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연설 등 수어통역, 자막제공 등 부재… “안정적 시청환경 보장해야”

4일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은 청와대 앞에서 대통령 기자회견 등에 수어통역사 배치를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통령 옆에 수어통역사 배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청와대 앞을 가득 매웠다. 

4일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이하 장애벽허물기)은 청와대 앞에서 대통령 기자회견, 행사 등에 수어통역사 배치를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장애벽허물기는 “많은 공공기관에서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통역사가 배치됐으나, 여전히 청와대는 수어통역을 제공하고 있지 않고 있다.”며 “청각장애인들의 실질적인 정보 보장을 위해 수어통역을 제공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청와대 행사, 브리핑 등 수어통역 배치 ‘無’… “청각장애인 알 권리 어디에”

장애계는 꾸준히 공공기관과 정부 행사 등에 수어통역사 배치를 요구해 왔다. 

그 결과, 2019년 12월 정부부처 발표와 국경일 행사 등에 수어통역 지원이 시작됐으며, 지난해 8월 10일부터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 첫 상시 수어통역이 이뤄지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반면, 여전히 대통령 옆에는 수어통역사가 없는 실정이다.

지난달 29일, 정부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목표로 하는 ‘2050 탄소중립위원회’ 출범식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대응, 지속가능한 발전 등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에 나설 것을 강조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공감과 지지.'라며 '정부는 국민의 작은 실천 하나하나를 소중히 여기며 새로운 미래를 희망으로 열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많은 국민의 참여를 독려하는 자리였으나, 여전히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통역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또한 청와대 누리집에 게시된 영상은 물론, 청와대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도 별도의 수어통역과 자막이 제공되지 않아 청각장애인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 기자회견장 수어통역사 배치를 촉구하고 나선 기자회견 참여자.
청와대 기자회견장 수어통역사 배치를 촉구하고 나선 기자회견 참여자.

인권위 “청와대 연설 등 수어통역 제공” 의견 표명… 장애계 ‘조속한 이행’ 촉구

이에 대해 장애계는 아쉬움의 눈길을 내비쳤다. 청와대에 수어통역을 제공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의견 표명이 있었으나, 여전히 개선은 없는 실정이기 때문.

지난해 12월 8일 인권위는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청와대의 주요연설을 생중계하거나 영상을 청와대 누리집에 게시할 때, 농인들의 실질적 정보 보장을 위해 수어통역을 제공하길 바란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도 수어통역 제공이 이뤄지지 않자, 다시금 청각장애인 당사자들은 청와대에 조속한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동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 오병철 소장은 “청와대 기자회견이나 행사에서 수어통역과 자막을 제공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이 지켜지고 있지 않는 현실.”이라고 아쉬움을 밝혔다.

이어 “청와대가 모범을 보인다면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변화의 물결이 이어질 것.”이라며 “이러한 기본적인 사항들이 지켜져 청각장애인들의 권리가 보장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원심회 노만호 회원은 “이번 대통령 연설에 수어통역이 없어 유튜브 자막 자동완성 기능으로 영상을 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확한 자막이 제공되지 않아 도저히 영상을 시청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대통령의 연설을 수어통역으로, 올바른 자막으로 시청하며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조속한 개선을 요청했다.

한편, 이날 장애벽허물기는 대통령 연설 등에 수어통역사 배치, 자막제공 등을 촉구하는 요청서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장애인신문·웰페어뉴스 박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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