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각하는 것이 천직이라는 덕수둥 돌담길의 조규현씨. **“마음 수련을 위해 시작한 것이 이제는 천직이 됐죠.”
8년째 서울시청 옆 덕수궁 돌담길에서 나무판에 글씨를 새기는 일, 즉 서각(書刻)을 하고 있는 조규현(35·지체3급)씨는 이와같이 얘기한다.
오른쪽 팔이 절단된 조씨는 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오른손에 붕대를 감아 망치와 연결시키는 일이라고 한다.
서각을 위해서 필요한 망치와 조각칼의 활용을 위해 왼손에는 조각칼, 오른손에는 망치를 잡는 역할을 부여했다. 세서부터 대서까지, 시 글귀 및 가훈까지, 국어 외에 일어 등 외국어까지… 글자의 형체를 갖추고 있는 모든 것은 목판에 새김이 가능하다.
조씨가 서각을 배우게 되기까지의 과정들은 파란만장하다.
어려서부터 무엇인가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는 조씨. 그러나 조씨 나이 11살때, 교통사고로 오른쪽 팔을 절단하게 됐다. 장애인이 된 후, 방황의 나날과 함께 성격이 난폭해진 조씨는 24살에 운전면허를 취득하게 된다. 운전을 하면서 조씨의 성격은 더욱 과격해지고 난폭해지게 된다. ‘더 이상은 안되겠다’는 생각에, 성격 순화를 위해 서예를 시작하게 됐다.
서예를 배우던 중 우연히 스승님이 나무에 글씨를 새기는 것을 보고, ‘아! 나의 길은 이것이다’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하고자 하는 욕심에 1년 정도 스승님을 쫓아다니며 애원한 끝에 어렵게 스승님의 허락을 받게 됐다.
“맨 처음부터 스승님이 허락해주신 것은 아닙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스승님을 쫓아다니고 애원했습니다. 저의 열정과 끈기에 스승님도 결국, 허락하시게 된 거고요.”
그 뒤 스승님께 서각하는 방법과 이치를 터득했다. 몇 년간의 배움의 길 끝에 이제는 자신의 작품을 만들 수도 있고, 어엿하게 작품으로도 인정받는다고.
하루종일 오른손에 망치를 묶고 있기에 통증도 많고 물집이 생기는 일이 빈번하다. 이에 조씨는 매일 저녁 집에 돌아가 오른손 온냉찜질을 잊지 않는다고.
매일 아침 부천에서 시청까지 출퇴근하는 조씨. 조씨는 죽을 때까지 시청 옆에서 서각을 할 생각이라고 한다.
“살아도 이 자리에, 죽어도 이 자리에 있을 것입니다. 여기가 일터이고, 이 일은 나의 천직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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