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권인희 회장 ⓒ2007 welfarenews
▲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권인희 회장 ⓒ2007 welfarenews

영국에서는 시각장애인들이 혼자서 외출을 한다고 한다. 거리에 나가면 누구라도 자원봉사자, 안내자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시각장애인 혼자서 외출을 하는 일이 쉽지 않다. 가끔 혼자 거리를 나선다 하더라도 사람들이 피하거나 길을 물어봐도 무뚝뚝한 대답이 돌아오기 일쑤다. 우리 사회의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 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권인희 회장. 권회장은 등록된 시각장애인 23만 명을 비롯, 등록되지 않은 시각장애인까지 합해 약 50만 명 시각장애인의 복지를 위해 앞장서고 있다.

시각장애인은 선천적인 경우보다 산업재해나 교통사고, 환경 등에 의해 후천적인 경우가 더 많다. 그리고 시각장애로 인한 신체기능의 손실률은 80% 이상이기 때문에 시각장애인은 20%밖에 안 되는 신체기능으로 살아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러한 물리적 장애보다 거기에서 파생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더 크다. 누구나 남의 일로 치부할 수 없음에도 그렇지 않은 비장애인들의 인식은 물론 시각장애인을 무능력자로 치부해버리는 사회의 인식이 문제다.

인식을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언제까지나 기다릴 수만은 없는 일. 시각장애인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일이 시급하다. 그렇기 때문에 권회장이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이 바로 시각장애인이 안정된 직업을 갖도록 하는 일이다. 권 회장은 “선진국들은 유보직종제도를 운영해 시각장애인들을 보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보직종제도는 특정 직종에 특정 영역의 사람들만 종사할 수 있도록 법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으로써 자립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보호하는 제도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현실은 어렵기만 하다. 권회장은 “우리나라는 ‘안마’를 유보직종으로 만들어 놓고도 보호는커녕 방임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불법 무자격 안마 시술소가 대거 양산되고 성행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장애인 법정 고용률 2%를 초과 달성했다는 노동부의 발표를 보고 깜짝 놀랐다는 권 회장. 그는 “1, 2급 시각장애인이 정부 산하에 있는 장애인 관련기관이나 단체에 단 한 명도 고용된 적이 없다”며 “결국 안마만이 살 길이다. 절대적으로 안마를 유보직종으로 지키겠다”고 힘줘 말했다.
1970년 17살 때 망막박리라는 병으로 실명을 해 시각장애인이 된 권회장은 좌절을 딛고 일어나 건국대학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하기도 했다. 그가 시각장애인을 많이 배출한 다른 학교를 마다하고 건국대학교에 진학한 이유는 그곳에서 다른 시각장애인들이 들어올 수 있는 길을 먼저 터줘야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처럼 앉으나 서나 시종일관 시각장애인의 복지를 위해 애쓰는 권인희 회장.
“시각장애인이 그렇다고 안마에만 매달릴 수는 없는 일”이라며 “시각장애인들이 자기의 개성과 능력을 개발하고 키울 수 있는 직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내가 해야 할 가장 우선적인 일이다”라며 당찬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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