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소수자연대 성명서

장애인 정치세력화에 대한 염원을 무참히 짓밟은

두 비례대표 후보를 규탄하며, 총선연대를 탈퇴한다!!!

장애인의 자기대표성이 인정되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장애인의 의사는 장애인을 위한다는 전문가들에 의해 대변되었다. 지금도 복지전달체계의 거의 대부분은 전문가들에 의해 잠식되어 있다. 장애인의 의사는 장애인 자신에 의해 대변되어야 한다. 그리고 장애인 관련해서 진정한 전문가는 장애인 자신이다.

우리 장애소수자들은 장애 문제에 있어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자기대표성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바탕으로 연대를 결성해 활동을 하고 있다. 장애인 중에서도 더욱 소외되어 있는 장애인들의 목소리가 배제되거나 무시된다면 그것은 진정한 장애인의 목소리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우리들의 신념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총선을 앞두고 우리 장애소수자들은 우리 장애인의 대표를 우리 손으로 추천해서 정치세력화를 도모해 나가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여기고 이 과정에서 장애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담고자 함께 힘을 모아 왔다.

물론 장애인 중에서도 더욱 소외되어 있는 장애소수자들의 목소리가 완벽하게 반영될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64개나 되는 연대단체들의 서로 다른 의견을 경청하고 원칙을 정하며 절차를 준수하는 과정 자체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언젠가는 장애소수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청천벽력과도 같은 결과를 접하고 우리 장애소수자들은 망연자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총선연대 가입단체 중에서 가장 큰 단체이자 중심이라 할 수 있는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과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의 양대 회장이 총선연대의 절차와 과정, 결과를 무시하고 떡하니 비례대표 공천 신청을 하였고, 각각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2번으로 공천을 받은 것이다. 이들 양당의 장애인 비례대표 후보를 어찌 장애인의 대표로 인정할 수 있단 말인가?

이는 3개월여의 시간동안 10여차례의 회의를 거쳐 결정한 사항을 하루 아침에 물거품으로 만들었을 뿐 아니라, 64개의 연대단체와 300여명의 배심원단을 농락하고,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과정과 절차를 깡그리 무시한 폭거에 다름 아니다. 그런데도 아무 문제제기도 하지 못하는 건 앞으로 19대 국회가 시작되고 나서 혹시나 떨어질지도 모르는 떡고물을 기대해서인가? 이것은 정치세력화가 아니며, 450만 장애인을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 편승하는 이권추구에 불과하다.

우리 장애소수자들은 총선연대의 이후 행보에 함께할 수 없는 작금의 현실을 통탄하며, 450만 장애인을 배신한 더러운 권력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밝히는 바이다. 또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 장애인들이 우리의 이름을 빌어 자신의 야욕을 채우려는 부정한 권력에 무릎 꿇지 않을 수 있도록 다시금 깨어나기를 촉구한다. 우리 장애소수자들은 우리 자신의 대표성을 지켜나가고 진정한 정치세력화를 이룰 수 있는 날까지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다.

2012년 3월 22일
장애소수자연대

한국저신장애인연합회, 한국근육장애인협회, 한국정신장애인연합,

피닉스소사이어티(주), 장애여성네트워크, 화교장애인협회, 절단장애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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