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담당공무원, 야근 기본…주말 반납해도 업무 처리 벅차
“사회복지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와 제역할 할 수 있는 환경 만들어야”

최근 우리사회에서 ‘복지’가 중요시 되면서, 늘어나는 복지욕구와 더불어 사회복지 담당자들의 관련 업무가 폭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 사회복지담당공무원이 ‘근무하기 힘들다’는 유서를 남기고 투신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6일 새벽, 경기도 성남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성남시 사회복지담당공무원 K씨(여·31, 사회복지 9급)가 숨져 있는 것을 아파트 경비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K씨의 집에서 발견된 A4용지 세 장 분량의 유서에는 ‘근무하기 힘들다. 부모님께 죄송하다’는 내용과 함께 5월에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에게 ‘먼저 가서 미안하다’는 내용이 남겨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월 성남시 사회복지직 공무원으로 임용된 K씨는 분당에 있는 한 동 주민자치센터에서 13개부처 292개의 복지업무인 국민기초수급자, 자활, 아동복지, 이웃돕기, 경로당 지원 등의 사회복지업무를 맡아 왔다.

하지만 일을 시작한지 아직 1년이 넘지 않은 K씨는 함께 일하던 선임의 인사이동으로 만 0~5세 보육료 양육수당 신청대상자 2,659인, 기초노령연금 신청대상자 800인,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 290인, 장애인1,020인 등의 업무 전반을 사실상 혼자 담당해 온 셈이다.

특히 2월에는 기존에 처리해야 하는 기본업무가 많음에도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의 교육비 신청 업무까지 추가되면서, 과중한 업무에 시달려 온 것으로 전해졌다.

성남시에 따르면 2월 현재 성남시 사회복지담당공무원은 190인이며, 이 중 29인은 휴직상태로 확인됐다. 즉, 99만여 명의 성남시민을 161인의 사회복지담당공무원이 담당하는 것으로, 1인이 6,100여 명의 사회복지를 맡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앞서 지난 달 31일에는 경기도 용인시의 한 병원에서 용인시청 사회복지직 공무원이 투신했으며, 지난해 4월에는 성남시의 사회복지담당공무원이 민원인의 칼에 손·얼굴·목을 다치는 등 수급비가 줄어든 것에 대한 분풀이를 받아내야만 했다.

사회복지계에서는 인사발령시 업무의 현실을 고려한 인사배치의 효율성 등 문제들에 대해서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 왔지만, 문제 해결에 대한 미지근한 정부의 태도와 무관심이 결국 또 사건을 불러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 사회복지를 담당하고 있는 한 사회복지사는 “시장, 부시장, 구청장 할 것 없이 ‘복지’를 이야기고 있지만, 정작 사회복지 현장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고 입을 뗐다.

그는 “사회복지담당공무원은 하루에 10인의 민원인이 찾아온다면 왜 어려운지, 무엇이 힘든지 이야기를 듣고 방대한 서류를 일일이 다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현장을 확인하기 위해 나가야 한다. 이것만 하루 반나절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며 “이것 말고도 해야 하는 업무들이 있지 않은가. 하지만 현재 현장에서는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사명감으로 매일 야근과 주말을 반납하며 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업무가 너무 많아 힘들어도 ‘내가 다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내가 감당하지 못하면 더 어려운 사람들이 나 때문에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책임감도 있다. 이것이 과중한 업무로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사회복지담당 공무원이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 지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 김종복 부회장은 “우선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중앙부처에서는 ‘사회복지직원을 늘릴 테니 찾아가는 복지서비스를 위해 현장을 방문하고 실태조사를 하라’고 한다. 하지만 기존에 3인이 근무하고 있었다면, 그 중 1인을 빼고 새로 오는 사회복지직원을 배정한다. 결국 바뀌는 것이 없다.”고 질타했다.

이어 “사고가 터지니 보이는 것이지, 기존에 계속 제기했던 문제들.”이라며 “성남시만의 문제인지, 동 주민센터만의 문제인지 전반적으로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회복지담당공무원의 ‘사회복지를 전제로 한 고충’도 호소했다.

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 선수경 회장은 “사회복지직은 ‘사람’을 기본전제로 두고 업무를 진행해야 하는데, 실제 현장에서는 서비스 대상의 얼굴을 마주보는 것이 아닌 모니터를 보고 이야기해야 한다.”며 “사회복지사는 단순 입력업무가 아닌 현장에 나가 대상자와 직접 만나야 하는데, 자꾸만 다른 일에 치이다보니 정작 제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복지담당공무원은 국가를 대변하는 공무원이기 때문에 ‘국가의 정책과 제도에 쏟아지는 불만을 직접 몸’으로 막고 있는 셈.”이라며 “그러나 이에 대해 어느 누구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개인이 운이 나빠 칼에 찔렸다’ 정도로만 생각한다. 제도·정책적으로 전달체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이러한 문제는 계속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 조성철 회장은 “전달체계에 있는 이들이 불행하면 어떻게 일을 하겠나. 국가는 실제현장에 있는 사람에게 ‘무엇이 문제인지’를 물어야 한다. 그래야만 대안이 나올 것.”이라며 “사회복지사는 ‘국민행복을 수행하는 사람’인데, 사회복지전달체계에 있는 이들이 목숨을 포기한다면, 그들을 믿고 희망을 새롭게 만들어가는 수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조만간 각 분야의 사회복지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각자의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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