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헤이리 ⓒ2006 welfarenews
▲ 사진제공/헤이리 ⓒ2006 welfarenews

높이 솟은 콧날, 어딘가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시선…

그 아래로 두 팔이 없는 그녀의 어깨가 드러났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몸. 그녀의 시선은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그녀가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나는 예술을 통해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었다. 내 몸을 탐험하고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다른 무엇인가를 발견하기 위해 노력했다. 보통 사람들과 다르게 보이는 장애인들의 신체를 밝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삶의 질곡 도전으로 넘어

지난 23일 우리나라를 찾은 영국의 앨리슨 래퍼 씨. 그는 기형적으로 짧은 다리와 양팔이 없는 해표지증을 안고 태어난 장애인이다. 래퍼 씨는 생후 6주만에 버려져 보호시설에서 성장했으며 22세 때 결혼했지만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다가 헤어지는 등 삶의 질곡 속에 허덕였다.

하지만 그녀의 삶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타인의 시선에서부터 자유롭고자 하는 그녀의 욕망은 끊임없는 도전 속에 삶을 펼쳐가는 원동력이 됐다. 뒤늦게 미술공부를 시작하며 예술가로서의 삶을 선택한 래퍼 씨는 현재 ‘살아있는 비너스’로 불리며 구족화가이자 사진작가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먼저 스스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며 그때 필요한 것이 바로 도전이라는 래퍼 씨. 그녀는 5살짜리 아들 패리스를 이혼 후 홀로 낳아 키웠다. 주변 사람들은 모두 만류하며 래퍼 씨가 아이를 키우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부정적 시선을 보냈다. 신체적 고통보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견디기 어려웠으리라.

“내 도전정신을 병에 담아 판다면 지금쯤 굉장한 부자가 됐을 것이다. 어려운 상황은 언젠가는 끝난다. 그 이후에는 바라는 모든 것들이 이뤄질 것이라는 믿음으로 고된 시간들을 살아냈다.”

결국 그녀는 두 팔이 없는 스스로의 몸 그대로를 드러냄으로써 장애 또한 아름답고 예술적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파했다. 하지만 그녀는 혼자 힘으로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24일 기자회견에서 그녀는 “패리스를 키울 때 정부의 지원이 없었다면 매우 힘들었을 것”이라며 “환경 면에서 장애인이 편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정부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을 먼저 드러내며 변화를 위해 함께 해법을 찾아나가자는 메시지를 전하는 래퍼 씨의 모습에서 비너스의 아름다움을 뛰어넘는 성숙함이 느껴진다.

래퍼 씨는 24일 롯데호텔 기자회견에 이어 지난 28일부터 3일간 경기도 파주 영어마을에서 열린 아시아과학인재포럼 주최 ‘영 챌린저 포럼’에 참석해 강연을 펼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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