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인권교육 실시와 재발 방지 대책 세워라”

“회사일 때문에 바쁜데도 연차까지 써가며 이 자리에 왔습니다.

옛날에는 ‘벙어리’, ‘병신’, ‘애자’ 같은 장애인 비하 표현이 일상에서 자주 쓰였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때 우리는 누군가를 조롱할 때 함부로 취급됐던 그런 존재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 시대입니까? 2007년부터 많은 사람들의 투쟁으로 이뤄낸 장애인차별금지법(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등에관한법률)이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함부로 취급 당하지 않는, 존중 받고 인정받아야 할 때입니다.

그럼에도 황교안 대표는 또 함부로 취급하고야 말았습니다. 저는 지금도 벙어리라는 단어를 볼 때마다 나에게 하는 이야기처럼 들려서 실망감과 좌절감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황교안 대표는 벙어리라는 표현 아래 담긴 언어·청각장애인의 상처를 정말 모르는 것인가? 그런 당신이 당 대표라고 할 수 있는가?

우리는 당신의 입속에서 함부로 다뤄지는 그런 존재가 아닙니다.

황교안 대표와 자유한국당은 당장 공식 사과하고 인권교육 받으시길 바랍니다. 우리는 여기서 물러나지 않습니다. 우리가 외치는 장애해방 그날까지, 그날을 위해서 마지막까지 싸울것입니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종운 개인 대의원-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종운 개인 대의원.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종운 개인 대의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장애 비하 용어를 사용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대표 및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황교안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 수출 규제에는 국무회의를 생중계까지 하더니 북한 미사일 도발에는 벙어리가 돼 버렸다’고 발언했다.

이에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한국농아인협회,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등은 9일 자유한국당 당사 앞에서 황교안 대표의 발언을 규탄하며 면담을 요청했다.

이들 장애계단체는 ‘벙어리’는 언어장애인을 낮잡아 부르는 표현으로 명백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32조(괴롭힘 등의 금지)는 ‘누구든지 장애를 이유로 학교, 시설, 직장, 지역사회 등에서 장애인 또는 장애인 관련자에게 집단따돌림을 가하거나 모욕감을 주거나 비하를 유발하는 언어적 표현이나 행동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상임대표는 “정치인의 장애 비하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 또한 정신장애인에 대한 혐오와 비하 발언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한바 있다. 또 다른 당 대표 역시 장애 비하 발언을 했다. 사회적 영향력을 갖춘, 그것도 정치인이라는 사람이 인식하지 못하고 알지조차 못하는 것에 대해 분노한다.”고 정치인의 낮은 인권 감수성을 지적했다.

기자회견에는 언어·청각장애인을 대표해 한국농아인협회 강석화 부회장이 참석해 이번 사태에 대해 규탄했다.

한국농아인협회 강석화 부회장.
한국농아인협회 강석화 부회장.

 

강 부회장은 “35만 농인을 대표한 한국농아인협회는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 황교안 대표는 벙어리라는 표현으로 농인에게 모욕감을 줬다.”며 “즉시 사과하고 장애인권을 무시한 것에 대한 깊이 반성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농인을 대표해 강력히 촉구한다. 장애인을 무시하는 발언은 당 대표로서 할 내용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변경택 회장 역시 “우리의 인권을 위해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만들었음에도 아직까지도 잘 다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안타깝다. 장애인을 낮게 평가하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매우 실망스럽고 화가 난다.”고 질타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명애 상임대표는 “이런 비하 발언을 해 놓고 선거 때는 한 표 달라고 고개 숙일 것이다. 이번에는 만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재발 방지에 대한 확실한 답을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애계단체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 이상 정치라는 이름으로 장애인을 비하와 모욕의 대상으로 삼는 비인권 행위를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포했다.

이어 황교안 대표의 공식 사과와 함께, 자유한국당 모든 소속 위원과 직원에 대한 인권교육 실시와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세울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면담을 거부하거나 사과 등의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시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비롯해 강력 대응할 것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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