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시행 만22년… 인식 개선부터 정부·공공기관 미고용까지 “갈 길이 멀어”

장애인의 직업재활과 고용촉진을 위해 지난 1991년 시행된 장애인의무고용제도.

장애인의무고용제도는 일반적으로 비장애인보다 취업에 여러 가지 불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는 장애인근로자에게 평등한 기회를 주고자 만들어진 제도로, 일종의 ‘고용할당제(고용쿼터제)’다.

해당 제도는 올해로 만 22년이 됐지만, 50인 이상의 장애인근로자를 채용해야할 의무가 있는 공공기관과 민간기업 고용주들은 아직까지도 장애인고용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해가 거듭될수록 장애인의무고용비율은 목표치를 달리하며 1990년대 0.43%였던 의무고용률이 지난해 2.35%로 늘었고, 2013년 현재는 전체 근로자의 2.5%를 장애인으로 고용할 것을 의무화 했다.

<장애인의무고용률 변화>

1990년대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0.43%

1.73%

1.87%

2.24%

2.28%

2.35%

그럼에도 최근 장애인경제활동실태 조사결과(2011년)에 따르면, 장애인 고용률은 36%로 같은 기간 비장애인 고용률 60%에 못 미치는 수준이며, 장애인 실업률은 6.6%로 전체인구 실업률인 3.2%보다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등록하지 않은 장애인의 수를 감안한다면, 이마저도 부풀려진 수치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2011년 기준 우리나라 등록 장애인은 252만 명으로 전체인구의 약 5%에 해당하고 등록되지 않은 장애인까지 합쳐 총 인구의 10%를 장애인인구로 보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발표하는 고용률, 취업률 등은 실질적인 장애인 근로자의 상황이 반영되지 않은 채 부풀려 있다는 것.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장애인의무고용제도의 장애인의무고용비율 조사와는 무관함)에 따르면 장애인 취업자 중 무급으로 일하는 경우가 고용자로 돼 있는가하면, 가족이 하는 사업을 도우며 급여를 받지 않으면서 일하고 있는 경우도 장애인 전체 고용률 중 9%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장애인은 단순 노무 및 농·수산업 등에서 종사하는 비율이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고, 계속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임시직인 경우도 고용률에 포함돼 장애인에게 양질의 일자리에 대한 요구의 목소리가 높다.

▲ 조호근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장애인노동상담센터센터장
▲ 조호근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장애인노동상담센터센터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장애인노동상담센터 조호근 센터장은 “장애인의무고용제도가 시행된 지 만 22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장애인 근로자 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은 제도의 운영자체가 잘못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공공기관, 의무고용률 지키기는커녕 0%고용도

조 센터장은 장애인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일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식 개선’이 첫 단계라고 주장했다.

그는 “장애인노동상담센터 센터장으로 있으면서 장애인의무고용제도가 시작 된지 오래됐음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이란 이유만으로 원하는 곳에 취업할 수 없거나 단순 노동에 내몰리는 모습을 많이 봤다.”며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바라봤다.

조 센터장은 장애인 당사자로서 차별 받은 경험을 이야기했다. 그는 1984년 대학교에 입학할 무렵 서울 Y대학 의대를 희망했지만,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갈 수 없었다. 물리, 화학, 생물 등 다른 학과도 가고자 했지만 수학과를 제외한 모든 과에서는 목발 또는 휠체어를 쓰는 장애인을 받아주지 않았다. 결국 조 센터장은 자신의 의지와 관계 없이 Y대 수학과를 선택해야만 했다.

대학생활 중 학교 컴퓨터실에서 일하면서 ‘프로그래머’의 꿈을 꾸기 시작하면서 유명 컴퓨터 경진대회에서 상도 받았고, ‘이정도면 어느 회사든 갈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생겼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취업전선에 뛰어들면서 우리나라에서 큰 프로그래머로 진출할 수 있는 대기업 열 곳에 원서를 넣었지만, 서류전형부터 아홉 곳에서 떨어졌다. 그나마 서류전형을 통과한 한 곳마저, 면접 당일 조 센터장이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기회를 주지 않았다.

조 센터장은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기업·회사들이 편견을 갖고 차별하기 때문에 장애인의무고용제도가 생겨난 것.” 이라며 “그마저도 형식적인 제도로 남은 채 제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무리 제도가 만들어지고 법으로 강제한다고 해도 고용주 인식이 변하지 않는한 실질적인 고용·노동 환경에서의 장애인 차별은 여전할 수밖에 없다는 것.

조 센터장에 따르면, 고용주가 장애인 근로자를 채용하는 것을 가장 꺼려하는 이유는 ‘일을 못할 것이다’, ‘능력이 없을 것이다’, ‘비장애인과의 화합이 어려울 것이다’라는 편견을 갖고 있다. 따라서 고용주는 장애인을 고용하기보다는 고용부담금을 내는 것으로 끝내는 경우가 많다.

대기업에서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을 경우 내야 하는 고용부담금은 62만6,000원으로, 대기업의 수익을 따졌을 때 고용부담금 금액이 너무 가벼운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제도 시행과 인식 개선에 앞장설 의무가 있는 정부기관, 자치단체, 공공기관에서조차 장애인의무고용률을 지키지 않고 있는 점.

고용노동부가 2012년 6월 기준으로 장애인 고용 실적이 현저히 저조한 기업 및 정부기관 등의 명단을 공표한 결과, 총 1,887개소 중 정부기관과 공공기관이 각각 20개와 22개의 이름을 올렸다.

특히 ▲특허청(0%, 근로자) ▲한국교육개발원(0%) ▲인천교육청(0.28%, 근로자) ▲경기도교육청(1.01%, 공무원) ▲서울대병원(0.74%) ▲국회(1.38%, 공무원) ▲외교통상부(1.74%, 공무원) 등은 2년 연속 장애인 고용 실적 저조로 이름을 올렸다.

조 센터장은 “정부에서 장애인을 고용하겠다는 의지를 민간기업에 확실히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에 민간기업은 장애인의무고용제도를 따르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장애유형에 맞게 직종을 개발하고, 개인별 특성을 고려해 적합한 직종에 대한 직업훈련을 진행한다면, 장애인과 기업 모두 상생할 수 있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내년 장애인의무고용비율을 공공기관은 3%, 민간기업은 2.7%로 상향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인식 개선 및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장애인 고용 정책은 ‘보여주기 식’이라는 비판이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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