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welfare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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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매를 잘 서면 술이 석잔, 잘못서면 뺨이 석대’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인연을 맺어주는 일은 어렵다. 그러나 50년 동안 중매를 하며 노하우를 익힌 권일성(80)씨 앞에서는 그런 말이 무색하다. 선남선녀들의 만남부터 결혼까지 책임지며 1,000여 쌍의 커플을 성사시킨 권 씨는 날카로운 눈썰미로 인연이 될 사람들을 정확하게 파악한다.

권 씨는 젊은 시절 고향 경북 영덕군 영해에서 농민을 상대로 농약과 씨앗을 파는 장사를 했다. 물건값을 받기 위해 이 집 저 집을 방문하던 권 씨에게 손님들은 자연스럽게 자식들 중매를 부탁해왔다. “처음에는 나를 믿고 부탁하는 손님들이 고마워 오고가는 정으로 주선했지”라고 말하는 권 씨의 중매는 이제 평생직업이 돼버렸다.

사무실에는 권 씨가 그동안 기록해온 정리노트 80여 권이 권 씨의 세월과 함께해오고 있다. 제 짝을 찾지 못한 남녀들의 상담을 거친 신상명세서가 권 씨의 노트에 보물처럼 정리돼 있는 것이다.

“중매는 연을 이어주는 일이기 때문에 신중해야해. 내가 진실하지 못하면 그 인연은 시작부터 잘못되게 되는 거지”라고 말하는 권 씨는 중매에서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상담과 주선을 하는 권 씨는 맞선남녀가 만나기 전 서로가 살아온 환경과 과정을 잘 알도록 배려한다. 만났을 때 서먹하지 않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최근에는 노인들의 중매도 많아지고 있다. 자녀들이 부모를 위해 권 씨에게 중매를 부탁하러 오는 것이다. 이렇게 주선을 많이 하다보니 단골 호텔도 있다. 지배인과도 친분이 두터워 더 배려를 해준다.

“나를 믿고 찾아와주는 사람들이 고마울 따름이야”라고 말하는 권 씨는 인연을 맺어준 커플이 찾아와 감사인사를 하며 다시 자신들의 자식의 중매를 부탁할 때 보람을 느낀다.

권 씨는 “남은 여생동안에도 중매를 계속 하며 정직하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스쳐지나갈 뻔한 만남을 인연으로 만드는 권 씨. 권씨의 인연 만들기가 세상 남녀들에게는 행복의 시작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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