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함께 화이팅!을 외치는 동호회 회원들 ⓒ2006 welfarenews
▲ 다함께 화이팅!을 외치는 동호회 회원들 ⓒ2006 welfarenews

“완주, 그 쾌감과 절정의 순간을 기다립니다”

마라톤 4년 차인 동호회 회장 유정하(61ㆍ시각1급) 씨. 지금까지 8차례의 완주 기록을 보유한 유 회장은 동호회 회원들의 공통된 목표는 ‘완주’라고 강조했다.

유정하 회장은 “마라톤의 진짜 매력은 모든 고통의 순간을 이기고 나서 맛보는 완주의 쾌감”이라며 “그 절정의 순간을 위해 모두 함께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꼭 풀코스 완주만이 정답은 아니라며 “자신의 몸 상태에 맞게 짧은 거리라도 끝까지 달리고 나면 똑같은 만족을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 사람 한 사람 제치면서 앞으로 나아갈 때의 희열 역시 빼놓을 수 없다는 그.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알 수 있느냐는 질문에 “시각만이 전부는 아니다. 거친 숨소리, 둔탁한 발걸음 소리 등으로 상대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다”며 “치고 나아가는 그 순간 진정으로 살아있음을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동호회 유정하 회장 ⓒ2006 welfarenews
▲ 동호회 유정하 회장 ⓒ2006 welfarenews
“84kg에서 68kg. 날씬해지고 건강해지고 일석이조”

1년 4개월째 활동 중인 임원호(39ㆍ시각1급) 씨. 마라톤으로 다이어트에 성공한 장본인이다. 건강상의 이유로 살을 빼야겠다고 마음먹은 임 씨는 동호회 모임에 꾸준히 참가했고, 하루가 다르게 날씬해졌다고. 주위에서 임 씨의 달라진 모습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임원호 씨를 보고 마라톤을 해보겠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살이 빠진 임 씨를 보고 동호회에 가입한 후배 장유정(29ㆍ시각1급) 씨는 “선배를 보고 나도 날씬해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아직 한 달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열심히 활동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마라톤의 진짜 매력은 육체와 정신의 조화에 있다는 임원호 씨. 임 씨는 “몸이 건강해지면서 생활이 많이 밝아졌다”며 “정신적으로 부족했던 인내심과 끈기가 길러져 가장 기쁘다”고 전했다.

왼쪽부터 장유정 씨, 장호선 부회장, 임원호 씨 ⓒ2006 welfarenews
▲ 왼쪽부터 장유정 씨, 장호선 부회장, 임원호 씨 ⓒ2006 welfarenews
“마라톤을 통해 더 큰 세상과 만납니다”

시각장애인이 마라톤을 하기 위해서는 함께 달릴 도우미가 필수적이다. 처음 시작할 때는 누구 하나 도와주는 이 없었지만 동호회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도우미로 뛰겠다고 자청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어 SFR마라톤클럽, 서초구청마라톤동호회 등 단체와의 결연을 통해 정기적인 도우미 지원을 받게 됐다.

장호선(55ㆍ시각1급) 부회장은 “시각장애인끼리 마라톤을 하는 것은 안전상의 이유로 불가능한 측면이 있다”며 “마라톤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게 돼 인간관계 폭이 확대된다”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다. 동호회 멤버 중 선발된 회원들은 지상 최대의 마라톤, GROE(Great Race On Earth)에 참가하게 됐다. GROE는 SC제일은행이 사회공헌사업의 하나로 후원하는 시각장애인마라톤대회로 케냐, 싱가포르, 인도, 홍콩 등 세계 4개국에서 릴레이 형식으로 연이어 개최된다.

지난해 케냐 경기에 참가한 장호선 부회장은 “마라톤을 통해 개인적으로 우정을 나누며, 조직적으로 필요한 것들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교류를 하고 있다”며 마라톤이 세계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베이징올림픽을 목표로 피치를 올리고 있는 한찬수 씨 ⓒ2006 welfarenews
▲ 베이징올림픽을 목표로 피치를 올리고 있는 한찬수 씨 ⓒ2006 welfarenews
“베이징올림픽서 테이프 끊겠습니다”

울산전국장애인체육대회(이하 체육대회) 400m, 800m 금메달리스트 한찬수(46ㆍ시각1급) 선수.
한 선수는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지난 2003년 시력을 잃었다. 직장을 그만두게 된 한찬수 선수는 운동을 해야겠다고 결심했고, 동호회 활동을 시작한 지 1년 만에 꿈 하나를 품게 됐다. 바로 2008 베이징올림픽 마라토너가 되는 것. 이후 동호회 안기형(전 국가대표) 감독과 함께 트레이닝에 돌입했고, 체육대회 금메달리스트로 떠올랐다. 체육대회에는 마라톤 종목이 없어서 메달을 딸 수 없었다고 말하는 한찬수 선수.

한 선수는 “아직도 국내에는 체육이 재활의 영역에 속한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나도 처음엔 재활을 목적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전문성을 갖춘 선수생활을 원하고 있다”며 “장애인마라톤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부족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훈련하는 것이 전부인 현실”이라고 전했다.

한찬수 선수는 동호회 모임 외에 안기형 감독과 함께 베이징올림픽을 목표로 맹훈련 중이다.
한 선수는 “40대의 나이에 마라톤을 시작했는데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다”며 “많은 장애인들이 전문선수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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