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부양 우선의 관점을 벗어나야, 국가가 최저생활 보장 의무를 다할 수 있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요구가 높은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역시 같은 의견을 표명했다.

31일 인권위는 “지난 28일 전원위원회에서 저소득 취약계층이 사회안전망을 통해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담고 있는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조속히 심의할 것을 국회의장에게 의견표명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헌법에 규정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구체화하고, 국가의 사회보장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로서, 생활이 어려운 사람에게 급여를 제공해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자활을 돕는 최후의 사회안전망이며 대표적인 공공부조제도다.
 
그러나 빈곤하지만 이 제도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 즉, ‘비수급 빈곤층’의 규모는 지난 2018년 12월 기준 약 73만 명(48만 가구)에 달하고, 이러한 비수급 빈곤층의 주요 발생 원인이 부양의무자 기준이라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유엔 사회권규약위원회도 2017년 이러한 대한민국 사회보장 상황에 우려를 표시하며 정부에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전히 폐지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최저생활을 유지하지 못하는 취약계층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통해 기본적인 생존권을 보장받아야 하지만 부양능력이 있는 부양의무자가 있다는 이유로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비수급 빈곤층을 포괄하기 위해 부양의무자 기준은 지속적으로 완화돼 왔고, 2015년 교육급여에서, 2018년 주거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됐다. 또한 정부는 제1·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에서 생계급여에서의 부양의무자 기준 단계적 폐지 및 의료급여에서의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가장 핵심이 되는 생계 및 의료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이 유지된다면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비수급 빈곤층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인권위의 입장이다.

인권위는 “생계를 이유로 한 비극적 선택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생활의 어려움에 직면한 사람들에게 최저생활은 즉시 보장돼야 한다.”며 “특히 의료급여에서의 부양의무자 기준이 유지된다면 저소득 취약계층은 여전히 최소한의 의료보장조차 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 사회는 고령화, 출산율 감소, 만혼·비혼의 증가, 이혼율 증가 등 가족구조가 변하고 있고, 이에 따라 사적 부양을 제공할 수 있는 가족의 역량과 인식이 현저하게 낮아지고 있다.”며 “사적 부양의 사회적 기반이 약화된 상황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은 제도의 사각지대를 더욱 크게 발생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인권위는 “국가의 사회보장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최저생활 보장에 관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라는 공공부조 제도가 마련됐다. 가족 부양을 우선으로 하고, 국가의 책임을 후순위로 하고 있는 종전의 관점에서 벗어나야, 가족으로부터 부양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의 최저생활을 국가가 보장할 수 있다.”며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의 부양의무자 기준의 완전한 폐지를 다각도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어 “올해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시행 20주년을 맞이했다.”며 “빈곤하지만 여전히 제도에서 소외돼 있는 취약계층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조속한 법의 개정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장애인신문·웰페어뉴스 정두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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