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한 해가 저물고, 2021년 신축년이 밝았다. 작년은 코로나로 시작해서 코로나로 끝나는 모양새였다. 보통 백신개발이 10년은 걸리는데, 코로나 백신은 1년만에 출시되어 영국과 미국에선 접종을 시작했고, 우리나라도 접종을 앞두고 있다. 우리는 바야흐로 신종 감염병의 시대에 살고 있고, 앞으로 마스크는 필수품이 될 것 같다. 이러한 시대에, 지역에서 주민들과 함께 일구고 있는 주민모임은 안녕한가? 

작년에 나는 사회복지사로서 2개의 주민모임과 함께했다. 하나는 2019년 5월 말부터 매월 둘째주 수요일에는 차를 구실로, 넷째주 수요일에는 밥상을 구실로 정기모임을 하고 있는 중장년 남성모임 ‘아저씨들의 우왕좌왕 밥상모임(이하 아우좌)’. 다른 하나는 2019년 11월~12월, 4~7세 아이들을 양육하고 있는 부모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부모교육 이후, 매월 2회 자조모임으로 교류하기로 의기투합한 ‘나만의 놀터모임(이하 놀터)’이다. 2020년 한 해 동안 이 모임에 함께하고 있는 주민들과 소통하며, 코로나 시대에 주민모임을 어떻게 지원했는지 성찰해 본다. 

두 모임의 가장 큰 차이점은 모임 진행 시 온·오프라인을 병행했는지, 온라인만으로 진행되었는지 였다. 아우좌는 온·오프라인을 병행하였고, 놀터는 온라인으로만 진행되었다. 그 이유는 모임을 구성하고 있는 주민들의 특성을 반영하여 모임을 진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아우좌에 참여하는 주민들은 1인 중장년 남성으로 본인이 돌봐야 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보니 조심스럽게 오프라인 참여가 가능했다. 하지만, 놀터에 참여하는 주민들은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부모이다 보니 오프라인 참여가 불가능했다. 특히, 코로나가 창궐할 때에는 어린이집을 보내지 못하고 가정보육을 해야 했기 때문에 부모들은 육아 스트레스로 많이 힘들어했다.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놀터에 참여하는 주민들은 온라인(카카오톡 단체방)으로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어려움을 나누며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 힘 썼다. 

온라인만으로 진행된 놀터보다 온·오프라인을 병행하여 진행된 아우좌가 결과적으로 모임의 응집력이나 소속감이 높았고, 모임 구성원 간에 개별 연락으로 서로의 안부를 묻거나 연락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주민모임으로 공동체를 이루어 가기 위해서는 온라인만으로는 부족하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오프라인 모임을 코로나 이전과 동일한 횟수로 진행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 월 1회 또는 격달 1회로 오프라인 모임을 진행하는 과정이 모임을 통한 주민 간 관계 유지·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 시대에 주민모임! 온·오프라인을 병행하여 진행하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도달했다. 

앞으로도 3~5년 주기로 신종 감염병은 우리를 찾아 올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역사회복지관에서 주민모임은 어떻게 지원하면 좋을까? 문득, 아우좌에서 함께하는 주 씨 아저씨께서 작년 12월 정기모임을 앞두고,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주신 의견이 떠올랐다. 

“낼 모레 아우좌 모임하는 날인데, 낼 부터 2.5단계 격상이라니 복지관 하늘마루에서 모임 가능할까요? 손소독 하고 마스크 쓰고 탁구 치면서 놀면 좋은뎅~ㅎ” 

이 메시지를 보면서, 주민들은 복지관의 방역이 완료된 안전한 공간에서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며 주민모임을 진행하길 원한다는 걸 알았다. 지금처럼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지역의 다양한 주민모임을 지속할 수 있도록 안전한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지역사회복지관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역 안에서 주민들은 모임을 통해 이웃 간 관계를 유지하는데, 코로나로 인해 생겨나는 여러 가지 어려움과 위기를 이웃 간 관계를 통해 지금까지 극복해 왔고, 앞으로도 슬기롭게 극복해 낼 힘이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사회복지관에서는 주민들에게 안전한 공간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역할이 필요하겠다. 더불어, 주민모임에 참여하는 주민들의 연령, 사회적 역할, 가족형태 등에 따라 모임을 지원하는 방법과 사회복지사로서 역할이 달라지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저작권자 © 웰페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