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논평

세상 밖으로 나온 장애인차별금지법제26조
그리고 그녀는 집으로 돌아왔다

2012년 4월 17일 서울지방 고등법원에서 한 지적장애여성의 선고공판이 있었다. 재판부는 지적장애여성 옆의 의사소통 조력인에게 재판 판결문의 내용을 지적장애여성에게 자신이 한 내용을 다시 전달해줄 것을 요청했다. 재판 내용은 1심에서의 치료보호감호소 판결을 기각한다는 것이었다.
이 사건은 한 지적장애여성이 방화혐의로 형사재판의 피의자신분으로 법정에 서게 된 사건으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와 공익변호사그룹공감이 함께 사건을 지원했다. 이 사건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형사•사법절차에서의 서비스 권리에 명시된 <의사소통조력인>의 권리가 법정에서 실질적으로 지원된 사건이기도 하다.
이 사건은 1년 전, 2011년 4월부터 시작된다. 지적장애 외에도 지체장애와 정신장애를 가진 중복장애여성이, 20여년 동안 거리에서 구걸을 하며 노숙생활을 하며 살아오다가, 종로의 00마트에 불을 낸 혐의로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었다. 그런데, 경찰측은 그녀로부터 또 다른 미제 방화사건에 대하여, 그녀가 했다는 사실을 진술받았다. 그런데 조사과정에서 경찰측은 그녀가 지적장애인임을 알면서도 <신뢰관계에 있는 동석자 배치>를 하지 않았으며, 부모에게 통보를 하지도 않은 채 조사를 하였고, 검찰로 그녀를 송치하였다.
장추련은 공익변호사그룹공감 차혜령변호사와 함께 이 사건을 지원하였고, 즉각 수사검사측에 <신뢰관계에 있는 동석자 배치없이>하에서의 진술이 이뤄져야 하며, 구치소 내에서의 정당한 편의를 요청하였다.
재판이 시작되면서, 장추련과 공익변호사그룹공감 차혜령변호사는 <장애인차별금지법제26조 사법•행정절차에서의 서비스권리>에 관한 정당한 편의, <의사소통에서의 조력인 배치>를 요청하였다. 왜냐하면 그녀는 ▲재판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 권리가 있다는 점, ▲재판과정에서 검사와 재판장이 묻는 어려운 질문에 대하여 그녀에게 쉬운 말로 설명하여 그녀가 그 내용을 이해할 권리가 있다는 점, ▲즉, 그녀가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게 될 일들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그 모든 상황에 대한 알 권리와 정보접근의 권리, 의사소통에서의 서비스 등의 정당한 편의는 인간으로서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의사소통에서의 조력인 배치>를 받아들였다. 장추련은 1차공판부터 재판구형을 받는 7차 공판까지 <의사소통에서의 조력인>의 역할을 지원하였다.
2011년 4월에 시작된 재판은 7차공판을 거쳐, 2011년 11월 18일 판결이 나왔다. 1심 재판에서 재판부는 ▲피고인의 수사기관에서의 자백진술은 진술거부권의 실질적 고지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결했다. 그리고 ▲가족과 사회가 그녀에 대한 관심을 기울였다면, 그녀가 분노조절훈련이 되지 않아 분노를 불로 내는 극단적 방법을 표출하지 않았을 거라는 점을 들어서, ▲그녀의 행위가 개인적 책임만이 아니라는 점을 재판부가 인정하였다.
그런데, 이 판결에 검사는 항소를 제기했다. 공판검사는 한 건의 방화혐의에 대한 무죄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고, 우리 역시 검사의 항소제기의 목적과는 다른 이유로 항소를 제기했다. ▲우리의 항소제기 목적은 1심에서 재판부가 내린 <치료보호소에서의 분노조절 훈련이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치료보호감호소라는 곳이 그녀에게 필요한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2012년 4월 17일, 2심공판의 선고공판에서, 고등법원 재판부는 검사가 항소를 제기한 한 건의 방화혐의에 대한 무죄는 그대로 유지했다. 반면에 1심에서 내린 치료보호감호소에 대한 판결은 기각했다. 그녀는 구치소에 들어간 지 1년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이번 2심 재판의 선고공판이 갖는 의미는 ▲치료보호감호소가 그녀에게 필요한 개별맞춤서비스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점, ▲그녀가 노숙생활에서 벗어나서 지역사회에서 사회구성원으로 적응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프로그램을 통한 훈련과 자립이 필요하다는 점을 재판부가 중요하게 인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재판이 갖는 가장 큰 의미는 자신을 조력하기 힘든 지적장애인의 재판 과정에서 그 여성이 반드시 알아야만 하는 자신에게 일어나는 상황에 대한 알 권리, 정보접근의 권리, 의사소통에서의 권리를,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명시된 권리가 법전에 머물지 않고, 세상 밖으로 나와서 실질적인 권리옹호의 역할을 하였다는 점이다.
이번 판결이 향후 형사•사법절차에서의 서비스 권리를 체계적으로 갖추는 권리옹호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판례로 남겨질 것을 기대해 본다.

2012. 5. 22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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