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 점자도서관인 '한국점자도서관'의 육근해 관장 ⓒ2007 welfarenews
▲ 우리나라 최초 점자도서관인 '한국점자도서관'의 육근해 관장 ⓒ2007 welfarenews

한국점자도서관(이하 점자도서관)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우리나라 최초 점자도서관이다. 세상에 유통되고 있는 모든 정보, 각종 인쇄물을 점자, 음성화 및 멀티미디어 컨텐츠로 제작한다.

지난 1969년 설립 된 점자도서관은 올해 38년이 됐다. 고 육병일 관장의 뜻을 이어 현재 그의 막내딸인 육근해(46)씨가 관장을 맡고 있다.
육근해 관장은 점자도서관과 함께 성장했다. 그녀가 초등학교 때 점자도서관이 설립됐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직원을 두는 대신 전 가족이 점자책을 만들었다.

아버지는 거의 집을 비우셨다. 자다가도 시각장애인에 대한 일이 생기면 뛰어가는 사람이었다. 묵묵히 아버지를 따르던 어머니도 “남들은 자식교육 시키려고 노력하는데, 우리는 자식을 희생시키고 있다”고 하소연 하실 정도였다.
그러나 아버지는 “시각장애인을 도와야만 한다. 우리 자식들은 보이니까 무엇이든 해서 먹고 살 수 있다”며 조금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육근해 관장은 1992년 결혼 후, 아버지의 일을 몇 달만 도와드린다고 시작한 게 평생 가는 길이 됐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까지만 해도 ‘이 길은 자신의 길이 아니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고,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생각이 바뀌었다.

당시 복지시설이라고 해봐야 고아원과 양로원 밖에 없던 시절이었다. 복지관의 개념도 전혀 없었으며 고작해야 맹학교 몇 군데가 다였다. 아버지는 지식을 습득할 방법이 없어 사회에서 소외되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것이 없을까 고민하셨다. 그 끝에 누구든 경제적 형편과 상관없이 책을 읽을 수 있다면 사회적 지위를 획득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버지는 목표를 위해 사시는 동안 모든 걸 내놓으셨다. 집 한 칸 없이 딸들의 집을 전전하면서 다니고, 반지하에서 살기도 하셨다. 그리하여 지금의 점자도서관이 있는 것이다.
“이제는 오히려 아버지께 감사하다”며 육근해 관장은 눈시울을 붉혔다.

그녀는 “지금은 문화복지시대다. 문화가 함께 하지 않으면 복지는 한 쪽 팔, 한 쪽 다리만 갖고 있는 것이다”며 “내 목표는 100% 공공도서관이 모두 점자도서 서비스를 하는 것이다. 정화원 의원님 같이 많은 사람들이 사회 각 계층에서 제 몫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 역시 시각장애인들의 디딤돌 역할을 하는 도서관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육근해 관장은 통합도서, 촉각도서, 찾아가는 서비스 실행과 함께 다른 나라 선진 사례를 배우고 익힌 것들을 점자도서관에 접목시키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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