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화려한 휴가’가 관객들을 찾아온다.
화려한 휴가에 관한 누리꾼들의 관심은 크게 둘로 나뉜다. 하나는 ‘5·18은 민주화운동이 아니다’라는 의견이고, 또 하나는 ‘5·18의 역사를 왜곡하지 말라’는 의견이다.
대선의 시기를 앞두어 개봉되기 때문에 두 의견이 더욱 불거지는 것이 사실이다.

영화 ‘꽃잎’은 말한다. “여자아이에게 침을 뱉지도, 때리지도, 욕하지도 말라”며 “그저 한 번 바라봐주기만 하면 된다”고...

영화 '꽃잎(1996)' 포스터 ⓒ2007 welfarenews
▲ 영화 '꽃잎(1996)' 포스터 ⓒ2007 welfarenews

1980년 5월 18일 따뜻한 봄날, 전라남도 광주에는 꽃이 피지 않았다. 광주시민들의 시체로 싸늘한 공기만 감돌고 있었다.
독재정치와 군사정치에 휘둘리던 광주는 민주화에 목말라 있었다.

대통령에 대해 말 한마디만 잘못해도 ‘빨갱이’가 되어 무참히 살해됐던 대한민국. 그곳은 지금의 우리나라가 아니었다. 억울함과 분노가 억압된 조용한 나라였다.

1997년 12월, 5·18의 기억을 안고 있던 사람들은 또 한 번 오열했다.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전두환이 특별사면 복권됐다.

'저기 소리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 최윤/문학과지성사/311쪽/8500원  ⓒ2007 welfarenews
▲ '저기 소리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 최윤/문학과지성사/311쪽/8500원 ⓒ2007 welfarenews

여기 5·18의 기억을 갖고 있는 여자아이가 있다.

1996년 장선우 감독의 영화 ‘꽃잎’은 적나라하게 역사를 고발한다.

남자는 자신을 자꾸만 쫓아오는 미친 여자아이를 떼어놓으려고 애쓴다. 하지만 아이는 남자에게서 떨어지지 않는다. 남자는 아이를 강간하고 감금한다. 자신의 폭력행위를 은폐하기 위해서다.

남자는 여자아이에게서 불안함과 고통의 흔적들을 본 이후 더 이상 폭력과 억압행위를 가하지 않는다. 여자아이를 미치게 만든 원인이 무엇인지 궁금해 한다. 그리고 그는 주변사람들에게서 광주사건 이야기를 듣는다.

이제 남자가 여자아이의 뒤를 쫓는다. 여자아이는 묘 앞에 멈춰서 시든 꽃송이를 내려놓는다.
그리고 5·18의 기억들을 독백하며 울부짖기 시작한다.

여자아이는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시장을 지나 어디론가 사라진다. 경례를 표하지 않은 사람은 아이와 남자 둘 뿐이다.

영화 ‘꽃잎’은 김추자의 노래 ‘꽃잎’을 배경음악으로 썼다. 김추자의 노래 ‘거짓말이야’는 그 춤이 북한에 보내는 신호라 하여 금지곡이 되기도 했다. 텔레비전에 보이는 전두환 전대통령, 조용필 등 역사적 소재를 영화 곳곳에 드러내고 있다.

영화 ‘꽃잎’의 원작소설 최윤의 ‘저기 소리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는 5·18을 겪은 사람의 내면을 그리고 있다.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엄마의 손을 떼어 내고 도망쳐야 했던, 무자비한 폭력 앞에 무너진 인간성과 그에 따른 죄의식을 ‘여성’을 통해 잘 보여주고 있다.
더불어 최윤 특유의 ‘감추기 형식’은 읽는 이로 하여금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영화 '화려한 휴가(2007)' 포스터 ⓒ2007 welfarenews
▲ 영화 '화려한 휴가(2007)' 포스터 ⓒ2007 welfarenews

영화 ‘화려한 휴가’는 오는 26일에 개봉된다.
1980년 5월 18일 광주의 평범한 사람들에게 닥친, 마치 꿈만 같은 화려하고 잔인한 사건을 그리고 있다.
‘화려한 휴가’는 계엄군의 작전명이다. 그들은 ‘대간첩작전’에 준하여 각종 탄약을 휴대, 실제로 정부의 발포 허가를 받고 사용됐고 항공기30대, 전차 7대, 장갑차 17대, 차량 282대가 진압에 사용됐다.
그러나 주인공은 화려하지 않다. 그저 평범한 택시기사일 뿐이다.

2007년 우리나라는 쓰는 이의 뜻대로 뭐든 표현하고 발언할 수 있다. 지나간 고통의 역사를 정치적 논리에 입각하여 오르내려선 안 되며, 쓰는 이는 ‘글쓴이의 자유’가 어떻게 얻어진 것인지 돌아봐야 한다.
더불어 글은 곧 권력이라 했다. 지나간 역사를 흑백논리로 이렇다하는 것은 5·18의 아픔을 다시 한 번 후비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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