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이용자 16명’ 휠체어 탑승 고속버스… “보여주기식 시범사업이 문제”
한국장총 “노선 중복, 휠체어 경제적 부담 등 문제 속출… 적극적 해결 나설 때”

고속버스에 탑승 중인 장애인 당사자.
고속버스에 탑승 중인 장애인 당사자. ⓒ웰페어뉴스DB

장애계의 오랜 염원이 담겼던 휠체어 탑승 가능 고속버스가 지난해 시범운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실제 이용자는 16명. 저조한 이용자수에 고개를 갸우뚱 할 수 있겠지만,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는 주장이다.

기술 인증을 받은 휠체어만 탑승이 가능했고, 시범사업으로 운행됐던 노선은 기차 등 이동수단이 편성돼 있는 곳이었다.

이 때문에 장애인의 이동을 돕는 휠체어 탑승 고속버스 사업이 '단순 보여주기식 정책'에 불과하다는 장애계의 지적이 나왔다.

12일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하 한국장총)은 성명을 통해 사업 실효성 부족으로 실이용자수가 저조한 데 문제를 제기하며 “정부는 더 이상 미루기를 멈추고, 이제는 미온적 태도에서 벗어나 적극적 상황 해결에 나서야 할 때.”라고 입장을 밝혔다.

휠체어 경제적 부담, 운행노선 중복 등 실효성 ‘부족’… “정부는 문제 해결 의지 보여야”

앞서 장애계는 오랜 기간 장애인들의 이동권을 위한 투쟁을 지속해왔으며,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017년 7월 고속·시외버스에 휠체어 승강설비 등 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는 수용 입장을 밝히고, 지난해 10월부터 전동휠체어 탑승 설비를 장착한 고속버스를 시범운행 해왔다. 당시 국토교통부는 “이번 시범운행을 계기로 장애인들의 이동권 확대를 위한 첫 걸음을 내딛게 됐다.”고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반면, 사업 실효성에 대한 지적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1년간 고속버스를 운행했음에도, 실제 탑승한 휠체어 이용 장애인은 단 16명에 불과했다는 것.

문제는 실이용자가 적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다는 주장이다. 

먼저 한국장총은 탑승 가능한 휠체어의 경제적 부담을 원인으로 꼽았다. 

탑승이 가능한 휠체어는 국가기술표준원 세부기준(KS P ISO 7176-19) 인증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모두 외국산인 고가 모델인데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지원하는 휠체어 33종 중 12종(34%)에 불과해 경제적 부담이 큰 상황이다.

경제적 부담과 함께, 기존 운행노선과의 중복도 문제로 언급했다.

현재 시범운행 고속버스는 ▲서울↔부산 ▲서울↔강릉 ▲서울↔전주 ▲서울↔당진 총 4개 노선을 운영하고 있으나, 이 중 당진을 제외한 나머지 노선은 이미 KTX를 통해 휠체어 이용 장애인의 이동이 가능해 노선이 중복되고 있다.

많은 문제들이 산적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논의는 부족한 상황이다. 한국장총에 따르면, 사업 시행 당시 정부는 도출되는 문제점에 대해 버스업계와 장애인단체 등과 협의해가며 보완하겠다고 밝혔으나, 시범운행을 올해 말까지 늘릴 뿐 상세한 논의는 진행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한국장총은 “노선 문제, 탑승 가능 휠체어모델 제약 외에도 예약 불편, 휴게소 휴게시간 부족, 비장애인과 분리 탑승 등 이미 1년 간 언론을 통해 무수한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라며 “정부는 장애계가 나서기 전, 이에 대한 문제 해결의 의지를 보여야 함이 마땅하다.”고 당부했다.

무엇보다 시범운행 이후 적극적이지 않은 정부의 태도도 문제로 제기됐다.

한국장총은 “객관적 수치만 보더라도 사업에 실효성이 없어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이나, 정부는 처음 발표했던 시범운행 기간이 3개월을 훌쩍 넘겼음에도 아직 개선 계획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정부는 더 이상 미루기를 멈추고, 이제는 미온적 태도에서 벗어나 적극적 상황 해결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개선을 촉구했다.

한편, 한국장총은 소관부처인 국토교통부에 시범운행 문제점에 대한 개선 계획안 마련, 장애계 의견 수렴 등을 요청했다. 

[장애인신문·웰페어뉴스 박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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