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가을답지 않게 햇볕이 뜨거웠던 날. 사회복지시설비리척결과탈시설권리쟁취를위한공동투쟁단(이하 공동투쟁단)은 석암재단 이사진 전원 해임을 촉구하며 양천구청 정문 앞에 자리를 틀고 앉았다.

청색 테이프로 연결한 스티로폼과 그 위에 깔린 은색 돗자리가 공동투쟁단의 잠자리였고, 음식을 주문해 간이식탁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있었다.

“오늘 아침에는 자고 있는데 갑자기 충돌이 있었어요.” 장애계 활동가의 목이 쉬어있었다.
양천구청측은 공동투쟁단의 사진을 찍어 결의대회가 열리기도 전에 작은 마찰을 빚기도 했고, 결의대회 중에는 석암재단생활인인권쟁취를위한비상대책위원회로 활동하는 한 시설장애인이 분노해 경찰을 향해 빈 물통을 던지기도 했다.

16일부터 농성에 돌입한 이들은 양천구청측과의 충돌로 인해 많이 지쳐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동투쟁단은 ‘땡볕’ 아래서 비리시설과 싸우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에 비해 경찰측과 양천구청 직원들은 그늘 아래서 공동투쟁단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결의대회 중 ‘불법집회를 해산하라’라는 경찰측 명령이 3번 정도 있었다. 그러나 공동투쟁단은 멈추지 않았다.

공동투쟁단의 한 장애인은 “차라리 감옥에 데려가라. 감옥이나 시설이나 같다”라고 발언했다. 1988년부터 시설에서 생활했다는 그의 말 한마디에 비리시설의 인권침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었다.
그는 “시설에서 썩어 죽느니, 길에서 싸우다 더워 죽는 게 낫다”고 덧붙이며 투쟁의 의지를 확고히 표했다.

지난 1월 양천구청장과 면담이 이뤄졌을 때만 해도, 양천구청과 공동투쟁단 사이의 분위기는 이렇게까지 무겁지 않았다. 약 8달이 지난 지금,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가장 큰 문제는 비리시설과 비리를 저지른 사람에게 있겠지만, 이를 관리·감독하는 기관의 책임 또한 막중하다. 수십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비리시설과 인권침해. 이 지독한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법의 한계와 절차를 해명으로 내세우며 어중간한 감사를 취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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