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문 대통령 ‘국민이 만든 희망, 회복·포용·도약’ 발표
신년사 현장 수어통역사 배치 無… 일부 방송사 수어통역 제공하지 않아
장애벽허물기 “수어통역사가 있다고 대통령의 권위 떨어지지 않아” 개선 촉구

11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11일 청와대 본관 1층 중앙로비에서 진행된 대통령 신년사 현장 모습.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통역사는 배치되지 않았다. ⓒ청와대

올해 대통령 신년사에서도, 여전히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통역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11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본관 1층 중앙로비에서 ‘국민이 만든 희망, 회복·포용·도약’을 주제로 신년사를 발표했다.

대통령 신년사는 지난 한 해의 국정을 살펴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논하는 자리로써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중요한 자리다. 매년 대통령은 이 자리를 통해 국민들을 위로하고 응원하는 자리에 나서고 있다.

올해 문재인 대통령 또한 신년사에 나서 “지난해는, 위기에 강한 나라, 대한민국을 재발견한 해였다. 2021년 올해는, 회복과 포용과 도약의 위대한 해로 만들어 내자.”라고 앞으로의 의지를 전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올해의 목표를 ▲회복 ▲도약 ▲포용 총 3가지를 제시하며, 일상을 되찾고 경제를 회복하며, 격차를 줄이는 한 해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이처럼 국민들의 포용을 내세운 것과 달리, 여전히 대통령 옆에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통역사는 배치되지 않았다.

앞서 장애계는 계속해서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에 수어통역사를 배치할 것을 요청해 왔다. 국민 누구나 차별 없이 시청할 권리가 있음에도, 여전히 청와대는 이를 준수하지 않아 청각장애인의 어려움이 반복된다는 것.

또한 청와대 누리집에 게시돼 있는 연설이나 영상에도 수어통역이 제공되지 않아 청각장애인들의 어려움이 반복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8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청와대의 주요연설을 중계하거나 영상을 청와대 홈페이지에 게시할 때 농인(聾人)의 실질적 정보 보장을 위하여 수어통역을 제공하기를 바란다’고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반면, 여전히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신년사 현장에서 수어통역사가 배치되지 않았을 뿐더러, 연설을 생중계한 일부 방송사는 수어통역을 제공하지 않아 청각장애인의 시청권을 외면한 것.

이번 신년사에 대해 장애계는 실망스러운 반응을 드러냈다. 이날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이하 장애벽허물기)은 논평을 통해 ‘수어통역사가 옆에 있다고 대통령의 권위가 떨어지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다.

장애벽허물기는 “신년사 등 대통령이 연설을 할 때 많은 방송사들이 중계를 한다. 그 가운데 극히 일부 방송사만 수어통역을 제공한다. 수어를 사용하는 농인들이 대통령의 연설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등 알 권리가 박탈되는 것.”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특히, 한국수어법에서 수어의 인식개선에 대한 정부의 책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즉,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으로 법률을 앞장서 준수해야 하므로, 대통령 옆에 수어통역사를 배치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통령의 옆에 수어통역사가 서면 권위가 떨어질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통령의 권위는 국민들의 모습을 닮아갈 때 생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더욱 낮은 이들을 위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말이다.”며 “이런 취지에서 앞으로 수어통역에 대한 청와대의 변화된 모습을 기대해 본다.”고 개선을 촉구했다.

[장애인신문·웰페어뉴스 박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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