ‘지금 변호사를 선임해서 조사받을 정도의 뭐 사안은 아니기 때문에 그냥 그 영상 봤던 내용대로만 제가 조사를 받을게요’라고 발언했다는 점에서 진정인이 온전한 자의에 따라 변호인조력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 아니라고 봤다.

인권위 침해구제제1위원회는 1차 조사의 경우 경찰관이 조사 시작 전 진술거부권과 변호인조력권을 고지하지 않은 것은 헌법 제12조에서 보장하는 적법절차 원칙을 위반해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2차조사에서는 피진정인이 진정인에게 진술거부권과 변호인조력권 행사 여부를 제대로 질문하지 않은 것은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진술거부권 등의 고지)을 위반해 헌법 제12조에서 보장하는 진정인의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조력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인권위는 이에 따라 B경찰서장에게 재발 방지를 위해 소속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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