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에 가족들과 TV앞에 둘러앉아 뉴스를 시청했는데, 다가오는 4월 15일에 실시되는 21대 국회의원선거가 80여일 남았으며, 본격적으로 후보 등록을 시작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문득 1월 9일 198개 ‘민생법안’이 한꺼번에 통과된 날, 가해 기업의 입증책임을 늘리고 피해자에 대한 추가 지원 내용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 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은 일이 떠올랐다. 

가습기 살균제는 1994년부터 판매됐는데, 당시 기업들은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면 물때와 세균 걱정없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가습기를 사용할 수 있다며 광고했다. 그런데 2011년 4월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폐질환으로 임산부나 영아의 폐에 문제가 생겨 폐를 이식받은 일이 발생했다. 

2011년 8월 31일 정부의 역학 조사결과 가습기 살균제에 의한것으로 밝혀졌고, 2011년 11월 11일 가습기 살균제 옥시싹싹 외 5종이 회수됐다. 또한, 가습기 살균제 제품의 주 성분이 독이 있는 성질로 밝혀졌다.

제품은 회수되었을지 몰라도 독성물질에 장기간 노출되었던 피해자들의 건강은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되었다. 증상으로 폐섬유화, 천식, 비염, 폐렴과 같은 호흡기계질환과 눈병, 피부질환, 심장질환, 간질환 등으로 나타났다. 

당시 기업의 광고를 믿고 친환경 제품이라는 말에 속아서 가습기 살균제를 장기간 사용하다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질환을 앓게 된 피해자들만 고통스럽고 억울할 뿐이다. 

2018년 3월 29일,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출범하여 가습기살균제 소위원회를 구성. 현재까지 조사중이다. 1월 10일 기준 사참위 자료를 살펴보면, 가습기 살균제 제품 사용자는 약 400만명이고 피해 경험자도 49만~56만명에 달한다. 정부에 피해를 신고한 자는 6,715명 뿐이고 이 가운데 1,518명이 숨졌다. 정부가 피해를 인정해 구제급여를 지원한 자는 895명이고, 특별구제계정으로 지원한 자는 2,144명 뿐이다. 

스스로 가습기 살균제 제품을 구매해 가족들에게 정기적으로 사용하던 제품이 유독성 제품이란 사실을 깨닫고, 많은 피해자들이 억울함 만이 아닌 분노와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억울해서 못 살겠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가슴을 치고 눈물을 글썽이며 자신의 원통함을 호소하는 말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눈물을 방치할셈인가? 국민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는 국회는 필요 없다. 

기업의 배상액을 걱정하는 법무부의 이야기를 다시 들어보자며 금번 ‘가습기 살균제 특별법 개정안’ 통과를 막은 그들에게 묻고 싶다. 

과연 당신 가족이 피해 사망자나 피해자라도 그렇게 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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