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장애인상담자립생활센터 채경선 센터장

저는 뇌병변장애 1급으로 10대 때까지는 부모님과 형제들의 사랑을 많이 받으며 집에서만 생활했습니다. 혼자 한글을 깨우쳤고, 여러 가지 많은 책을 읽으면서 나름대로의 인생관과 가치관을 정립해나갈 수 있었습니다.
 
1995년도 부모님께서 나이가 많으셔서 더 이상 저를 돌봐줄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그래서 중증장애인요양시설에 입소하게 됐는데, 저보다 장애정도가 심한 한 친구가 입으로 컴퓨터를 하면서까지 학사고시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고 크게 감동받았습니다. 그래서 ‘나도 노력하면 뭔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그때부터 초등학교 검정고시를 준비했고, 1997년도에 시험에 응시하게 됐습니다.
 
모두 4년이라는 시간을 걸쳐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통과했는데,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심리상담사가 돼야겠다’는 꿈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중증장애인요양시설에 있는 사람들을 상대로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주곤 했는데, 상대방의 마음이 편안해지고 고맙다고 표현할 때 심리상담사가 돼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렇게 꿈을 갖게 되니까 신기하게도 새벽 2~3시까지 공부할 수 있는 열정이 생겼습니다.
 
이후 2001년 가톨릭대학교에 입학했습니다. 2002년 우리나라에서 월드컵이 열렸을 때, 학교에서 학우들과 함께 큰 스크린으로 경기를 보며 응원했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같은 방을 쓰는 친구와 함께 밤새도록 서울시 종로구에서 역삼동까지 행진하며 응원하기도 했습니다.
 
한 가지 더 떠올리자면, 총학생회장단들과 각 대학교 학생회장단들이 집결해 광주광역시 조선대학교에서 5·18민주화운동 주역들을 참배하며 뜻 깊은 시간을 보냈던 것입니다.
 
저는 고향이 전라북도 전주시입니다. 고향에 내려와 보니까 기존의 자립생활센터들이 자립생활의 이념과 철학에 입각하지 않고, 활동보조사업과 같은 것을 단지 ‘보조금만 타내자’는 사업으로만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자립생활센터의 이념과 취지에 맞게 제대로 된 활동보조서비스센터를 만들고 싶어서 오뚜기장애인상담자립생활센터를 설립하게 됐습니다.
 
오뚜기장애인상담자립생활센터는 아직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정식으로 지정받지 못했습니다. 사비로 센터를 운영하다 보니까, 하고 싶은 사업을 제대로 못하고 있습니다.
 
다만, 저는 심리학과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전문 상담가로 가족 모임을 중심으로 한 장애인동료상담 및 가정폭력상담을 중점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장애인은 그동안 사회와 가정으로부터 멸시와 차별을 받아왔기 때문에 가슴 속에 앙금이 남아있습니다.이 앙금을 풀어줌으로써 대인관계 기술을 향상시킬 수 있고, 생활기술을 발전시켜나갈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상담에 중점을 두고 장애인들이 자립생활에 대한 의지를 갖도록 돕고 있습니다.
또한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도 진행하고 있는데, 전주시 100여 개 초·중·고등학교를 돌며 강의하고 있습니다.
 
제가 대학생일 때 현재의 교육과학기술부에 ‘통합교육이 이뤄지기에 앞서 장애인에 대한 교과목을 신설하라’고 누누이 건의했습니다. 그 교과목을 신설해서 먼저 장애인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된다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통합교육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통합교육 또한 자연스럽게 이뤄진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의견을 전라북도 교육청에 제시한 결과, 다행히 받아들여져서 지난 해와 이번 해에 정식수업으로 채택돼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직접 교육해보면 학생들의 반응이 교육 전과 후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제가 처음 들어가면 좀 경계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데, 교육을 마치고 나면 환한 웃음을 지으면서 저에게 먼저 다가와서 말을 걸고 악수도 합니다. 어떤 친구는 ‘고맙다’며 편지를 써서 보내왔는데, 장애특성상 말하는 데 힘이 많이 들어가는 저에게 새로운 힘을 주는 원동력이 됩니다.
 
그동안 오뚜기장애인상담자립생활센터를 운영하면서 가장 보람됐던 일을 하나 꼽자면, 가정형편이 곤란한 장애인 가정을 돕는 일이었습니다. 지난 해 가을 오뚜기장애인상담자립생활센터로 문의가 와서 알게 됐는데, 그 집을 보니까 비가 새고 난방이 제대로 안 돼서 겨울에는 상당히 추울 것 같은 심각한 상태였습니다. 관할구청과 사회복지관을 연계해서 신속히 집을 수리했고, 다행히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도록 했는데 참 보람됐습니다.
 
이 시간 어느 곳에서든 역경을 겪고 있거나, 병상에서 투병 중이거나, 중증장애로 힘겨워하고 있다면 결코 낙심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오뚝이’ 정신으로 좌절하지 않고 노력한다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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