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계, ‘장애인서비스 지원 종합조사 평가 및 향후 과제’ 토론회 개최
“종합조사 계산 변경은 단순 미봉책에 불과해… 신뢰 회복 위한 개선책 마련해야”

22일 장애계단체들은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장애인서비스 지원 종합조사 도입 1년 평가와 향후 과제에 대해 토론을 펼쳤다.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로 변경된 ‘장애인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이하 종합조사)’로 활동지원서비스 시간이 하락하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아가 개편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열렸다. 

22일 장애계단체들은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장애인서비스 지원 종합조사 도입 1년 평가와 향후 과제에 대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최대 16시간 활동지원서비스 대상자 ‘0명’… “근본적인 종합조사표 개선해야” 

지난해 7월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가 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종전 1~6급의 장애등급은 없어지고, 장애정도에 따라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과 ‘심하지 않은 장애인’으로 구분했다.

서비스 조사도 새롭게 변경됐다. 기존 시행되던 인정조사에서 종합조사로 변경해 새로운 서비스 평가 기준을 마련했다.

기존 1~3급 장애등급으로 대상을 제한했던 활동지원서비스 신청대상을 모든 장애인으로 확대하고, 1~15구간으로 나눠 서비스 신청인의 일상생활 수행능력, 인지·행동특성, 사회활동, 가구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하루 최대 16시간까지 지원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름만 바뀐 반쪽 자리에 불과하다는 질타가 이어졌다. 새롭게 바뀐 종합조사가 조사 방법만 바꿨을 뿐, 실제 활동지원서비스가 필요에 맞게 제공되지 않고 있다는 것.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박경석 이사장.

이날 발제에 나선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박경석 이사장은 “현재까지 종합조사로 인한 1구간은 단 한명도 나오지 않았을 뿐더러, 새롭게 갱신조사를 받은 19.52%는 오히려 서비스 시간이 줄어드는 일이 발생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 2월 25일 종합조사 고시개정전문위원회 제3차 회의자료에 따르면, 하루 최대 16시간을 부여하는 1구간에 해당되는 장애인 당사자는 한 명도 없었다. 심지어 전체 58.43%가 5시간 이하를 제공받는 12~15구간 또는 구간 외로 분류된 것으로 나타났다.

박 이사장은 “지난해 7~11월 인정조사와 종합조사의 활동지원 급여량을 비교한 통계치를 보면 평균 급여량이 22.2시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통계의 함정.”이라며 “종합조사를 받으며 서비스 시간이 줄어든 장애인들을 산정특례로 구제하면서 생긴 허수다. 우리는 앞으로 이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해봐야한다.”고 지적했다.

종합조사에 의한 활동지원급여 구간 분포 결과, 하루 16시간을 지원받는 1구간 해당자는 없다.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 '장애인 서비스 지원 종합 조사' 도입 후 1년 평가 및 향후 과제 토론회 자료집

종합조사표에 대한 문제도 함께 제기됐다. 종합조사는 기능제한(X1), 사회활동(X2), 가구환경(X3)으로 구성돼 각 영역별 점수에 일정한 계수를 적용 후 합산한다. 하지만 세 항목 모두 높은 점수는 얻는데 한계가 있어 1구간이 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면 기능제한과 가구환경 영역에서 동시에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이 직업생활을 해 사회활동 영역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야 1구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이사장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고시개정전문위원회에선 두 가지 방안을 논의했다. 첫 번째는 사회활동을 할 수 없는 최중증 장애인을 1구간이 되도록 계수를 조정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갱신조사자에 대해 활동지원급여 구간을 1단계 상향하는 것.”이라며 “무엇보다 종합조사의 근본적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구심만 야기하는 종합조사… ‘신뢰와 객관성 확보’ 위한 개선책 마련 촉구

이날 토론자들은 새롭게 변경된 종합조사에 대한 근본적 한계를 제기하는 한편, 조사결과에 대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개선책을 마련할 것을 강조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권재현 국장은 “서비스급여 감소에 대한 명확한 이유와 계획을 제시해야한다. 신뢰를 회복하지 않는다면 종합조사 실시 과정에 대한 불신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애인 당사자의 욕구를 반영했는지, 조사결과에 대해 우리가 믿을 수 있는지 명확한 답변을 해야 한다.”며 “이는 산정특례에서도 마찬가지다. 그 인원들을 모두 끌어안는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떨어진 근거에 대해 충분한 설명이 가능할 때 다음 대안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이용석 실장.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이용석 실장도 종합조사의 신뢰의 회복을 강조하는 한편, 나아가 종합조사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표를 세분화할 것을 주장했다.

그는 “인위적인 조정 값을 통해 1구간을 만드는 것은 일시적인 미봉책에 불과하다. 결국 우리는 인정조사에서 가졌던 불신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1구간에 해당되는 사람이 나오지 않는다고 추가적인 점수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왜 1구간을 받았던 사람들이 사라졌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종합조사에서 평가하는 사회활동을 직장생활과 학교생활로만 한정하는 것이 아닌, 가구환경과 엘리베이터의 유무 등 보다 정밀한 항목을 마련해 조사결과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발달장애와 뇌병변장애 등 종합조사와 서비스에서 소외되고 있는 장애유형에 대한 언급도 이어졌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최용걸 정책국장은 “현행 종합조사에선 발달장애인의 욕구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조사자에 의한 평가방식을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스웨덴의 경우 3년간 교육을 걸쳐 조사를 수행하게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7회기 교육을 통해 바로 실무에 투입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선 발달장애인의 특성과 욕구를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최명신 사무처장은 “뇌병변장애인에 대한 서비스는 활동지원을 제외하면 없는 현실.”이라며 “뇌병변장애인은 중증 중복장애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다른 어떤 장애영역보다 활동지원서비스의 필요도가 높다. 이를 단순히 정책과 예산을 핑계로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급여량의 증가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할 것.”이라고 정부 차원의 근본적 해결을 강조했다.

[장애인신문·웰페어뉴스 박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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