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림공예사 손준호 대표

아주 어렸을 때 청각장애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원인을 찾을 수 없었죠. 7살 때 건청인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서로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서울농학교에 입학하고 나서야 ‘내가 농아인이구나’라는 것을 알게 됐고, 음성언어가 아닌 시각언어 수화로 공부하며 학교를 다녔죠.
 
저의 형제는 6남매인데 제가 중학교 2학년 때 학교를 중퇴하고 목공을 하고 있던 둘째 형에게 일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형과 저 둘이서 시작했지만, 일이 늘어나면서 직원도 7명으로 늘어났습니다. 그렇게 9년간 함께 일했는데, 형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같이 일할 사람이 부족해졌고, 그래서 제가 직원을 더 모으고 회사를 좀 더 키워 새로 세우자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15명의 청각장애인이 모였고 운영을 시작했죠. 결국 형이 세운 회사 ‘동호공예사’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어져 온 것이죠. 직원들이 생활할 수 있게 월급도 줘야하니까 기술 교육이나 운영 부분에 대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힘들었지만 모두 같이 노력했고 형제처럼 가족처럼 일했습니다.
 
2002년 ‘미림공예사’를 설립해 20명의 청각장애인을 고용했습니다. 주위에 있는 청각장애인 중에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 사람들을 불러서 목공예와 나무조립을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교육하며 운영하는 것이 너무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회사가 발전하는 것을 보니 운영이 괜찮게 됐죠. 힘들어도 열심히 노력하니까 꾸준히 발전했고, 직원들 또한 많이 도와줘서 운영이 힘들거나 적자가 나도 계속하며 성공에 이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월급을 받으면서 교육도 받을 수 있는 좋은 곳이 있다’는 소문이 퍼졌는지 일하고 싶다며 다양한 사람들이 찾아왔습니다. 신체적장애인들이 와도 가르칠 수 있는 부분까지 최대한 교육해서 1년 정도 지나면 기술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물론, 기술을 갖게 되면 다른 회사로 옮겨가는 경우도 생겼죠. 그래도 제가 기술을 가르쳐서 성공했다는 면에서 잘 된 일이라고 봅니다.
 
제가 문화재수리기능자를 따게 된 계기는 건청인인 셋째 형이 심용식 대표님을 소개해주신 덕분입니다.
심 대표님은 문화재수리기능자 16호로 성심예공원을 운영하고 계시는데, 당시 그곳에 들어가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심 대표님이 제가 작업하는 것을 보고 문화재기능자시험에 끌고 가다시피 하셨고, 응시하게 됐습니다.
공예원에 들어간 지 1년 만에 본 시험이었지만 합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고, 실제로 많이 어렵지 않게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모두 심 대표님이 이끌어주신 덕분이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기술을 전수하기 위해 현재 교육생 15~20명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시흥시에 공방을 설립한 뒤 주변에 청각장애인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농아인협회 지부를 세우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건립활동을 시작하게 됐고, 지부가 만들어지니 청각장애인들 간의 결속력도 생겼습니다. 지금은 잘 운영되고 있고 자리를 잡았습니다.
 
시흥시 지부는 여행을 주최하기도 하고, 노인·저소득계층에게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인터넷 및 컴퓨터 교육도 하고 있고 여러 가지 업무를 하고 있죠.
 
특히 건청인과 청각장애인 사이에 수화가 조금씩 다를 때가 있어 의사소통을 위한 수화 교육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같은 청각장애인이라도 수화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잘 안 될 때도 있는데, 그럴 때 생기는 오해를 지부에서 풀어주기도 합니다.
 
문화재 수리 기능사를 취득하고 나니 세계에 있는 문화유산을 박물관에 전시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아울러 이전에 심용식 대표님과 함께 중요한 문화재들을 복원한 적 있는데, 그렇게 복원한 문화재를 전시할 계획도 있습니다. 아직 자세한 일정이 잡히지는 않았지만 봄과 가을에 2~3회 정도 전시회를 가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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