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최근 3년간 775건 형사 판결 분석
성적 학대 59%로 가장 높게 나타나… 피고인 886명 중 집행유예 41.4%에 달해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 가중처벌 규정 등 미비… “관련 법 실효성 마련해야”

28일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이룸센터 이룸홀에서 ‘장애인학대 처벌실태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앞으로의 과제를 논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장애인학대 행위자에 대한 처벌실태를 살펴보고, 앞으로의 과제를 논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28일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여의도 이룸센터 이룸홀에서 ‘장애인학대 처벌실태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앞으로의 과제를 논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앞서 보건복지부와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발표한 ‘2019 장애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장애인학대 신고는 4,376건으로 전년 대비 19.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장애인학대 사건은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지 않거나, 수사가 진행돼도 검찰에서 기소조차 되지 않는 사례들도 있다. 재판과정에서 학대 행위가 인정되지 않거나, 인정되더라도 낮은 형량이 선고되고 있다는 것.

이에 중앙장애인권옹호기관은 최근 3년간(2017~2019) 장애인학대 관련 형사판결문을 분석하고,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토론의 장을 열었다.

이번 조사의 분석 대상 형사사건 수는 775건이며, 해당하는 판결문의 수는 1,210개이다. 775건의 사건에서 피고인은 총 886명, 장애인 피해자는 923명이었다.

이날 토론회는 동덕여자대학교 서동명 교수가 좌장을 맡고, 재단법인 동천 송시현 변호사의 발제가 이어졌다. 토론자로는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이정민 팀장,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김지영 박사, 대검찰청 강정영 검찰연구관, 서울서부지방법원 차성안 판사,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김강원 인권정책국장이 나서 열띤 토론을 펼쳤다.

피고인 항소 시 76.9% 형량↓… “양형 기준 마련 등 관련 법 실효성 강화해야”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따르면, 장애인학대 유형은 성적 학대가 59%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뒤를 이어 경제적 착취(15.5%), 중복 학대(14.5%), 신체적 학대(10.5%), 정서적 학대(0.6%) 순으로 나타났다.

피고인과 피해장애인의 관계를 살펴보면 이웃, 지인, 고용주, 모르는 사람 등의 타인이 83%로 나타났다. 이어 기관 종사자(8.5%), 가족 및 친인척(6.9%), 파악안됨(1.7%)으로 나타났으며, 타인 중 지인의 비율이 전체의 38.3%로 높은 응답을 보였다.

피고인 중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426명으로, 전체 48.1%다. 징역형이나 벌금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람은 41.4%, 벌금형 10.0%, 기타(공소기각, 선고유예, 형 면제)가 0.5%로 나타났다.

학대 유형별 피고인 선고형.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그러나 장애인학대 유형별로 살펴보면, 신체적 학대의 경우 징역형의 비율이 31.6%로 떨어지고 벌금형이 24.2%로 늘어난다. 경제적 착취에서도 징역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40.5%, 벌금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18.9%로 나타났다.

검사나 피고인이 항소한 사건은 428건으로 나타났는데, 형량의 변화가 없었던 사건(268건)이 62.6%로 절반 이상이었으나, 형량이 변화된 사건(160건) 중에는 76.9%에 해당하는 123건의 사건에서 피고인의 형량이 줄어들었다.

항소사건 피고인의 형량 변화.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장애인학대에 대한 처벌 규정의 부족함이 드러나기도 했다.

현행 장애인복지법은 장애인학대에 대한 처벌 규정을 두고 있으며, 제59조의9 제2의2호에서는 장애인에 대한 노동강요 행위를 금지하고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지난 3년간 실제로 해당 조문이 적용된 사건은 단 2건으로 확인돼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장애인복지법상 방임이 인정된 사례도 단 4건에 불과했다.

또한 장애인학대 범죄에 대한 정의된 규정이 미비해, 장애인학대자는 성범죄자와 달리 취업제한을 받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신고의무자가 장애인학대를 한 경우에도 가중처벌하는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서울서부지방법원 차성안 판사는 “장애인복지법상 장애인 학대행위를 형사 범죄화한 입법은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아동학대와 노인학대 등과 달리, 장애인학대의 구성요건을 구체적으로 작성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장애인학대 행위에 대한 개념 정의와 형사처벌에 대한 내용을 정의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이나, 이를 동일시해 형사처벌을 집행하는데 한계가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장기적 관점으로 장애인학대 행위에 대한 형사법적 대응에서, 어떤 방식이 타당한지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검찰청 형사부 강정영 검찰연구관은 “장애인학대 범죄는 성폭력, 아동학대 등 다른 법률들이 적용돼 치부되는 경우가 다수다. 장애인복지법 적용 건수도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관련 규정, 양형 기준 등 정비에 대해 사회 전체가 관심을 갖고 노력한다면, 합당한 처벌과 충분한 피해자 보호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애인학대는 명백한 범죄… 수사기관 범죄 인식 제고 등 ‘강조’

이날 토론자들은 장애인학대 양형 기준을 강화하는 한편, 사회 전반에 장애인학대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것을 주장했다.

이를 통해 장애인학대에 대한 이해 수준을 높이고, 나아가 사회 전반의 범죄 인식 수준을 제고하자는 것.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이정민 팀장은  "장애인학대와, 장애에 대한 법원의 이해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며 "적절한 처벌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실질적인 개선을 촉구했다.

관련법을 적용하는 수사기관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김지영 박사는 “장애계에서 관련 법 제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것이 만들어지더라도 적용하는 수사기관에서의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수사기관은 수사에 임하기 전 피해자의 인지 및 의사소통 능력을 파악하고, 이를 기록하는 절차를 내규화해야 한다.”며 “나아가 장애인학대를 하나의 범죄 카테고리로 만들어, 온전히 범죄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개선을 촉구했다.

현행법에 부족한 문제점을 반영한 특례법을 만들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김강원 인권정책국장은 “복지에 관한 법에 형사법 내용을 포함하는 것은 체계상으로나 적용 대상, 내용의 구체성을 고려했을 때 적절치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동학대, 성폭력, 가정폭력 등 구체화된 형사특별법을 두고 있는 법체계를 볼 때 어려움이 많다는 것.

이에 “장애인학대 사건의 특수성을 반영한 관련법을 통해 장애인학대 범죄를 규정하고,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적절한 사법절차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법체계상 장애인의 특수성을 고려하고, 사법기관의 인식 제고와 전문성 증진을 위해 노력할 것.”을 요청했다.

[장애인신문·웰페어뉴스 박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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