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K>> 우리 사회에서 공공서비스 확충에 대한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무상보육과 같은 사회복지서비스가 증가하면서 그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는데요. 정유림 기자가 보육교사의 근무여건과 처우를 짚어봤습니다.

최근 민간어린이집 교사의 가혹행위와 영아 사망 사건 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해당 보육교사를 엄벌해야 한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사태를 교사 개인의 탓으로만 돌릴 수 있는 것일까.

현재 보육교사 한 명이 돌봐야 하는 아이는 만 5세의 경우 평균 15명에서 20명에 이릅니다.

시간 외 수당을 받지 못하고 초과근무를 하는 일 또한 부지기수.

민간어린이집 교사가 하루종일 아이를 돌보고 수중에 돌아오는 월급은 평균 113만원 선. ‘호봉제’에 따라 급여를 받는 국공립 어린이집과 사립유치원 교사 급여의 70% 수준입니다.

3년째 민간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로 일하고 있다는 윤 씨는 연차가 쌓여도 오르지 않는 임금과, 복지혜택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 답답함을 호소했습니다.

INT 윤혜진(가명) / 보육교사
“원장님들의 가장 큰 무기는 월급을 줄이는 거에요. ‘넌 (담임)수당이 30만원 나오니까 거기에 대해서 월급을 20만원 깎고 10만원만 더 받아라.’ 저랑 같은 교실에 있는 선생님은 12년차세요. 근데 저랑 같은 월급을 받고 계세요. 연월차라는 건 저희 어린이집은 아예 쓰질 않아요. 왜냐면 없어요, 아예. 그래서 저희 원장님이 말씀하신 게 ‘아파 죽어도 나와서 아파죽어라.’ 복지가 그런 식으로 이뤄지지 않으니까 이제 그런 화가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가게 되는 것 같아요. 근데 거기에 대한 건 교사들의 처우를 개선해 줘야겠다 하는 정도의 시책은 없이 계속 교사들만 억압하고 있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속상하고 답답해요.”

보건복지부가 지난 2009년 보육교사 실태에 대해 조사한 결과, 과반수가 넘는 응답자가 ‘보수의 현실화’를 가장 필요한 복지혜택이라고 답했고, 그 다음으로는 ‘근로시간의 단축’을 꼽았습니다.

보육교사의 열악한 근무조건은 이직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한 해 동안 이직한 교사의 수는 보육시설 한 곳당 평균 2.1명으로 나타났습니다. 시설 1곳 당 평균 5.19명의 보육교사가 있는 것을 감안하면 결코 낮지 않은 수칩니다. 이처럼 높은 이직률은 보육교사의 전문성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INT 윤혜진(가명) / 보육교사
“저같은 경우에도 사실 몇 년 후에는 이직을 생각해요. 그래서 계속 준비를 하는 중이거든요. 이 어린이집에서 어떻게 잘 해야겠다가 아니라 내가 성공하려면 이직을 하는게 가장 큰 성공이예요.”

현재 원장과의 개별협상을 통해 교사를 채용하는 민간어린이집의 고용구조 상 교사의 처우가 열악한 건 당연한 수순.

하지만 이러한 문제점 개선을 위해 보육교사가 목소리를 내기는 쉽지 않은 형편입니다.

INT 윤혜진(가명)/ 보육교사
“저희 선생님들 사이에서 블랙리스트라고 얘기를 많이 해요. 원장님들끼리 연합회를 하잖아요. 그럼 거기서 제일 많이 하는 이야기가 어린이집 선생님들에 대한 이야기일 거 아니에요. 원장님들끼리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놓고 만약에 제가 이렇게 인터뷰한 게 나가면 블랙리스트가 될 거에요. 그런 것처럼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연합을 하게 될 경우에는 다시는 이 일을 못하게 되는.”

소규모자본으로 진입이 가능하고 임대가 허용되는 민간어린이집은 불안정한 운영구조로 태생부터 한계를 지니고 있는 셈입니다.

개인 소유의 운영구조 상 임대료와 투자금 회수를 위해 상당부분 수익을 내야 해 교사 인건비 등 영유아 보육에 들어가는 비용이 줄어들고, 관리감독이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입니다.

하지만 민간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원장도 할말은 있습니다. 정부의 말바꾸기 정책과 지나친 규제가 운영상 어려움을 초래한다는 겁니다.

INT 박천영 회장/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
“복지부가 어떤 규제와 제도를 수시로 변경하고 바꾸는 상황에 있어서 저희들은 그 규제와 제도를 따라가기가 너무 힘든 게 우리 민간어린이집의 현실입니다. 그러다보니깐 저희들이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그 어떤 평등권도 (다른 시설과 비교해) 침해를 당하고 있고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보육시장을 민간에 과도하게 의존해온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INT 심선혜 의장/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
“적정이윤을 남기려고 하는 그런 욕심 같은 것들은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가져가기 위한 급식부정이라든가 교사 임금 착취 이런 것들은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거든요. 결국에 그 안에서 벌어질 수 있는 부정한 행위들을 차단할 수 있는 방패막이 없기 때문에…국공립 어린이집을 확충하라고 하는 요구가 부모나 교사나 사회 전반적으로 다 있는데 복지부는 계속 이제 당장 확충할 수 없다라는 얘기만 하고 있는 거죠.”

영유아 자녀가 있는 부모들은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선호하고 있지만, 현재 보육시장에서 국공립어린이집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5%밖에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

INT 김영주 (학부모/ 경기도 남양주시)
"자리가 만약에 국공립에만 있다면 국공립에 보내고 싶죠, 자리가 있다면. 전문적으로 계속 공부를 하신 분들이니까 믿음도 가고. 투명성도 있고요."

서울시는 지난달 최소 95개소의 국공립어린이집을 확충한다고 밝힌 가운데, 정부는 개인 소유의 공공형 어린이집 확대를 복안으로 내세웠습니다.

INT 유정민 행정사무관/ 보건복지부 보육정책과
“현재 90% 정도 가량이 민간․ 가정 어린이집인 현실을 고려했을 때 국공립 어린이집만 확충하기에는 어려운 부분도 있습니다. (복지부는) 우수한 민간어린이집을 지정해서 국공립처럼 운영할 수 있도록 운영기준을 강화하는 공공형 어린이집도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올해부터 만 5세 담당 교사에게는 처우개선비 30만원을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부분을 내년에는 만 3~4세를 담당하는 교사에게도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고요.”

하지만 단순히 지원을 늘리는 것으로 보육 전반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까.

올해 초 시작한 정부의 무상보육 정책은 현재 예산 부족으로 좌초될 위기에 빠졌습니다.

INT 허지영 (학부모/ 서울시 노원구)
“너무 장기적이지 않고 예산도 준비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즉흥적으로 (무상보육 정책을) 발표한 거 보면 정치적인 수가 아니었나 생각을 하고 있어요.”

전문가들은 재정을 지원하고 있는 정부가 일정한 방향성을 가지고, 어린이집에 대한 관리감독 체계를 강화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INT 박차옥경 국장/ 한국여성단체연합
“정부가 재정지원을 지금 확대를 하고 있는데 돈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인프라 구축에 신경을 써야 하구요, 그와 함께 보육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전달체계를 좀 개편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인프라 구축이라 하면 국공립 어린이집을 대폭 확충하는 거고요. (보육교사가) 일정 정도 수준 이상의 노동권이 보장이 될 때만 아동에게 양질의 보육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다고 생각을 하고요. 평가인증제도를 의무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구요. 평가인증의 질도 같이 좀 높여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보육의 질이 저하되면 피해를 보는 건 결국 국가의 미래를 짊어질 아이들. 정부는 주먹구구식 정책을 지양하고, 보육주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 영상취재 및 편집: 김용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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