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문화현장]을 쓰는 김호이 객원기자는 ‘김호이의 사람들’의 발로 뛰는 CEO를 맡고 있습니다. 인터뷰 전문 콘텐츠를 만들며 언론사에 연재를 하고 있는 김호이 기자가 웰페어뉴스를 만나 인터뷰와 함께 문화 현장으로 갑니다. 사람과의 만남을 좋아하고 다양한 문화를 즐길 줄 아는 그의 현장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웃으면 복이 온다’, ‘웃는 낮에 침 못뱉는다‘ 등 웃음에 관련된 속담이 참 많다.

우리 사회에서도 웃는 사람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슬픔을 표현하거나 화를 내며 감정을 표현하는 사람에게는 “기운 빠진다”거나 “기분 나쁘다”라며 슬픔에 대해서는 기피하는 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슬퍼도 웃음으로 넘기려고 하거나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새카만 입속, 얼국을 찡그린 채 웃는 얼굴을 그린 작가로 유명한 유에민쥔 작가의 전시회 <유에민쥔: 한 시대를 웃다> 전시회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진행됐다.

유에민쥔은 중국현대미술사 중에서도 가장 혁신적인 그룹인 ’차이나 아방가르도‘를 대표하는 작가로 장샤오강, 팡리쥔, 왕광이와 더불어 중국 현대미술의 4대 천왕이라고 불리는 장본인이다.

처음 그의 전시회 포스터를 봤을 때 작품 속 웃는 사람들의 모습이 기괴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그런지 전시에 대해 더욱 호기심이 생겨 전시회에 다녀왔다.

원래 3월말까지로 예정되었던 유에민쥔의 전시회는 5월9일로 연장되기도 했다.

평소 유에민쥔 작품 컬렉터로 알려진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을 비롯해 배우 공현주, 장근석, 가수 김재중 등도 방문한 이유가 느껴질 만큼 작품에 하나하나를 볼 때마다 그 속에 담긴 메시지가 확 다가왔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우는 건가? 웃는건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동상이 있었다.

자신의 웃는 모습을 모델로 작품 활동을 하며 그의 웃음은 세상에서 가장 슬픈 웃음으로 불리우고 있었다.

입이 찢어지게 웃고 있지만 앉아있는 모습이 길에서 쭈그려 앉아 울던 어느 어린아이의 모습이 떠오르는 짠한 포즈다.

다음 작품을 보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던 중 발가 벗은 채 처형을 기다리며 웃는 그림 속 인물의 모습이 붉게 그려진 입술 탓인가? 유난히 빨갛게 느껴졌다.

처형자들의 손에는 총은 들려져 있지 않지만 보이지 않는 총수를 받쳐 든 손과 팔, 그리고 구부정한 등과 제대로 맞추고 말겠다는 꺽인 목선에서 살의의 서슬이 섬뜩하게 느껴졌다.

또한, ’방관자‘라는 제목의 그림에는 배에 탄 사람들이 물에 빠진 사람을 구경하며 휴대폰을 사진을 찍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림 속 사람들의 상황은 각자 다르지만 위기에 처해진 사람을 무심하게 바라보며 사진만 찍는 모습이 씁씁하게 다가왔다.

특히 물에 빠진 사람 역시 웃고 있는 모습을 보니 더욱 그랬다.

유에민쥔의 초기 작품은 냉소이고, 후기 작품 세계의 뚜렷한 주제는 ’죽음‘이다.

해골 모습을 하고 있는 작품을 보며 ’삶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 같아서 모든 존재와 함께 한다.

그러니 죽음을 기억하고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지금 이 순간을 살라’는 라틴어의 낱맡인 메멘토모리가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그 작품에는 유에민쥔 전 작품 중 유일하게 입을 다문 채 웃고 있는 모습이었는데, 그의 냉소는 따스한 미소로 보였다.

‘웃음이 웃음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공간 속 한 동상은 언뜻 보면 비명을 지르고 있는 듯하지만 결국 웃고 있는 모습이 현대사회 사람들의 마음을 표현한 듯 하다.

비명을 지르고 싶지만 결국 웃고 있는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이와 함께 동전의 양면성을 보여주듯 앞에서는 웃고 있지만 뒷모습은 코뿔소를 형상화한 동상도 눈에 띄었다.

전시장에 들어갈 때의 마음은 가벼웠지만 나올 때의 마음은 왠지 모르게 가슴 한켠이 무거워지며 현대 사회의 웃음의 의미에 대해 다시한번 떠올려 보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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