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방송 수어·자막 방영 의무화 헌법소원도 ‘기각’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헌법재판소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형 선거공보의 면수를 책자형 선거공보의 면수 이내로 제한한 공직선거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또한 선거방송에서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 또는 자막 방영을 재량사항으로 규정하는 조항에 대해서도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지난달 28일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장애인 당사자 A씨 등이 공직선거법상 점자형 선거공보 면수 제한과 선거방송에서 수어·자막 방영을 재량사항으로 정한 조항에 제기한 헌법소원심판(2017헌마813)에 대해, 재판관 6대3으로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선고했다.

점자형 선거공보 면수 제한… 부족한 인프라, 국가의 과다한 비용 부담 등 고려 ‘기각’

앞서 시각장애인 A씨는 점자형 선거공보 면수를 책자형 선거공보 면수 이내로 제한하는 공직선거법 제65조 제4항으로 인해 선거권과 평등권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며 지난 2017년 7월 21일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헌재는 부족한 점자출판시설과 점역·교정사 부족 등의 현실적 어려움을 설명하며 기각 사유를 밝혔다.

점자출판시설로 기능하고 있는 점자도서관의 수는 전국적으로 약 40개에 불과하고, 책자형 선거공보와 달리 점자형 선거공보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작성비용까지 부담하고 있다는 것.

헌재는 “점자형 선거공보의 면수를 제한하지 않는다면 점자출판시설과 점역·교정사 등의 부족으로 현실적 어려움과 국가가 과다한 비용을 부담하게 될 수 있다.”며 “공직선거법 제65조 제8항은 점자형 선거공보에 핵심적인 내용을 반드시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시각장애인이 선거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들이 존재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선거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점자는 일반 활자에 비해 출판시설이 부족하고, 점역·교정사의 수도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일정한 기간에 제작할 수 있는 출판물의 양이 현저히 적은 점 등을 고려하면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나왔다.

재판관 3인(이선애, 이석태, 김기영)은 반대의견을 통해 “점자형 선거공보는 다른 선거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운 시각장애인이 후보자·정당에 대한 정치적 정보를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수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핵심적 수단.”이라며 “점자형 선거공보의 면수를 책자형 선거공보와 동일한 면수로 제한할 경우 불가피하게 책자형 선거공보의 내용을 모두 담을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선거공보조항에 의해 침해되는 공익과 시각장애인이 입는 불이익은 현저한 반면, 점자형 선거공보의 작성·발송 비용 등은 국가적 차원에서 감당하기 어렵다 할 수 없으므로 해당 조항은 법익의 균형성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수어·자막 선거방송 의무화… “과도한 선거비용과 선거운동 자유 제한할 수 있어” 기각

이와 함께 헌재는 청각장애인 B씨와 C씨가 제기한 선거방송에서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 또는 자막 방영을 재량사항으로 정한 공직선거법 조항에 대해서도 합헌 결정을 내렸다.

지난 2017년 7월 21일 청각장애인 B씨와 C씨는 후보자 방송연설, 토론회 등 선거방송에서 청각장애인을 위한 한국수화언어 또는 자막의 방영을 의무사항으로 규정하지 않은 공직선거법(제70조 6항, 제71조 제3항, 제72조 제2항, 제82조의2 제12항) 조항으로 선거권과 평등권을 침해받았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제기했다.

헌재는 “이를 의무사항으로 규정할 경우 선거비용이 과도하게 소요될 수 있고, 방송사업자의 보도·편성의 자유와 후보자·정당의 선거운동의 자유를 제한할 여지가 있는 점을 고려해 재량사항으로 규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방송법과 장애인복지법, 장애인차별금지법 및 그 하위규범을 통해 청각장애인에 대한 선거정보의 제공 의무화가 규범적으로 상당 부분 구현돼 있으며, 한국수어·자막방송이 청각장애인의 선거정보 획득의 기회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헌재는 “청각장애인이 선거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들이 존재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선거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재판관 3인(이선애, 이석태, 김기영)은 반대의견을 통해 “한국수어를 제1언어로 사용해 국어를 이해하기 어려운 청각장애인에게 선거방송은 선거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임을 고려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또한 장애인방송 편성비율 준수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방송사업자들은 충분한 인력과 기술수준 등을 이미 확보하고 있으므로, 해당 의무를 부과하더라도 과다한 비용을 지출하거나 보도·편성의 자유와 선거운동의 자유를 크게 제한하게 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

이에 따라 “해당 조항에서 의해 침해되는 공익과 청각장애인이 입는 불이익은 현저한 반면, 방송사업자가 방영하는 선거방송에서 한국수어방송과 자막방송을 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더라도 과도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장애인신문·웰페어뉴스 박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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